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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와도 대학생들의 농성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눈이 와도 대학생들의 농성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 대학생 겨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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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우박이 떨어지고 함박눈이 내려도 소녀상 옆에는 대학생들이 있습니다. 15일로 농성 17일 차. 영하 8도의 추운 겨울 날씨 속에도 우리는 집이 아닌 거리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토록 간절히 소녀상을 지키는 이유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제대로 된' 해결입니다. 정부가 원하는 해결이 아니라 할머니가 말하는 해결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피해사실을 증언하시면서 눈물을 흘리는 이용수 할머니
 피해사실을 증언하시면서 눈물을 흘리는 이용수 할머니
ⓒ 대학생 겨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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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열다섯 살에 끌려갔습니다. … 죽을 뻔한 일을 몇 번이나 당했습니다. 저는 엄연한 피해자입니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 발족 기자회견 자리에서 나온 말입니다. 당시 이용수 할머니는 자신의 겪은 피해 사실을 다시 한 번 증언하셨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잔인한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세상에 알린 지 24년이 지났는데, 그 피해가 생긴 지 70년이나 지났는데, 어째서 아직 그 사실을 아프게 또 이야기해야만 하는지 화가 났습니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한일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관련 합의를 마쳤다고 했습니다. 일본 언론은 이를 두고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합의 내용은 참담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강제성 인정, 국가배상, 후속조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민간단체가 설치한 소녀상 이전 가능성까지 거론됐습니다.

할머니들이 해온 20여 년의 싸움이 역사에서 사라지는 순간이었지요. 일본대사관 앞에서 목 놓아 외쳤던 사죄요구는 '대리사죄'로 끝이 났고, 10억 엔에 소녀상이 거래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해결'이란 말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 채, 또다시 일본에 우리의 자존심을 내주었습니다.

관련 소식을 듣자마자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대학생 동아리 '대학생 겨레하나'에서 활동하는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위안부 합의의 진상을 알려야 했고, 소녀상을 지켜내야 했습니다. 국가가 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211차 수요시위가 끝난 직후,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농성이 시작되었습니다.

1211차 수요시위 직후, 우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습니다

소녀상을 지키면서 지나가는 시민께 소녀상의 의미를 해설했습니다
 소녀상을 지키면서 지나가는 시민께 소녀상의 의미를 해설했습니다
ⓒ 대학생 겨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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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을 시작한 또 다른 이유는 "다시는 우리 같은 피해자들이 없기 위해서는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할머니들의 요구입니다. 할머니들이 원하시는 대로 이루어지길 우리는 간절하게 바랍니다.

새해를 며칠 앞두고 굳이 위안부 문제를 2015년 내에 합의하겠다고 양쪽 정부가 주장한 이유 중 하나가 '미국의 압박 때문'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합의 이후 한국, 일본과 미국이 즉시 환영 입장을 내보였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했다고 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위안부 관련 합의 타결은 북한 핵실험이라는 도전에 대한 한·미·일의 공동 대응능력을 강화시켜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말은 무엇을 뜻할까요. 그동안 한일 간의 걸림돌이었던 양국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군사동맹을 더욱 강화하라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언제까지 농성할 거냐고요?

매일 오후 7시 이곳에서 촛불문화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매일 오후 7시 이곳에서 촛불문화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 대학생 겨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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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농성하실 계획인가요?"

농성장에 앉아 있으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경찰, 대학생 노숙집회 수사에 착수했다'는 기사도 보았습니다.

우리는 소녀상을 지키고 싶습니다. 이와 함께 할머니들의 눈물, 대한민국의 자존심, 그리고 올바른 역사를 지키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까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찰의 수사가 두렵지도 않습니다.

우리 옆에는 대학생들을 응원하는 시민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고마운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새해를 거리에서 보내느라 떡국도 못 먹은 대학생들을 위해 직접 떡국을 끓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를 지키는 방법을 보여줘서 고마워요."
"이런 대학생들이 있어 우리 사회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옆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대사관을 바라보며 투쟁하는 소녀상이 있습니다. 시민들도 함께 해주십시오. 대학생들은 오늘도 내일도 소녀상과 함께할 것입니다.

침낭 하나로 추운 겨울 밤을 소녀상과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침낭 하나로 추운 겨울 밤을 소녀상과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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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본군'위안부', #위안부, #할머니, #소녀상,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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