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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기 농민 살려내라" 도보순례단, 전남 보성에서 출발 백남기범국민대책위가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민주주의 회복! 백남기 농민 살려내라! 도보순례'를 11 오전 전남 보성에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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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범국민대책위가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민주주의 회복! 백남기 농민 살려내라! 도보순례'를 11 오전 전남 보성역에서 시작했다. 이날 보성역을 출발한 도보순례단이 보성읍내를 지나고 있다.
 백남기범국민대책위가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민주주의 회복! 백남기 농민 살려내라! 도보순례'를 11 오전 전남 보성역에서 시작했다. 이날 보성역을 출발한 도보순례단이 보성읍내를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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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다른 사람 발만 밟아도 미안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사람을 저렇게 만들어놓고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가 없습니까."

농민 백남기씨의 아내 박경숙씨는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남편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이후, 줄곧 남편의 병상을 지켜온 박씨는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11일 오전 전남 보성역 앞을 찾았다. 남편과 함께 밀밭은 일구며 일상을 보내던 보성은 이제 남편의 억울함을 알리고 사과를 받아내기 위한 출발점이 됐다.

도보순례에 동참한 백남기씨의 아내 박경숙씨(가운데)가 주위의 부축을 받으며 걷고 있다.
 도보순례에 동참한 백남기씨의 아내 박경숙씨(가운데)가 주위의 부축을 받으며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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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범국민대책위가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민주주의 회복! 백남기 농민 살려내라! 도보순례'를 이날 보성역에서 시작했다. 이들의 도보순례는 27일 4차 민중총궐기가 열리는 서울까지 총 17일 동안 진행된다.

병원에만 머물러 있었던 탓에 심신이 약해진 박씨는 주변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보성을 상징하는 녹색 스카프를 목에 질끈 동여맸다.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민주주의 회복!'이라고 적힌 이 스카프는 이날 박씨와 같은 마음으로 보성역을 찾은 150여 명의 목에도 둘러져 있었다. 이들은 "오늘 함께하고 있는 우리들은 또다른 이름의 백남기다"라고 외치며 도보순례의 첫 발걸음을 뗐다.

"사과 없는 정부, 농촌·민중 무시하나"

도보순례에 참석한 문규현 신부가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보성읍내를 걷고 있다.
 도보순례에 참석한 문규현 신부가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보성읍내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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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순례에 앞서 진행된 출정식에서 참석자들이 '농민가'를 부르고 있다.
 도보순례에 앞서 진행된 출정식에서 참석자들이 '농민가'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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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도보순례에 동참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공동대표 문규현 신부는 "퍼질러 앉아 맘편히 막걸리나 한 잔 하며 지내고 싶은데 세월이 그렇게 만들지 않는다"며 "이런 정권을 바라보고 살아야하는 게 참 힘들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문 신부 뿐만 아니라, 이날 도보순례에 참여한 이들은 "제 나라 국민을 향해 살인적 행위를 저지르고도 한 마디 말도 없는 박근혜 정부를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문경식 전남진보연대 대표는 "백남기씨는 보성에서 밀농사를 지으며 농민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농촌을 만들고자 평생 살아온 사람"이라며 "이런 백남기 농민이 병석에 누워있는 동안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는 이 땅의 농촌과 민중을 무시하는 정부다"라고 비판했다.

최종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직무대행도 "백남기씨는 농민 생존권 보장하라, 쌀 수입 중단하라 등 지극히 당연한 요구를 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상경했다가 지금까지 사경을 헤매고 있다"며 "지난 세 차례 민중총궐기를 통해 연대 만이 살길이란 걸 느꼈다. 오늘 보성을 출발한 도보순례단은 27일 4차 민중총궐기에서 이 땅의 민중들과 함께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보순례에 앞서 출정식이 진행되고 있다.
 도보순례에 앞서 출정식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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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오늘 보성에서 시작된 저항의 들불이 전국으로 번져나가, 이번 총선과 내년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독재 권력을 몰아내는 데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많은 분들이 분노하듯, 우리 정치권이 해야할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 힘이 부족하지만, 국회가 여러분과 함께 백남기씨를 반드시 기억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유가족도 동참 "무능 폭력정권 민낯, 다시 드러나"

이날 도보순례 시작에 앞서 진행된 출정식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참석해 연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도보순례 시작에 앞서 진행된 출정식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참석해 연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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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도보순례 시작에 앞서 진행된 출정식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참석해 연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출정식에 참여한 유가족 6명 중 대표로 발언한 김종기 세월호가족대책협의회 사무처장(고 김수진양 아버지)은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도보순례에 나서야 하는 이 현실이 참담하다"며 "백남기씨가 지금이라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건강한 모습으로 보성으로 내려오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울어진 세월호가 생중계되는 와중에도 승객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수장시켜버린 무능한 폭력정권의 민낯이 백남기씨를 통해 또다시 드러났다"며 "여러분의 결의에 찬 행동에 세월호가족대책협의회는 적극 동참할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이날 보성을 출발한 도보순례단은 화순, 광주, 장성, 고창, 정읍, 김제, 전주, 익산, 논산, 대전, 공주, 천안, 평택, 수원, 안산, 안양을 거쳐 27일 서울 시청광장에 도착해 민중총궐기에 합류할 계획이다.

