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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소소한 풍경 중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빨랫줄
▲ 빨랫줄 골목길 소소한 풍경 중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빨랫줄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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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신영복 선생님은 살아생전 한 인터뷰에서 "소소한 기쁨이 큰 아픔을 이겨낼 수 있다"라고 하셨다. 작은 기쁨이 작지만 않은 이유는 바로 이런 까닭이며, '작은 것이 아름다운'이유도 이런 의미들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소소한 풍경', 나는 이것들을 사랑한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풍경들은 뷰파인더에서 새롭게 자리하고, 프레임으로 재단돼 들어온 풍경은 현실을 전부 보여주지 않는다. 전부 보여주지 않음으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그 상상은 다양한 이들의 상상과 어우러지며 본래 존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사피엔스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신화화할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사피엔스의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었고, 이를 통해 다른 종에 비해 사피엔스는 커다란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 유발 하라리의 주장이다.

작고, 소소한 일상의 풍경들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와 상상이 더해지는 순간 그것은 그것이 아니다.

골목길 소소한 풍경 빨랫줄과 빨래집게가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 빨랫줄과 그림자 골목길 소소한 풍경 빨랫줄과 빨래집게가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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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그러니까 제법 오래된 사진이다.

아마 지금 이 풍경은 사라지고 없을 것이며, 뷰파인더에 담김으로써 '단 하나의' 찰나의 순간으로 남았을 것이다. 사진의 속성이기도 하겠지만, 모든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담은 단 하나의 사진인 것이다.

그리하여,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단 하나뿐인 찰나의 예술작품이 되는 것이다.

예술이라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며, 소위 작가들의 전유물도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예술일 수 있다. 단지, 그것이 어떻게 해석되고 읽혀지느냐의 문제는 별개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군산철길마을의 역사를 아는 분들이라면, 철길마을 골목길의 소소한 풍경들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들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일제시대 수탈의 현장이었다는 점을 간과한다면 그저 밋밋한 골목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단 하나밖에 없을 골목길 풍경
▲ 골목길 풍경 단 하나밖에 없을 골목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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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군산철길마을 사진을 문득 꺼내게 된 것은 최근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한일간의 협약이 한몫했다. 이것이 제대로 된 협약이라면, 아베를 위시한 일본 보수세력의 발언만으로도 이 협약는 무효가 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마치 일제강점기로 돌아간 듯이 대한민국의 권력이 검찰과 경찰을 동원해서 오히려 소녀상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을 겁박한다.

일본의 그 무례한 언동들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못하면서, 일제강점기에 막 피어나던 소녀들을 지켜주지도 못했던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강요하고 있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서 알고 있는 협약의 내용이 전부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면합의가 있지 않고서는 이렇게 할 수가 없다.

정부를 불신하는 일개 국민의 '의혹'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의혹을 품도록 만드는 국가가 이런 의혹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 아닌가?

일제강점기에 친일을 했던 이들과 그 자손들은 친일의 대가로 그들의 부를 지킬 수 있었고, 후손들은 그 부를 재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독립운동가와 그들의 후손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다는 이유로 모든 기반들을 상실했으며, 대다수의 후손들은 가난을 대물림하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조차 힘든 삶을 강요당했다. 그야말로 해방 후에도 친일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친일파들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생활을 영위했던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요직을 차지하고 권력의 기반이 된 이들은 자신들의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한 역사를 기록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를 실현하고자 한다. 국정화교과서가 그 하나의 시도이며, 이승만을 국부로 추앙하고자 하는 이들이 그런 시도를 하는 주축을 이루고 있다.

햇살과 그림자가 만들어 낸 골목길 벽화
▲ 골목길 풍경 햇살과 그림자가 만들어 낸 골목길 벽화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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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나라의 권력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자신들의 뜻과 다르면,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으면 죄다 '빨갱이'로 몰아버리면 그만이다. 그런 장단에 춤추는 이들이 도처에 넘쳐나는 세상으로 만들었다.

분단의 상황을 어떻게 이용해야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익히 알고 있기에, 국가를 위한다거나 국민을 위하는 것에는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이용한다. 그들은 손도 안대고 코를 풀고, 그 더러운 배설물은 그 장단에 놀아나는 이들뿐 아니라 대다수 선량한 국민들이 감내해야할 몫으로 남는다.

그런데도 선거철만 되면, 너도 나도 국민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한몸 불사르겠다며 넙죽거린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국민 위에 군림한다.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 되지만, 오히려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도록 만들었다.

단순하지만 많은 생각의 창고가 되는 골목길 풍경
▲ 골목길 풍경 단순하지만 많은 생각의 창고가 되는 골목길 풍경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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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골목길 풍경, 그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지 못하게 하는 현실을 살아간다.

개인적으로 까칠해서인지 모르겠느나, 도대체 이 시대는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을 보아도 현실의 문제만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내가 까칠한 것인지, 시대가 까칠한 것인지….

군산철길마을의 골목길에서 만난 소소한 풍경들, 그들을 다시 꺼내어 보면서 나는 마음을 다스린다. 여전히 거기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으로 위로를 받는다. 물론, 골목길 풍경을 통해 보여지는 그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절망의 그림자를 능히 이길 수 있는 소소한 희망, 소소한 기쁨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이지만, 고 신영복 선생님이 우리에게 들려주신 대로 "소소한 기쁨이 큰 아픔을 이겨낼 수 있다"는 현실을 본다.


태그:#골목길풍경, #빨랫집게, #군산철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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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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