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천 송도 LNG 인수기지 모습.
▲ 송도LNG인수기지 인천 송도 LNG 인수기지 모습.
ⓒ <사진출처·한국가스공사>

관련사진보기


인천 연수구 송도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증설 논란이 결국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주민들의 반발과 연수구의 불허로 증설공사가 지연되자, 손해배상 청구와 행정소송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2013년 4월, 산업통상자원부(아래 산업부)는 국내 천연가스 저장비율을 2012년 11%에서 2027년 21%까지 높이기 위해 LNG 저장탱크를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송도 LNG인수기지 증설은 이 계획에 따라 LNG인수기지 4지구를 건설하는 것이다. 연수구 송도동 348번지 일원(25만 5353.4㎡)에 20만 킬로리터 규모의 LNG 저장탱크 3기와 기화송출설비, 변전소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정부와 가스공사는 1992년 송도 LNG인수기지를 건설할 때, 10만 킬로리터 규모의 LNG 저장탱크 3기만을 건설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 '10만 킬로리터'급 탱크 10기, '14만 킬로리터'급 탱크 2기, '20만 킬로리터'급 탱크 8기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 20만 킬로리터 규모의 탱크 3기를 추가하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발표 후, 연수구 주민들은 반발했다. 특히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송도 LNG인수기지는 당초 송도국제도시와 18km 떨어진 해상에 있었지만, 지금의 거리는 2km에 불과하다. 게다가 2005년에 발생한 저장탱크 가스누출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가중됐다.

이 때문에 LNG인수기지 증설 논란은 2014년 지방선거 때 쟁점으로 부각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당시 '합리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시도시계획위원회는 2014년 8월 'LNG생산(=인수)기지 4지구 건설 사업을 위한 개발행위(토지 형질 변경) 허가 안'을 조건부 가결했다. 연수구민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인천시도시계획위는 ▲ 기존 안전성 평가 용역 결과보다 강화된 안전기준 적용 ▲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른 LNG생산기지 주변지역에 대한 충분한 보상 지원 ▲ 지역주민 의견수렴 등을 승인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 뒤 공은 허가권을 가진 연수구로 넘어갔다. 연수구는 2010년 정말진단 결과 안전 미비 사항 57건이 발견되는 등 주민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 안전 확보 대책 수립 ▲ 기지 주변지역 지원법 제정 ▲ 지역주민 불안 해소 등의 조치를 선행해야 증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스공사, 행정소송 등 검토

인천시도시계획위가 개발행위 허가 안을 조건부 가결하자, 가스공사는 절차에 따라 주민설명회 개최를 수차례 시도했다. 지난 12일 연수구청에서 열려고 한 주민설명회까지, 그동안 모두 다섯 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3차 설명회만 간신히 열렸고, 나머지는 주민 반대로 개회하지 못했다. 5차 설명회는 전과 달리 연수구가 나섰지만, 송도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해 무산됐다.

이에 가스공사는 착공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와 행정심판·행정소송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가스공사 인천생산본부는 "연수구가 착공 서류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가스공사는 다음 주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우선 이재호 연수구청장과 최종 면담을 신청하고, 그 결과에 따라 대응한다는 게 가스공사의 방침이다. 연수구가 허가를 거부할 경우, 인천시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행정소송까지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스공사는 LNG인수기지 증설에 수반되는 변전실공기압축기실·부취탈취실·망루 등 시설 4개의 건축허가 신청서, 기화송출설비·파이프랙 등 공작물 2개의 축조 신고서를 연수구에 여러 차례 제출했다.

