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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와 장하나 의원.
 소설가 김영하와 장하나 의원.
ⓒ 장하나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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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어느 트위터 사용자가 19일 한 글을 추천하며 밝힌 소감이다. 도대체 무슨 글을 읽었길래? '감성팔이 영상이나 카드뉴스'류의 쉽거나 자극적인 기사가 힘을 얻는 요즘, 호소력 있는 글로 독자를 감동시키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것이 사실 아닌가. 그 글의 주인공은 <아랑은 왜> <검은 꽃>의 인기 소설가 김영하, 글의 제목은 '나는 어떻게 장하나 의원의 후원회장이 되었나'였다.

그리 길지 않은 글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인 김영하 작가가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후원회장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소감을 담담하게 소회한 것이었다. 김영하 작가는 지난 18일 공개한 이 글에서 '정치에 대한 희망'에 대해 털어 놓고 있었다.   

"저는 1997년 이후로 투표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작가는 글만 열심히 쓰면 된다고 생각했고, 정치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개나리언덕 사태를 겪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의회 제도와 언론이 본연의 기능을 해낼 수만 있다면, 우리는 좀 더 나은 세상에 살게 되겠구나 하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밖에 대안이 없으시다면 후원회장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장하나 후원회장'된 소설가 김영하가 전하는 '정치 공감' 

어떻게 된 일일까. 무려 20여 년 가까이 투표 한 번 하지 않았다는 이 소설가를 국회의원 후원회장이란 생뚱맞은 자리에 데려다 놓은 장하나 의원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김 작가의 글을 찬찬히 읽어 보자. 어떤 거창한 계기가 아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시작은 '길냥이'였다고 한다. 길 고양이 두 마리를 데려다 키웠다는 김 작가 부부는 이후 '동물 보호'와 '동물의 권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장하나 의원이 '동물원법'을 대표발의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후원을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다.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세상의 다른 모든 약자에 대해서도 공감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후원 회원이 된 이후, 김영하 작가의 눈에 띈 장하나 의원의 행보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김 작가가 밝힌 내용을 간추려 보면 이러하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가해기업 처벌을 위한 입법 활동', '산학협력이라는 미명 아래 기업에서 착취당하는 현장실습생들을 위한 법',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칼퇴근법', '건물주로부터 핍박 받는 임차인들을 위해 상가임대차보호 관련법', '원룸과 고시원에서 시들어가는 청춘들을 위해 청년주거 정책', '해양생태계 보전 및 관리를 위한 법률' 등등.

일개 후원회원이었던 그를 장 의원과 연결시켜준 직접적인 계기는 연희동 개나리언덕 난개발 문제였다고 한다. 연희동 주민이었던 김 작가 부부를 포함해 주민들의 민원에도 꿈쩍하지 않던 개발업자들이 한 언론의 취재와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던 장하나 의원과 국회의 도움, 그리고 주민들의 투쟁으로 난개발을 멈췄다는 것이다.

소설가도 공감한 한 국회의원의 '약자에 대한 공감'

'일터의 세월호, 비정규직 법제도 전면폐기'를 촉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여야 지도부에 전달할 질의서를 들고 2014년 12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 들어서고 있다. 오른쪽은 국회 앞에서 행진단을 맞이한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국회에 들어서는 오체투지 행진단 '일터의 세월호, 비정규직 법제도 전면폐기'를 촉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여야 지도부에 전달할 질의서를 들고 2014년 12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 들어서고 있다. 오른쪽은 국회 앞에서 행진단을 맞이한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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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계기로 장하나 의원은 후원회원 중 한 명인 김 작가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한다. 이후 노원갑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장하나 의원은 여의도 관행과 다르게 후원회원 중 한 명이 후원회장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고, 결국 김영하 작가를 설득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장하나 의원의 후원회장이 되었다. 나는 그녀가 국회를 떠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덕목은 아마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카리스마도 필요하고, 협상력이나 결단력도 요구될 것이다. 물론 그런 것들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야말로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정말 필요한 국회의원의 덕목이라 믿고 장하나 의원이야말로 그런 믿음에 가장 잘 부합하는 정치인이라 또한 믿고 있다."

