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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회사의 비자나무. 키가 10m를 훌쩍 넘는다. 큰 것은 13?14m나 된다. 나이가 300?400년 됐다.
 불회사의 비자나무. 키가 10m를 훌쩍 넘는다. 큰 것은 13?14m나 된다. 나이가 300?400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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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大寒)을 앞두고 찾아온 한파가 매서웠다. 계속되는 따뜻한 겨울에 꽃망울을 터뜨리던 봄꽃들이 화들짝 놀라 움츠러들었다. 생채기도 곳곳에 많이 남겼다. 가슴까지 따뜻하게 감싸 줄 숲길이 그립다. 나주호반에 있는 불회사로 간다. 지난 1월 13일이었다.

불회사의 비자나무와 차나무 숲이 최근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산림청에 의해서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된 곳은 전국에 13군데 있다. 전남에서는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해남 관두산 풍혈과 샘, 완도수목원 가시나무 숯가마 터가 포함됐다. 불회사는 그 가운데 한 곳이다.

불회사는 비자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비자나무가 절집의 대웅전을 중심으로 사방에 퍼져 있다. 주차장에서 절집으로 가는 숲길에도 많다. 나무의 나이가 300〜400년 됐다. 키가 10m를 훌쩍 넘는다. 큰 것은 13〜14m나 된다. 30만㎡에 1만6000여 그루가 분포돼 있다.

하늘로 쭉-쭉- 뻗은 비자나무. 어느 산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나무가 아니다. 불회사 등 남도의 절집에 많이 자라고 있다.
 하늘로 쭉-쭉- 뻗은 비자나무. 어느 산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나무가 아니다. 불회사 등 남도의 절집에 많이 자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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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나무는 상록침엽수다. 잎사귀가 한자의 아닐 비(非) 자처럼 생겨서 비나자무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한자로는 비자(榧子)나무로 쓴다.
 비자나무는 상록침엽수다. 잎사귀가 한자의 아닐 비(非) 자처럼 생겨서 비나자무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한자로는 비자(榧子)나무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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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나무는 어느 산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나무가 아니다. 남도에, 그것도 절집에 많다. 장성 백양사와 장흥 보림사, 불회사 등지에 많다. 비자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방 한계선이 백양사로 알려져 있다. 해발 500〜700m에서 주로 자란다.

비자(榧子)나무는 상록침엽수다. 잎사귀가 한자의 아닐 비(非)자처럼 생겼다고, 비자나무라는 설이 있다. 열매가 아몬드처럼 생겼다. 오래 전에 구충제로 많이 먹었다. 햇볕에 바짝 말리거나 볶으면 쌉쌀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났다. 약재로도 많이 쓰인다. 열매의 기름을 짜서 먹으면 기침을 멎게 하고 배변에 효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나무의 질이 좋아 바둑판이나 가구의 재료로도 쓰인다.

절집으로 가는 길에 비자나무가 무성하다. 계곡 옆으로 놓인 나무 데크를 따라가면서 비자나무와 눈을 맞춘다. 비자와 차나무 향이 코끝을 간질이는 게 금세 느껴진다. 나무의 껍질이 회색빛깔 도는 갈색이다. 잎은 뾰족하다. 짙은 녹색을 머금고 있다. 수형도 예쁘다. 나무가 위로 쭉-쭉- 뻗어 있다.

비자나무 아래에서 자유분방하게 자라고 있는 야생의 차나무. 불회사의 차나무 역사도 깊다. 절집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비자나무 아래에서 자유분방하게 자라고 있는 야생의 차나무. 불회사의 차나무 역사도 깊다. 절집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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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된 나주 불회사의 비자림과 차밭. 비자나무와 차나무가 자유분방하게 어우러져 있다.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된 나주 불회사의 비자림과 차밭. 비자나무와 차나무가 자유분방하게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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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나무 아래에 차나무도 자유분방하게 자라고 있다. 이 차나무의 역사도 깊다. 불회사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불회사는 백제 침류왕 때 인도에서 불교를 갖고 온 마라난타 존자가 불갑사(36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세운 절집이라는 얘기가 전해진다. 1978년 불사 때 발견된 '불호사(佛護寺) 중창단청문'에는 366년에 마라난타가 창건했다고 적혀 있단다.

조선시대에 불에 타고, 다시 짓고를 되풀이했다. 지금의 절집은 1808년(순조8년)에 다시 지은 모습이다. 절 이름도 그때 불회사로 바뀌었다. 절집을 품고 있는 산이 덕룡산이다.

한국의 다성(茶聖)으로 불리는 초의선사가 출가해서 차를 달였고, 즐겨 마신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일대의 지명이 '다도(茶道)'인 것도 그런 연유다. 여기서 생산된 차가 '비로다'다. 비자나무 아래서 이슬을 머금고 자란 찻잎으로 만들었다.

