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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으로 (북한에) 유입된 돈의 70%가 (노동)당 서기실에 상납되고 핵·미사일 개발 등에 쓰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힌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발언은 신빙성 있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국가정보원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정보에 따르면 그렇다. 또한 최근 3년간 국정원의 국감 답변자료를 검토한 바에 따르면, 국정원은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달러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쓰이고 있다는 답변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 장관은 14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북한에서는 당-정-군이 외화를 벌어들이면 당 서기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산하) 39호실로 이관·보관되고 있다"며 "이 돈은 핵·미사일 개발이나 (김정은 등의) 치적 사업,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개성공단에 지급된 달러의 70%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비서실인 당 서기실과 비자금 및 외화 관리 부서인 당 39호실로 상납돼 핵·미사일 개발, 김정은의 치적 사업, 사치품 구입에 전용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장관은 자신의 발언을 입증할 근거 자료를 공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정보자료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보자료'는 통상적으로 국가정보원이 입수한 북한정보를 의미한다. 그런데 국정원이 파악한 북한정보에는 홍 장관의 발언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적어도 지난해 10월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에 제출한 국정감사 답변자료에서는 그런 근거를 찾아볼 수가 없다.

국정원 "김여정은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평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노동당 인민군위원회의 연합회의·확대회의가 지난 2∼3일 평양에서 열렸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통신은 회의 개최 사실을 전하면서 "김정은 동지께서 연합회의·확대회의를 지도하시였다"고 밝혔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노동당 인민군위원회의 연합회의·확대회의가 지난 2∼3일 평양에서 열렸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통신은 회의 개최 사실을 전하면서 "김정은 동지께서 연합회의·확대회의를 지도하시였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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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KBS와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북한의 노동당 서기실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비서실 역할을 하는 곳"이며 "현재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서기실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보도했다. '김여정 서기실장설'은 2014년 봄부터 <연합뉴스>가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어 새롭게 제기된 '설'은 아니다. 현재로
썬 '설'에 '설'이 붙은 격이다.

김여정은 2014년 3월 9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투표 당시 북한 관영매체에 황병서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바로 다음에 호명되어 공식 등장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언론들도 김여정의 직책을 당 선전선동부나 조직지도부 부부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그 뒤에 <연합뉴스>가 '서기실장설'을 보도한 것이다.

김여정의 직책 및 역할에 대해서는 서기실장설이 처음 제기된 2014년의 국정감사에 이어 지난해 국감에서도 정보위원들이 연달아 질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김여정의 직책을 '부부장급'으로 추정할 뿐 구체적 역할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일단 2014년 국감에서는 "김여정이 2014년 3월 최고인민회의 투표 당시 '당 책임일꾼'(3월 9일 중앙통신 보도)으로 공식 등장했으나 구체적인 역할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북한에서 '당 책임일꾼'은 통상 부부장급 이상을 지칭한다.

국정원은 이어 2015년 국감에서는 "정확한 임명일은 미상이나, 2014년 3월 '당 책임일꾼'으로 공식 데뷔 후 2014년 11월에는 당 부부장으로 호명된 바 있다"고 밝히고 "김여정(27세)은 공식행사 때의 좌석 위치나 호명 순서 등으로 볼 때 현재 직책은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평가된다"고 답변했다. 2014년에 비하면 좀더 진전된 답변이지만 서기실장과는 거리가 먼 답변이다.

국정원은 그 이후에도 현재까지 김여정에 대해 "김정은 수행 빈도가 급증하고, 활동영역도 사회분야에서 군사-경제 부문으로 확대하는 등 정치적 위상이 제고되고 있다"면서 김여정의 공개활동 횟수와 순위를 공개하고 있으나 김여정이 서기실장을 맡고 있다는 답변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친북-불량국가에 연평균 1~2억불 무기수출, 무기수입은 1/10"

