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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세계>(1), (2), (3) (지은이 오슈타인 가아더 / 옮긴이 장영은 / 펴낸곳 ㈜현암사 / 2015년 12월 23일 / 값 각권 9,000원>
 <소피의 세계>(1), (2), (3) (지은이 오슈타인 가아더 / 옮긴이 장영은 / 펴낸곳 ㈜현암사 / 2015년 12월 23일 / 값 각권 9,000원>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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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는 호기심 많고 감수성 예민한 14살 소녀입니다. 어느 날, 초록색 우체통에 들어있는 편지 한 통을 받게 됩니다. 우표도 붙어있지 않고, 보낸 사람 이름도 없이 '클뢰베르베이엔 3, 소피 아문센'이라고만 적혀있는.

편지봉투를 뜯어보니, 아주 작은 쪽지에 손으로 적은 '너는 누구니?'라는 글자만 달랑 적혀 있습니다. 엉뚱하기 그지없는 편지를 읽고 난 소피는 자신도 모르게 '너는 누구니?'라는 질문을 반복합니다.

며칠 후, 소피는 또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그 편지 역시 '세계는 어디에서 생겨났을까?'라고만 적혀 있는 이상한 편지였습니다. 소피는 자신도 모르게 술래가 돼 이상한 편지에서 뜬금없이 묻고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합니다.

소설로 읽는 철학 <소피의 세계>

<소피의 세계>(지은이 오슈타인 가아더, 옮긴이 장영은, 펴낸곳 ㈜현암사)는 숨바꼭질만큼이나 쉬 정리되지 않는 철학, 얽히고 설켜있는 사건현장 만큼이나 복잡하기 그지없는 철학 세계를 술래가 된 소피가 찾아내고, 탐정이 된 소피가 추리해 가고, 이해해 가며 철학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내용입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편지는 소피에게 계속 전달됩니다. 소피는 편지에서 묻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그러며 자연철학자들도 만나고,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 그들이 주창한 철학을 만나며 이해해 나갑니다.

소피가 그런 철학자들과 철학의 세계를 만나는 건 온전히 편지를 통해서입니다. 처음엔 보낸 사람 이름도 없는 편지였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알베르토 크녹스'라는 사람이 쓴 편지를 받게 됩니다.

이날 오후 소피는 세 가지 수수께끼와 마주했다. 첫 수수께끼는 누가 이 두 통의 편지를 소피네 집 우편함에 넣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두 번째는 이 편지들에 적혀 있는 어려운 질문들이다. 그리고 마지막 수수께끼는 힐데 묄레르 크나그는 누구이며 왜 소피가 이 낯선 소녀의 생일 축하엽서를 받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소피의 세계>(1) 27쪽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에 세 가지 형태가 있다고 믿었어. 첫 번째 형태는 쾌락과 만족을 누리는 삶이야. 두 번째는 자유를 누리는 책임감 있는 시민의 삶이고, 세 번째는 탐험가와 철학자의 삶이지. - <소피의 세계>(1) 177쪽

지난 어느날, 초등학교 운동장에 매달려 있던 비닐봉투 속 그 편지는 어떤 내용의 편지였는 지가 문득 궁금해 집니다.
 지난 어느날, 초등학교 운동장에 매달려 있던 비닐봉투 속 그 편지는 어떤 내용의 편지였는 지가 문득 궁금해 집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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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가 편지글을 통해 알아가는 철학, 그 철학을 주창한 사람들 생각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받은 편지 수가 늘어나는 만큼 '알베르토 크녹스'의 정체도 조금씩 밝혀집니다.

이름도 모르던 상태에서 '알베르토 크녹스'라는 이름을 알게 되고, 비디오를 통해 모습을 보게 되고, 전화 통화로 목소리를 듣게 되고... 결국엔 서로 만나 얼굴을 마주보며 철학에 대해 묻고 철학자의 세계에 대해 설명을 합니다.

"스크루지와 성냥팔이 소녀 덕분에 마르크스의 생각을 별 어려움 없이 이해하겠어요." - <소피의 세계>(3) 111쪽

"두꺼비는 지네에게 편지를 썼어. '훌륭하신 지네님! 저는 당신의 멋진 춤 솜씨에 넋이 나가버렸답니다. 그런데 저는 당신이 춤출 때에 움직이는 방법이 무척 궁금해요. 228번째 왼쪽 발을 들고 나서 59번째 오른쪽 발을 드시나요? 아니면 26번째 왼쪽 발을 들고 나서 299번째 오른쪽 발을 들어서 춤을 시작하나요? 당신의 답장을 기다리겠습니다. 다정한 인사를 보내며 두꺼비가.'" - <소피의 세계>(3) 180쪽

옛날에 1000개의 다리로 멋진 춤을 추는 지네가 있었습니다. 질투를 느낀 두꺼비는 어떻게 하면 지네가 더 이상 춤을 추지 못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궁리하다 편지를 보냅니다.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춤을 추던 지네는 이 편지를 읽고 움직임과 발놀림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며 더 이상 춤을 추지 못하게 됩니다. 

소피가 프로이트를 알아가는 과정에 들은 설명으로, 예술가들에게는 자유롭고 자발적이며 무이식적인 활동을 통해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어떤 것들이 있는데 이성과 깊은 생각이 이런 능력을 통제한다는 걸 알기 쉽고 재미있게 알려줍니다.

14살 소녀 눈높이, 소설로 읽는 철학은 쉬워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철학이 딱딱하고, 어렵고, 복잡하고, 지루함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소피를 통해서 만나게 되는 철학은 이유식만큼이나 부드럽고, 옛날이야기만큼이나 쉽고, 호기심과 긴장감 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수 없습니다.

소피가 알아가는 철학, 소피가 이해하게 되는 철학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철학적 사고를 길러주고 철학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는 과정으로 발전합니다. 소피에게 배달된 편지 한 통, '너는 누구니?'라는 아주 간단한 말로 시작된 철학 이야기는 소피와 소피 주변 사람들이 모두 함께 하는 철학 가든 파티로 이어집니다.

물론 크녹스 선생님도 함께 하는 파티입니다. 어쩌면 철학은 크녹스 선생이 가든파티에서 한 말, "진실은 이 가든파티가 모두 말장난일 뿐입니다. 그것만이 이 모임에서 최소한의 이성입니다"처럼 말장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세 가지 형태의 행복 중 하나니 <소피의 세계>를 통해서 새기게 되는 철학은 행복 중 하나를 추구해 나가는 작은 실천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소피의 세계>(1), (2), (3) (지은이 오슈타인 가아더 / 옮긴이 장영은 / 펴낸곳 ㈜현암사 / 2015년 12월 23일 / 값 각권 9,000원>



소피의 세계 (합본) - 소설로 읽는 철학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장영은 옮김, 현암사(2015)


태그:#소피의 세계, #장영은,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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