불회사 주차장에서 절집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비자림의 나무 데크. 이 데크를 따라가면서 격이 다른 비자나무와 눈을 맞출 수 있다.
 불회사 주차장에서 절집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비자림의 나무 데크. 이 데크를 따라가면서 격이 다른 비자나무와 눈을 맞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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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회사의 편백 가로수. 절집으로 가는 길에 쭉쭉 뻗어 있다. 비자림과 어우러져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불회사의 편백 가로수. 절집으로 가는 길에 쭉쭉 뻗어 있다. 비자림과 어우러져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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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으로 가는 길에 편백도 쭉쭉 뻗어 있다. 편백은 오른편으로 계곡을 끼고 가는 임도에서 만난다. 키가 20m를 넘는다. 540여 그루가 산자락에 줄지어 있다. 일주문에서 절집까지 거리가 1㎞ 남짓 된다. 솔방솔방 걸으면서 비자림과 차나무 숲을 보고, 편백림까지 볼 수 있다. 절집의 품격까지 높여주는 숲길이다.

숲길에서 만나는 연리목도 애틋하다. 두 나무의 뿌리와 몸뚱이가 한데 뒤엉켜 있다. 바위 위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고 있는 모습 그대로다. 연리목 가운데 압권이다.

불회사로 가는 길에 만나는 연리목. 두 나무의 뿌리와 몸뚱이가 한데 뒤엉켜 있다.
 불회사로 가는 길에 만나는 연리목. 두 나무의 뿌리와 몸뚱이가 한데 뒤엉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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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회사로 가는 길에 만나는 석장승. 할머니장승이다. 맞은편에 할아버지장승이 서 있다. 절집에서 만나는 토속신앙이다.
 불회사로 가는 길에 만나는 석장승. 할머니장승이다. 맞은편에 할아버지장승이 서 있다. 절집에서 만나는 토속신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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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 서 있는 석장승도 문화재(중요민속자료 제11호)다. 절집에서 만나는 토속신앙이다. 오른쪽에 할아버지장승(하원당장군), 왼편에 할머니장승(상원주장군)이 서 있다. 당(唐)자는 사당가는 길, 주(周)자는 꼬불꼬불한 길을 뜻한다.

두 장승은 하반신을 땅에 묻은 채 마주보고 서 있다. 눈이 황소의 퉁망울 같다. 주먹코도 얼굴보다 더 커 보인다. 해학적이다. 하지만 석장승에 손가락질을 하면, 손가락이 불구가 된다는 말도 주민들 사이에 전해지고 있다.

호젓한 겨울 산사의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인적도 드물다. 예부터 춘불회 추내장(春佛會 秋內藏)이라 했다지만, 봄까지 기다릴 것도 없다.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다. 숲길도, 길옆으로 흐르는 계곡도 정겹다.

비자나무 고목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여행객이 걷고 있다. 나주 불회사에는 비자나무 고목이 많다.
 비자나무 고목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여행객이 걷고 있다. 나주 불회사에는 비자나무 고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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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회사 대웅전. 전각이 자연석 위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지붕이 양 날개를 활짝 편 새처럼 우아하게 생겼다.
 불회사 대웅전. 전각이 자연석 위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지붕이 양 날개를 활짝 편 새처럼 우아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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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불회사도 고혹적이다. 먼저 눈에 띄는 게 대웅전이다. 비자림과 동백림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각이 자연석 위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위압적이지는 않다. 지붕이 양 날개를 활짝 편 새처럼 우아하다. 천장에는 자라, 게, 물고기, 연화문 등이 정교하게 조각돼 있다. 장엄미까지 돋보이는 장식이다. 전각도 주변 산세와 잘 어우러진다.

대웅전이 조선 후기에 지어졌다. 보물(제1310호)로 지정돼 있다. 대웅전에 주존으로 모셔진 불상도 특별하다. 찰흙으로 빚어서 삼베를 덧입힌 다음 옻칠과 금물을 입혔다. 건칠비로자나불좌상이다. 고려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조형성도 빼어나 보물(제1545호)로 지정됐다. 비로자나불의 좌우에 있는 소조보살입상은 전라남도유형문화재다.

불회사의 까치밥. 지난 가을 빨갛게 익은 감이 아직도 주렁주렁 달려 있다.
 불회사의 까치밥. 지난 가을 빨갛게 익은 감이 아직도 주렁주렁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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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회사 비자림과 나무데크. 절집으로 오가는 길에 비자림이 빼곡하고, 그 숲 사이로 나무데크가 놓여 있다.
 불회사 비자림과 나무데크. 절집으로 오가는 길에 비자림이 빼곡하고, 그 숲 사이로 나무데크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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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동광주나들목으로 나가서 광주제2순환도로를 타고 나주 방면으로 간다. 광주-목포간 1번국도 남평오거리에서 전남농업기술원 방면으로 818번 지방도를 탄다. 전남농업기술원과 전남산림자원연구소, 도래마을을 거쳐 나주호반을 따라 다도면소재지를 지나면 불회사 입구에 닿는다. 내비게이션은 전남 나주시 다도면 다도로 1224-142.

이 기사는 전남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비자나무, #불회사, #비자림, #국가산림문화자산, #건칠비로자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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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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