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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지난해 9월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총력투쟁 선포 대회'를 열어 '임금피크제 반대, 성과급제 폐지, 퇴출제 저지'라고 적힌 풍선을 무대 앞으로 옮기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지난해 9월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총력투쟁 선포 대회'를 열어 '임금피크제 반대, 성과급제 폐지, 퇴출제 저지'라고 적힌 풍선을 무대 앞으로 옮기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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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공무원에 대한 사실상 해고인 '성과평가 퇴출제'가 공직사회의 분노를 증폭시키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아래 공무원노조)은 20일 오전 충북 청주시청을 순회하며 성과평가 퇴출제에 대해 홍보하는 시간을 가졌다. 충북에서 공무원노조 소속 9개 시·군 지부 중 조직률이 비교적 떨어져 보수로 분류되는 청주시 공무원들마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이날 홍보에 나선 이재광 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정부가 밀어붙이는 퇴출제의 폐해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성과 평가가 진행되면 적극적인 투쟁 동참을 주문했다.

청주시 조합원들 앞에선 이 수석부위원장은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해 공무원들의 노후 생존권인 공무원연금을 대폭 삭감했다"며 "이도 모자라 직업 공무원제를 파괴하고, 공무원을 정권에 충성하는 도구로 만들기 위해 퇴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이어 "수만 가지가 넘는 공무원의 일을 계량화해 평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결국 공무원을 줄 세우기 시켜 국민에게 봉사하기보다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기 위한 정부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도 시행으로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퇴출제에서 자유로운 공무원은 아무도 없다"며 "성과평가 결과에 대한 적극적인 이의 신청과 성과금 반납투쟁, 내달 27일 개최되는 공무원 결의대회에 많이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10월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해 저성과자 퇴출 방안을 내놓았다. 공무원노조는 이에 반발해 다음달 27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정권에 절대복종하는 공무원 양산

청주시청 공무원이 전국공무원노조에서 나눠준 홍보물을 유심히 보고 있다.
 청주시청 공무원이 전국공무원노조에서 나눠준 홍보물을 유심히 보고 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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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의 순회를 접한 청주시 공무원들의 얼굴에선 긴장과 분노가 교차했다. 서로 돕는 문화가 일상화된 공직사회가 붕괴로 이어지거나, 정권에 절대 충성하던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청주시 소속 공무원 최아무개씨(행정5.56)와 이아무개씨(시설6.50), 정아무개씨(세무6.48)  등을 통해 공직사회 분위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그들과의 대화 내용이다.

- 정부에서 공무원도 퇴출시키겠다고 하는데 의도가 뭐라고 보나.
"한마디로 국민의 공무원이 아닌 정권에 절대 복종하는 공무원만 살아남기겠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일은 보험 모집인이나 자동차 딜러처럼 계량화 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평가 확대로 퇴출제를 강행하는 것은 공무원을 정권의 입맛에 맞게 길들여 하수인으로 부리겠다는 것이다. 과거로의 회귀가 명약관화하다."

- 과거로의 회귀라니 무슨 말인가.
"솔직히 나도 신규 공무원 시절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 선거철에 담당 마을에 출장을 나가 그 마을 사람들의 성향 분석을 했다. 여당은 동그라미, 중립은 세모, 야당은 엑스 이런 식이다. 그래서 중립인 사람들 집을 방문해 정권에서 제공한 돈으로 고무신이며 막걸리 등을 사줬다. 성과평가에 의한 공무원 퇴출은 이렇게 정권에 절대복종하는 공무원은 양산하게 될 것이다."

- 퇴출제가 과거 일부 자치단체에서 시행하다가 그만둔 것으로 아는데.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현장시정추진단'이란 이름으로 부서별 3%를 의무적으로 할당해 퇴출시키는 제도를 운영했다. 구성 기준은 '무사안일 직무 태만자, 조직 내 화합을 해치는 자, 품위와 이미지를 훼손한 자' 등으로 정했다. 하지만 선정된 공무원 중에는 제도의 취지와 달리 장애인과 질환자, 신규공무원 등이 상당수 포함됐다.

퇴출제가 시행되고 부서 직원 간 협업은커녕 정보교류도 끊어지고 사무실 분위기가 정글처럼 바뀌었다. 시민에게 봉사하기보다 평가자에게 뇌물을 주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결국 제도 시행 2년여 만에 폐지되는 수모를 겪은 것으로 안다. 또 그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대상 공무원들의 인격과 명예에 관한 권리를 침해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서기도 했다."

개혁은 하위직보다 정부와 장관이 먼저

20일 오전 성과평가 퇴출제 홍봉 나선 전국공무원노조 홍보단이 충북 청주시청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
 20일 오전 성과평가 퇴출제 홍봉 나선 전국공무원노조 홍보단이 충북 청주시청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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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 퇴출제도를 추진하는 인사혁신처에 불만이 많겠다.
"인사혁신처가 생긴지 1년을 넘기고 있다. 누리집 기관소개란에는 '국민은 섬기고, 삶은 행복하게. 공무원이 웃어야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공무원을 웃게 하기는 커녕 노후 생존권을 파탄 내는 것도 모자라, 쉬운 해고를 추진하는 등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수백만 공무원가족들의 반대 속에서 공무원연금 개악을 밀어붙였다. 또 임금피크제, 성과급제 확대와 저성과자 퇴출제를 도입해 임금하락, 공직사회 분열갈등, 신분불안을 야기시키고 있다. 퇴출제 시행은 절대다수의 국민이 아닌 정권의 입맛에 맞는 공무원,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하는 공직사회를 만들겠다는 뜻과 다름없다."

- 인사혁신처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위직 공무원의 기 살리기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먼저 공무원의 보수를 현실화 하고 직급 간 보수격차 축소, 연금지급 개시연령 연장에 따른 소득공백 해소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또 공무원 승진기간 단축방안과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 등 하위직 공무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 공직사회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견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개혁은 하위직보다 정부와 장관 등 고위직 공무원이 먼저다. 역대 정권들은 항상 집권 초기 공직사회 길들이기를 시도하면서 공직자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국민들로부터 분리시키고 공직자들의 자존심을 훼손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개혁은 그들 입맛에 맞는 개혁,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개혁, 자신들의 부도덕성을 가리기 위한 개혁이었을 뿐이다.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 정부 기관이 불법으로 대선에 개입했다. 또 현 정부 3년간 총리, 장관 등 관료들의 임명과정에서 보여준 부정부패와 병역비리, 성완종리스트로 대변되는 정권비리가 국민들이 공직사회를 불신하는 근본 이유다. 그럼에도 이런 부정을 가리기 위해 묵묵히 일하는 하위직 공무원을 비리, 무능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태그:#성과평가, #퇴출제, #공무원, #해고, #전국공무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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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이 세 아이가 학벌과 시험성적으로 평가받는 국가가 아닌 인격으로 존중받는 나라에서 살게 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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