백남기범국민대책위에 참여한 단체 120여 개를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17일 일정의 도보순례에 동참할 예정이다. 도보순례 도중 대전에서 맞게 되는 '백남기 농민에 대한 국가폭력사건 100일'에 맞춰 전야문화제(20일)와 기자회견(21일)도 진행된다.

아래는 정현찬 가톨릭농민회장과 김순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이 대표로 낭독한 도보순례 출정문 전문이다.

도보순례에 앞서 출정식을 연 백남기범국민대책위가 백씨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도하고 있다.
 도보순례에 앞서 출정식을 연 백남기범국민대책위가 백씨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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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일, 오늘로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지 90일째 되는 날입니다. 2015년 11월 14일은 국가가 국민을 향해 저지른 광폭한 탄압의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이미 세월호 참사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이어 한일 '위안부' 합의까지 정부의 잘못은 어느 것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진실을 원하는 목소리, 친일과 독재로 치닫는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 제 나라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는 데 대한 규탄의 목소리 어느 것 하나도 듣지 않고 있습니다. 외려 이 나라를 지탱하는 노동자의 입을 틀어막고, 농민들을 땅에서 내쫓고, 살고자하는 모든 이들을 힘겨운 삶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오늘 함께하고 있는 우리들은 또다른 이름의 백남기입니다. 오늘부터 우리는 백남기 농민의 삶터와 일터를 출발하여 서울로 올라갑니다. 우리는 백남기 농민이 쓰러져가는 한국 농업, 농촌의 위기를 목도하면서도 씨앗을 뿌리며 간절하게 꿈꾸었을 희망을 품고 올라갑니다.

"기억하고, 분노하고, 심판하자"

도보순례에 참석한 한 시민이 백남기씨의 사진이 담긴 손팻말을 든 채 걷고 있다. 손팻말에 "그 차돌같이 단단하고 따뜻했던 백남기가 저렇게 누워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 30년 지기 임봉재 농민"이라는 글귀가 담겨 있다.
 도보순례에 참석한 한 시민이 백남기씨의 사진이 담긴 손팻말을 든 채 걷고 있다. 손팻말에 "그 차돌같이 단단하고 따뜻했던 백남기가 저렇게 누워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 30년 지기 임봉재 농민"이라는 글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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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첫걸음은 백남기 농민이 어서 일어나 생명과 꿈이 자라는 밀밭으로 달려오기를 바라는 걸음입니다. 우리의 두 번째 걸음은 백남기 농민을 향한 살인적인 행위를 저지르고도 일언반구 없는 책임자를 처벌하는 걸음입니다. 우리의 세 번째 걸음은 이 땅의 모든 이들이 독재가 아닌 민주를, 차별이 아닌 평등을, 전쟁이 아닌 평화를 바라는 걸음입니다.

이제 농촌에는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봄이 다가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생명을 유지시키는 소중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의 손이 분주해질 채비를 하는 시간입니다. 생명의 씨앗이 거친 땅을 뚫고 솟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걸음도 씨앗과 같습니다. 살고자 처절하게 몸부림치며 어둡고 어려운 시대의 땅을 뚫고 나아갈 것입니다. 백남기 농민이 어서 빨리 일어나 우리 농업이 살아나고 민주주의가 만발케할 따뜻한 한 줄기 빛이 내려쬐기 간절히 바라며 도보순례에 나섭니다.

2월 27일은 전국의 도보순례에 참가한 이들과 손에 손을 잡고 수만의 국민들이 서울로 모입니다. 범국민대회에 함께한 이들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책임도 지지않고 사과도 없는 정부에 대한 심판입니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업신여긴 정부의 결말이 어떠한지를 똑똑히 보게될 것입니다.

기억해주십시오. 11월 14일, 백남기 농민을 향해 국가가 저지른 폭력의 현장을. 분노해주십시오. 제 나라 국민을 향한 살인적 행위를 저지르고도 한 마디 말도 없는 박근혜 정부를 향해. 심판해주십시오. 국가의 권력은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로부터 나옵니다. 국민들의 힘으로 심판합시다.

도보순례 참석자와 함께 보성역을 출발한 개도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민주주의 회복!'이라고 적힌 녹색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도보순례 참석자와 함께 보성역을 출발한 개도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민주주의 회복!'이라고 적힌 녹색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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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백남기, #도보순례, #물대포, #국가폭력, #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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