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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대가 최저임금 만 원 시대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도록, 알바연대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 2013년 2월 25일 비정규 불안정노동자와 함께 하는 알바연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에 대해 알바연대가 내놓은 답이다. 이 논평은 알바들의 대변인이라 불린 고 권문석 알바연대 대변인의 글이다. 불의의 사고로 그가 죽은 후 남은 동료들은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활동했다. 경총에도 찾아가고, 청와대 신무문에도 올랐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담장을 넘기도 했다.

덕분에 최저임금 1만 원은 노동당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까지 포괄하는 보편적인 구호가 됐다. 간단한 논리다. 임금은 생계비가 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하는 생계비를 충족하려면 최저임금이 1만 원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34세 이하 단신근로자의 생계비는 약 186만4981원. 2016년 최저임금인 월 126만270원 보다 약 60만 원이 모자란다. 이것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는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자신의 기준을 어기는 결정을 계속한다.

지난해 6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최고위원, 최재성 사무총장 등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시작에 앞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최고위원, 최재성 사무총장 등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시작에 앞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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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1824만 명의 노동자에게 영향을 끼치고, 266만8천 명의 최저임금노동자의 임금의 기준이 되는 (출처: 최저임금위원회 발간 '임금실태조사보고서') 최저임금을 27명의 최저임금 위원들이 결정하는 게 문제가 아닐까? 별 권한이 없는 고용노동부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2016년 2월 25일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3년차가 되는 날이다. 현행 최저임금제도로는 박근혜 정부 아래에선 최저임금 만 원 시대를 여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게임의 룰과 규칙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입법자다. 그리고 입법자들을 뽑는 것이 선거이다. 경기장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경기의 룰을 바꾸고 싶은 사람이라면 선거와 정치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침 4월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는 대선이 있다. 알바노조는 지난 1월 22일 총회를 통해 결단을 내렸다. 현행 최저임금위원회를 해체하고 최저임금을 국회에서 결정하는 '최저임금1만원법'을 20대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총선 방침 안을 투표로 결정했다. 더불어 알바노조가 알바당을 창당해서 알바들의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결정했다. 경쟁이 아니라 연대를, 연대를 통한 정치세력화가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선택한 나의 삶을 바꾸는 방법이다.

물론 알바노조는 국회의원 후보등록에 필요한 1500만 원의 기탁금을 마련할 능력이 없다. 대통령 선거 후보 기탁금인 5억 원은 더더욱 없다. 게다가 시도당 하나에 1000명씩 총 5개의 시도당을 만들어야 등록할 수 있는 현행 정당법의 기준을 충족시킬 규모도 안 된다. 현행 선거제도에서 알바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가 목소리를 낼 방법은 없다.

알바노동자들은 정치인 장식품이 아니다

지난 2012년 6월 대선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서울 구로구 소재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일일체험을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6월 대선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서울 구로구 소재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일일체험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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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29 재보선을 앞두고 서울 관악을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 내 분식집에서 오 후보와 함께 떡볶이와 순대 팔기 체험을 하고 있다.
▲ 떡볶이 장사 나선 '오 브라더스' 지난해 4.29 재보선을 앞두고 서울 관악을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 내 분식집에서 오 후보와 함께 떡볶이와 순대 팔기 체험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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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총선 때 잠깐 사용하고 버리는 정당이 아니라면 방법은 있다. 2013년 알바연대와 알바노조가 등장하기 직전 알바들은 단 한 번도 우리 사회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적이 없었다. 알바는 부차적이고 부수적인 노동형태이고 주로 청년들이 하는 일로 취급받았다. 근로기준법상에서도 5인 미만, 15시간 미만 등 각종 단서조항들로 인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

임금인상과 노조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알바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임금인상 투쟁을 벌이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이제 정치의 영역에서도 긴 호흡을 가지고 변화를 모색해볼 때다.

각종 선거에서 알바노동자들은 정치인의 장식품처럼 활용됐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인들의 '일일 알바 체험'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알바유니폼을 입은 정치인들이 보도 사진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 통장에 박히는 소득액이 바뀌는 것이다.

2012년 알바연대를 준비하던 청년들이 편의점 야간 실태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 때 한 편의점 야간 알바노동자가 밤에는 고시원비와 학원비를 위해 일하고 아침에는 잠을 자고 낮에는 취업준비를 하느라 대선후보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알바노동자의 경제적 조건은 민주주의와 연결되는 문제다. 투표율 50%의 현실을 바꾸려면 20대들에게 욕을 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 조건을 바꿔야 한다. 전체 노동자의 약 90%인 노조 밖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알바노동자가 입법자가 되는 것, 우리 삶의 규칙을 바꾸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알바노동자도 노동자다"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위와 같은 슬로건을 내걸면서 알바노동자의 존재를 사회적으로 알렸던 것은 알바연대다. 알바노동자들 스스로의 단결과 단체행동을 벌였던 것이 알바노조다. 이제 알바들의 정치세력화를 시작한다. 우리사회에서 알바노동자들이 정치적 시민권을 제대로 사용해서 모든 국회의원 후보들과 정당들이 알바노동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꿈을 꾸기 시작할 것이다.

알바당이 20대 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하는 법안은 일명 '알바3법'. 위에서 이야기한 최저임금 1만 원법과 5인 미만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알바 차별금지법, 그리고 기본소득법이다. 이는 이재명 성남 시장이 청년배당이라는 이름으로 실시해서 화제가 되고 녹색당과 노동당이 총선정책으로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관련기사: 청년들이 '명절대피소' 가지 않아도 되는 방법)

알바당을 당장 이번 총선에서 합법정당으로 창당하기는 힘들며, 이벤트용 정당으로 서둘러 만들 생각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알바3법을 중심으로 모든 정당에 알바선거연대를 제안할 생각이다. 2월 24일. 박근혜 취임 3주년을 하루 앞둔 날. 홍대거리에서 알바당 선언이 세상에 발표될 것이다. 그 선언에 응답할 알바노동자들을 기다린다.

알바노조가 서울고용노동청 민원실에 들어가서 근로감독관의 안일한 행태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 알바노동자들의 직접정치 알바노조가 서울고용노동청 민원실에 들어가서 근로감독관의 안일한 행태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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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정훈 기자는 알바노조 위원장입니다.



태그:#알바노조, #박정훈, #알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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