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 출경 허가를 받은 입주업체 관계자 외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 개성공단 가동 '중단' 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 출경 허가를 받은 입주업체 관계자 외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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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근 3년간 국정원의 국감 답변자료를 검토한 바에 따르면, 국정원은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수출과 관련해서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달러가 핵-미사일 개발에 쓰이고 있다는 답변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국정원은 "북한은 2000년 이후 이란, 시리아, 앙골라, 쿠바 등 중동-아시아-아프리카 및 중남미 지역의 10여개국(대부분 친북-불량국가)에 연평균 1~2억불 상당의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면서 "수출 무기의 종류는 스커드 미사일 및 함정-어뢰-GPS교란기-군통신장비-무인정찰기-야포-기관총-탄약 등 각종 재래식 무기로써 용접 등 가공상태가 불량하지만 성능은 대체로 양호하다"고 밝혀 미사일과 재래식 무기 수출품을 상당히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국정원은 미국 및 영국 정보기관과의 공조로 2012년 5월 UN안보리 대북 제재결의에 따라 시리아행 미사일부품을 부산항에서 압류한 바 있다.

반면에 북한의 무기 수입 현황에 대해서는 2000~2002년간 중국, 러시아 등에서 헬기, 장갑차, 레이더 등 연평균 1억불 상당의 무기를 수입했으나 2003년 이후에는 경제난 심화 등으로 주로 함정, 전차, 무인기 엔진 및 폭약 원료 등 연평균 1000억불 상당의 무기생산용 부품-자재를 도입중이라고 답변해, 공개된 <국방백서>에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북한의 무기수입은 수출의 10% 선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역설적으로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남한과의 재래식 군비 경쟁으로는 승산이 없기 때문에 비대칭전력인 핵무기 개발에 집중한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국정원은 국감에서 '최근 5년간 북한의 핵 관련 자재 및 장비의 수출입 현황'을 묻는 질의에 대해서도 "북한이 핵개발에 사용하기 위한 물자를 중국-유럽 등 3국을 경유하는 방법으로 반입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다만 이런 물자들은 대부분 이중용도 품목으로 직접적으로 핵개발에 사용되는지 불명확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 정보당국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는 핵 관련 자재 및 장비도 이중용도 품목이라서 핵개발에 직접 사용되는지가 불명확한데, '꼬리가 없는 돈'이 핵개발에 쓰였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2004년 당시 개성공단 시범단지를 조성할 때부터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른바 전략물자와 관련 긴밀한 협의를 해왔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시범단지 완공에 앞서 미국 측에 입주업체 반출물자(1400개 품목) 리스트를 전달했으며, 미국 정부는 미 수출관리령(EAR)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해 한국 측에 통보한 바 있다. 한국 정부 또한 공단 입주업체의 생산설비 및 물자에 대한 품목을 제출토록 해 전략물자에 해당되는지를 심사해 반출을 허가했다.

국정원은 또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핵물질 및 기술의 유출-이전과 관련해서도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핵 관련 자재 및 장비의 반출 사항은 확인된 바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미국은 냉전 종식으로 공산권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통제 필요성이 감소된 반면에 국제안보 및 지역정세 안정을 위한 재래식 무기와 이중용도 품목 및 기술에 대한 통제 필요성이 대두되자 1994년에 기존의 대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COCOM)를 해체하고 새로운 전력물자 수출통제체제인 바세나르 협정체제를 창설했다.

한국 등 30여개 국가가 회원국인 바세나르 체제에 따르면, 전차, 장갑차, 대구경포, 군용기 및 무인항공기, 군용 및 공격 헬기, 군함, 미사일 또는 미사일 시스템 같은 재래식 무기는 물론, 신소재, 소재가공, 전자, 컴퓨터, 통신장비, 레이저센서, 항법장치, 해양기술, 추진장치 같은 이중용도 물품 및 기술도 수출이 통제된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노트북 하나도 마음대로 못가져 가게 하면 어떻게 공장을 가동하느냐"고 불평을 털어놓기도 했다. 개성공단은 가동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입주업체들이 개성공단에 가려면 사흘 전에 통일부에 신고하도록 돼 있는 등 통행·통신·통관의 3통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입주업체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그러니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중소기업인들로서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태그:#홍용표, #개성공단, #김여정, #서기실,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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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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