하지만 연수구는 '주민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며 반려했다. 행정심판 청구 시, 연수구의 반려 처분이 타당했느냐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연수구청장 "조건 충족해야 허가"

가스공사는 연수구를 상대로 행정소송과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하고 있는데, 이는 인천시행정심판위원회에서 행정심판 청구를 기각할 시 법정에서 다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시공사들과 모든 계약을 완료했다. 시공사인 GS건설과 금호건설은 지난해 인천사무소를 꾸리고 각각 본사 직원 14명과 9명을 파견했다. 하지만 증설공사 착공이 지연되면서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만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공사가 가스공사를 상대로 계약 위반과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금 보전을 청구하면, 가스공사는 연수구를 상대로 소송한다는 것이다.

가스공사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이재호 연수구청장은 '소송은 공사의 권리지만, 사실상 연수구민에 대한 협박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이재호 구청장은 "국책사업이라고 이렇게 밀어붙일 거면 뭣 하러 기초단체를 두냐"고 비판한 뒤, "행정기관을 상대로 한 소송은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소송은 소송대로 진행하면 된다, 반면 연수구는 연수구민의 입장을 대변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14년 인천시도시계획위의 조건부 승인 후 달라진 게 있냐? 없다"라며 인천시도시계획위가 내건 조건을 충족하기 전까지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4.13 총선서 연수구 최대 쟁점' 전망

한국가스공사가 지난 12일 연수구청에서 열기로 한 제5차 설명회는 증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증설를 반대하는 주민과 토론회를 열자는 주민들이 각자 주장을 하고 있다.
▲ 연수구 한국가스공사가 지난 12일 연수구청에서 열기로 한 제5차 설명회는 증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증설를 반대하는 주민과 토론회를 열자는 주민들이 각자 주장을 하고 있다.
ⓒ 김갑봉

관련사진보기


송도 LNG인수기지에 '20만 킬로리터'급 저장탱크 3기가 증설되면 LNG 저장 규모는 기존 288만 킬로리터에서 348만 킬로리터로 는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다.

송도 LNG기지에서 인천과 '서울·경기'에 송출하는 LNG 양은 연간(2013년 기준) 각각 881만6000톤(62.7%)과 525만5000톤(37.7%)이다. 그리고 인천에 송출한 LNG 양의 86%는 화력발전소의 발전용이다.

즉, 인천시민이 사용하는 LNG는 123만 4240톤으로 전체 송출량의 8.8%에 불과하다. 게다가 인천에서 생산한 전기 중 약 20%만이 인천에서 사용된다. 위험시설 집중에 따른 주민 불안은 커지지만, 지원은 미미하다. '인천은 찬밥신세'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송도 LNG인수기지 증설은 수도권매립지 사용기간 연장, 영흥 화력발전소 증설과 함께 정부의 대표적인 '인천 홀대 정책'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2014년 지방선거 이전부터 논란이 그치질 않았다.

송도 LNG인수기지 증설은 20대 총선에서 연수구의 최대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연수구는 이번 총선 때부터 선거구가 둘로 나눠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LNG 인수기지와 인접한 송도국제도시 쪽 후보자들의 입장이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송도 LNG인수기지 증설을 둘러싼 주민단체 간 갈등도 심상치 않다. 5차 주민설명회를 무산시킨 송도국제도시주민연합회는 '인천시장, 연수구청장, 가스공사, 주민대표'로 4자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송도국제도시총연합회·국제도시송도입주자연합회·송도국제도시발전협의회 등은 송도국제도시주민연합회와 입장을 달리했다. 이들은 4자 협의체 구성은 송도 전체 주민의 의견이 아니고, 주민설명회 개최를 저지하는 것은 다른 주민들의 의사 표시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지난 21일 오후 송도컨벤시아에서 LNG 인수기지 증설 관련 토론회를 따로 열었다. 이들은 LNG 저장탱크를 증설하는 과정에서 가스공사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주민들이 느끼고 있는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3개 단체는 사실상 '조건부 승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한준 국제도시송도입주자연합회 회장은 "판례를 찾아보니, 법적으로 (증설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라며 "그렇다면 반대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안전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송도LNG인수기지, #한국가스공사, #연수구, #20대 총선, #송도국제도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