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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무상급식을 지키기 위해 1년 넘게 싸운 학부모들의 승리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하다. 오는 국회의원 선거와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 투표 때 학부모 힘을 다시 보여주어야 한다."

1년 동안 중단되었던 경남 학교 무상급식이 '사실상' 타결되었다는 소식에 학부모들이 보인 반응이다. 22일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부족한 지원 예산은 경남도청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며 "2016년 무상급식은 2014년도와 동일하게 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학교 무상급식 중단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학부모들이 경남도청 정문 앞에 손팻말을 들고 '무상급식 원상대로'를 외치고 있다.
 지난해 학교 무상급식 중단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학부모들이 경남도청 정문 앞에 손팻말을 들고 '무상급식 원상대로'를 외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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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경남지역 모든 초등학교와 읍면지역 중고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실시됐다. 당시 무상급식에 들어간 예산 1234억 원은 경남도청(시·군청 포함, 62.5%, 771억)과 경남도교육청(37.5%, 463억)이 분담했다.

오랜 갈등 끝에, 교육청은 2014년 수준 무상급식을 위해서는 식품비가 1244억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육청은 식품비 절반인 622억원을 경남도·시·군청이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홍준표 지사와 시장군수들은 15일 정책회의를 열어 453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여론수렴 과정을 거친 박종훈 교육감은 이날 "추가 지원에 대해서는 두 기관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고, 시군의 자발적 추가 지원에 대해서는 각 지자체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2014년 수준의 무상급식을 위해서는 169억 원이 부족하지만, 경남도교육청은 오는 3월부터 무상급식을 재개하기로 하고, 부족한 예산은 추후 협의해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홍준표 "감사 없이 예산 없다"고 했는데...

무상급식 중단 사태는 2014년 10월, 경남도청이 '무상급식 지원 예산 감사'를 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경남도청은 90개 학교를 대상으로 감사 계획을 발표했고, 교육청은 이를 '월권행위'라고 거부하면서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다.

홍준표 지사는 '감사 없이 예산 없다'며 2014년 11월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 중단'을 선언했고, 시장군수들도 같은 결의를 했다. 논란이 계속 되는 가운데 경남도의회는 당시 '지역별 보편적 무상급식'에서 '소득별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하자는 중재안을 내기도 했지만,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남도·시·군청으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지 못했던 경남도교육청은 자체 예산으로 무상급식을 해오다 2015년 4월 1일부터 모든 학교에 대해 '유상급식'으로 전환했다.

급식감사에 대해, 교육청은 '경남도 학교급식 지원 조례'에는 경남도의 감사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남도청과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절대다수인 경남도의회는 지난해 이 조례를 '도지사는 급식경비가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지도감독해야 한다'를 '지도감독해야 하고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개정했다.

경남도의회가 급식 감사를 하기도 했다. 경남도의회는 지난해 10월 '학교급식 행무조사특위'를 구성해 올해 1월까지 100여 개 학교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였다. 또 지난해 10월, 경남도청이 별도로 감사팀을 꾸려 105개 학교를 대상으로 감사 계획을 세웠다가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실시하지 않았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박종훈 교육감이 지난해 11월 18일 오후 경남도의회 의장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회동한 뒤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서로 얼굴을 바라보고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박종훈 교육감이 지난해 11월 18일 오후 경남도의회 의장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회동한 뒤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서로 얼굴을 바라보고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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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중단 사태 속에, 홍준표 지사와 박종훈 교육감에 대한 주민소환이 거의 동시에 추진되었다. 학부모와 야당,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홍준표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지난해 7~11월 사이 서명운동을 벌여 서명부를 경남선관위에 제출했다.

그리고 보수단체와 홍준표 지사 지지자 등으로 구성된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추진본부'는 지난해 9월부터 서명운동을 벌이다가 '허위서명 사건'이 터진 뒤인 올해 1월 11일 중단을 선언했고, 그동안 받아놓았던 서명부를 폐기 처분했다.

"1년 넘게 싸운 엄마들 피로감 있지만, 지원 예산은 회복돼야"

학부모들은 무상급식이 재개되어 다행스럽게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불만'이다. 김태경 거창급식연대 집행위원장은 "학부모들은 1년 이상 싸웠다. 학부모의 힘은 대단하다는 걸 다시 실감했다"며 "무상급식이 2014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했지만, 경남도·시·군청 지원 예산이 그때와 다르다, 그래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상급식 원상회복에는 기초지자체의 여지를 남겨 두었다. 오는 4월 13일 거창군수 재선거가 치러지는데 예비후보나 앞으로 당선될 군수의 면담 등을 해나가겠다"며 "무상급식 투쟁하면서 학부모들은 정치인들의 잘못된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았다"고 말했다.

허문화 무상급식지키기집중행동 양산학부모밴드모임 공동대표는 "고맙다기 보다 당연한 거 아니냐. 무상급식 중단으로 빼앗긴 우리 것을 그대로 찾아와야 하는데 아직도 부족하다"며 "그동안 엄마들은 피로감이 있지만, 경남도시군청으로부터 못 받은 예산은 받아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학부모들은 총선과 주민소환 투표를 통해 그 힘을 보여주자고 한다"고 말했다.

여영국 경남도의원(창원)은 "교육청이 경남도청의 기만적인 안을 수용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 경남도청이나 새누리당이 무상급식 중단의 책임을 피해가려고 할까봐 우려된다"며 "경남도·시·군청의 지원 예산이 줄어들면 그만큼 교육청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다른 교육분야의 재정이 어려워진다. 경남도·시·군청이 2014년 수준대로 지원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창원성산' 총선에 나서는 정의당 노회찬 예비후보는 논평을 통해 "우선 경남의 무상급식을 2014년도와 동일하게 하겠다는 경남교육청 박종훈 교육감의 결단을 환영하며, 나머지 부족한 재정과 관련해 경남도와 기초자치단체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경남교육청의 이러한 결단이 홍준표 지사에 의한 경상남도 무상급식후퇴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강조했다.

또 노회찬 후보는 "이번 경남교육청의 결정으로 교육청의 무상급식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다른 교육예산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교육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후속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그:#무상급식, #박종훈 교육감, #홍준표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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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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