김영하 작가의 글은 말 그대로 감동적이다. 정치에 관심이 없던 개인이 자기 실생활에서 맞부딪치는 '정치'의 필요성을 온몸으로 체험했고, 그 생활의 변화에 단초를 제공해 준 정치인을 직접 후원하고 지켜보면서 응원하게 되는 과정이 '짧고 굵은' 글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약자에 대해서도 공감' 부분은 많은 유권자들과 국민들이 공감할 부분일 것이다(박근혜 대통령이 전혀 갖고 있지 못하다고 내내 지적받는 바로 그 '공감' 말이다). 김 작가가 장 의원에게 바란 덕목은 소소하지만 비범한, 그러나 우리가 점점 잃어가고 있는 어떤 가치를 일깨워 준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모잠비크의 굶주린 어린이를 후원하면, '우리나라에도 결식 아동이 있다'고 말하고, 동물학대를 고발하면, '인간에게나 관심을 가져라'고 훈계하는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정말로 우리나라의 결식아동을 돕고, 학대 받는 인간을 구조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나는 동물에 대해 가혹한 자가, 인간 약자에 대해서도 가혹한 반면, 인간 약자에 대해 가혹한 자가 강자에 대해서는 한없이 비굴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반면, 힘이 약한 동물에게 너그러운 이들은 어려움에 처한 인간에게도 관대했다. 우리 부부는 장하나 의원이 그런 사람이었기를 바랐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 정치인의 덕목

일개 정치인과 한 인기 작가의 미담이라고? 절대 그렇지 않다. 이 글이 공감을 주는 이유는 달필인 소설가의 문장력 때문도, 진영논리에 의한 지지도 아닐 것이다. 그것은 일반 유권자가 국회의원이라는 정치인에게 품는 어떤 일반적인 기대와 요구와 맥을 같이 한다. 김 작가의 인간과 정치에 대한 관심과 장 의원의 행보는 분명 몇 가지 현실적인 시사점을 던져 준다.

잘 알려진 대로, 장 의원은 청년비례대표 출신이다. 지난 총선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바로 그 청년비례대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인 장 의원은 '칼퇴근법 전도사'로도 불리며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에 걸맞는 의정 활동을 펼쳐왔다는 중평이다.

조금만 더 살펴보면, '청년층'에 대한 관심과 관련 입안에 지대하게 쏟아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무늬만 청년'인 20대 여야 예비후보가 여론의 입방아에 오른 것을 떠올린다면 확연히 눈에 띄는 행보다.

그가 속한 을지로위원회의 행보 역시 야당 속 야당, 야당 내 진보라 불릴 만큼 진짜 '서민 정책'을 위한, '을을 위한' 정책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했던 더불어민주당의 계파 갈등과 탈당 과정에서 이탈이 없던 것은 물론이요, 세간에서 '을지로위원회만큼 해라'는 평도 적지 않았다. 야당들의 급격한 '우클릭' 행보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랄까.

정책과 입법활동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치. 이것이야말로 자기 본분으로 승부해야 마땅한 국회의원이 필요한 이유이자, 그들이 갖춰야 할 최우선의 덕목 아닐까. 언제나 그렇듯, 정치가 실생활을 바꾼다. 누군가는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예리할 수밖에 없는 소설가 김영하는 그걸 체감한 셈이다.

국민 개개인의 생활을, 인생을 바꾸는 '정치 행위'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경제도, 정치도, 외교도 모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2016년 2월, 총선을 코앞에 둔 지금 말이다. 김영하 작가는 "그렇다, 때로는 정말 작은 결정 하나가 인생을 바꾸기도 하는가 보다, 생각하기로 했다"라고 말한다. 김영하 작가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그런 결정이, 정치인이 절실히 필요한 지금이다.


태그:#장하나,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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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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