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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친박 중의 '진박' 6명이 20일 오전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한 식당에 모여 함께 행동하기로 중지를 모았다. 사진은 외쪽부터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자으 정종섭 전 행자부장관, 추경호 전 구무조정실장.
▲ 대구의 진박 예비후보들 이른바 '친박 중의 '진박' 6명이 20일 오전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한 식당에 모여 함께 행동하기로 중지를 모았다. 사진은 외쪽부터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자으 정종섭 전 행자부장관, 추경호 전 구무조정실장.
ⓒ 정종섭 선거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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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합리적 차원의 진박, 현실에서의 진박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20대 총선에서 '진실한 사람'을 뽑아달라고 주문했고, 이는 일부 대구-경북 지역민들에게는 꽤나 중요한 어젠다가 되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정국 드라이브의 동력원이기도 한 대구-경북에 박근혜의 진실한 사람들, 즉 '진박' 예비후보들이 본격적으로 20대 총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합리적으로 보았을 때, 진박이라는 단어 자체가 그다지 소구력이 없기 때문이다. 뚜렷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새누리당 내부적으로 구성된 모임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위 '진박' 진영 후보들의 지지율 역시 좀처럼 뜨지 않고 있다. 결국 전략적 재배치까지 일어난 상황이다. 대구지역 민심 역시 좋지 않다.

II. '진'박? 진'박'. 박근혜라는 상징의 파괴력

그러나 경선과 본선 직전까지 진박 후보들의 지지율이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박근혜'라는 존재가 가지는 상징성과 파괴력은 이미 과거에도 입증이 된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박근혜계 정치인들의 24일 신당 '친박연대'의 총선 출정식
▲ 친박연대 출정식 한나라당을 탈당한 박근혜계 정치인들의 24일 신당 '친박연대'의 총선 출정식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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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8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경선에서 당시 친박계 의원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했다. 박근혜 당시 의원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라는 말을 남기며 이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전개했다. 결국 당시 공천에서 탈락한 정치인들은 '친박연대'라는 정당을 창당한다. 여기에 무소속 친박연대 정치인들까지 하면 그 숫자 역시 무시하지 못할 세력이었다.

이들은 18대 총선에서 정당지지율 13%를 얻었고, 지역구 의석까지 합하여 14석을 차지했다. 물론 공천 비리혐의로 비례대표 3석이 당선무효 처리 되었지만, 정당지지율 3위를 기록했다는 점을 보았을 때 선거에서만큼은 분명 성공한 정당이었다. '박근혜'라는 상징 하나만으로 위와 같은 파괴력을 만든 것이었다. 친박연대 돌풍의 핵심 근거지는 대구-경북이었다.  

이번 진박 마케팅 역시 친박연대 사례를 기반으로 둔, '박근혜' 마케팅의 일환인 것이다. 그리고 그 위력이 곧 나타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III. 종교로서의 진박.

결론부터 말을 하자면, 진박 예비후보들이 취하고 있는 전략은 사회학적은 차원에서 '종교'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진박 예비후보들은 지금 하나의 종교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이해관계를 따지는 도구적 합리성이 아니라, 특정 상징을 추구하는 가치합리적 선거 결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
▲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
ⓒ www.socialsciencespac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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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종교가 사회를 '통합'시키는 핵심적인 요소임을 주장하며, 종교에 관한 아주 유명한 정의를 내렸다. "종교는 성스러운 것에 대한 믿음과 실천의 통일된 체계이다. 그 믿음과 실천은 그것을 믿는 모든 사람들을 교회라고 불리는 하나의 도덕적 공동체로 규합시킨다."가 그것이다.

그리고 공동체성을 만들어 내는 종교는 성(聖)과 속(俗)의 구분을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분석하였다. 성(聖)스러운 것은 진짜 초자연적인 무엇인가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고 뒤르켐은 주장했다. 성스러운 것이라고 여겨지는 대상의 '상징물'을 섬기는 것이다. 또한 이 상징물은 해당 종교를 섬기는 집단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또한 사람들은 성스러운 것에 대하여 실용성을 따지지 않고, 존경심과 경의를 가지고 대한다. 또한 속스러운 것과 꼭 분리를 하며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성(聖)스러운 상징물은 '박근혜' 그 자체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성스러운 상징을 더욱 부각시켜주는 속(俗)스러운 존재는 김무성 대표의 전횡이며,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배신이다. 친박계 후보들은 위와 같은 성(聖)과 속(俗)의 부각시키는 차원에서 '진박'이라는 단어로 규정되기를 희망하고, 또 이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에 있는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선거사무소. 곽 전 수석은 중남구로 선거구를 옮기기로 했다.
▲ 곽상도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전경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에 있는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선거사무소. 곽 전 수석은 중남구로 선거구를 옮기기로 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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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진박 예비후보들은 '진실한 사람', '의리', '박근혜'라는 단어들을 자주 구사하며, 진박으로 분류된 인사들끼리 하나의 조직을 형성한 듯한 모습을 자꾸 노출시키고 있다. 이는 성스러운 것을 기리는 긍정적 종교의례(儀禮)이며, '배신' 과 같은 단어들은 부정적 종교의례(儀禮)이다. 위와 같은 의례를 통해서 진박 후보들은 자신들의 결속을 다지며, '박근혜'라는 성스러운 상징을 떠받드는 사제의 모양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IV. 종교로서의 진박의 지지율 상승은 필연, 이에 대항하는 비박의 전술. '각개격파'

위에도 언급하였듯이 현재 진박 예비후보들의 지지율은 낮은 상태이다. 그러나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선거가 다가올수록 '박근혜' 마케팅이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본다. 박근혜라는 종교의 성지(聖地)가 대구-경북 지방이며, 아직까지 이를 추종하는 유권자들의 수가 무시 못할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개발 논리까지 동원 된다면 청와대의 지원을 받는 후보에 대한 도구합리적 지지 역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해체하기 위한 속(俗)스러운 존재인 비박계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다시 뒤르켐으로 돌아가보자. 뒤르켐이 처한 당시 프랑스 사회는 잦은 혼란으로 인해 공동체가 깨지고 있는 혼란의 시기였다. 현대에 와서도 공동체의 붕괴는 큰 사회문제로 지적되는데 18~19세기의 공동체 붕괴는 재앙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비박계는 전략을 구성해야 한다. 진박이라는 종교 '공동체'를 붕괴시켜야 하는 것이다. 전략적 차원에서 진박을 핵심 구성 예비후보들이 패배하고 있는 여론조사를 활용하고, 그들의 '공동체성'에 금이 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진박' 자체를 상대하기 보다는 각개격파 차원에서 공동체를 붕괴시켜야만 선거 정국에서 진박 '바람'을 맞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대로 진박 공동체가 유지되도록 놓아두어서는 비박계의 미래는 휘청거릴 수도 있다. '박근혜'라는 상징은 이해관계에 기반한 도구합리성이 아닌, 말 그대로 박정희-박근혜로 이어져 오는 '상징'으로서의 가치합리성에 의해 지지를 받는 성(聖)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는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것 역시 위 지점에서 기인한다.

결과적으로 비박계의 살길은 진박의 공동체 마케팅을 와해시키는 '각개격파' 방식이 최적의 전략인 것이다.



태그:#진박, #비박, #뒤르켐, #종교, #성(聖)과 속(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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