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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정치는 총선을 앞두고 다시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여당은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의 입김에 부들부들 떨고 있고, 야당은 내부 분열의 길로 다가가고 있다. "다 같이 청와대로 쳐들어가자"라고 외치는 집회시위는 있을지언정, "다 같이 국회로 쳐들어가자"라고 외치는 집회시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의회 위기의 시기이자 정치 위기의 시기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러한 시기에 한국 정당들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직까지도 과거의 영광과 구시대적 패러다임에 사로잡혀서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 특히 '청년'이라는 존재는 정치에서 실종됐다. "오늘의 20·30대의 청년들은 6.25 이후 처음으로 부모보다 못 사는 세대가 될 것이다"라는 예견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시대정신 구현하는 정치, 젊은 세대가 해야 가능하다

청년단체들이 지난해 8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청년단체들이 지난해 8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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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나라 정치는, 특히 야당의 정치는 반대를 위한 정치에만 집중해 왔고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소위 말하는 486세대 정치인 이후 이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정치인은 전혀 양성하지 않았다. 그 책임을 486세대 정치인에게 묻자 현재 대부분의 486세대는 쥐 죽은 듯이 숨어 있는 판국이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국민의당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낡은 진보와 수구보수를 지양하고 30대와 40대가 국회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방향을 설정한 듯하나, 이번 창당 발기인 대회의 발기인 명단을 보면 결국 다른 당과 다르지 않다. 심지어는 세 확장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낡은 진보라고 평가받거나 수구보수라고 평가받는 인사들도 포함시켰다.

여당의 정치는 더욱 심각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정권을 유지하는 데에만 집중해 왔고 시대를 주도해 나가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한 흔적이 거의 없다.

새누리당은 소선거구제·단순다수제 정치제도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적대적 공존 상태에 대한 주요 원인이자, 의회 위기의 원인임을 알면서도 불구하고, 본인들이 의석을 쉽게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가 이미 과거의 시대가 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를 극복하여 그 너머의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정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 그렇다면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현시대의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는, 그리고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세대가 이 시대를 이끌어 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세대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산업화 세대의 선배와 민주화 세대의 선배는 지혜와 철학, 그리고 경험을 나눠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정치와 국가의 원동력을 젊은 세대로부터 얻어야 한다.

시대착오적 행동 하는 정치권, 변화해야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청년유니온의 사진. '올려야 한다'라고 적은 벽의 문구가 인상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청년유니온의 사진. '올려야 한다'라고 적은 벽의 문구가 인상적이다.
ⓒ 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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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20~34세 청년들에게 설문조사를 하였더니, 절반에 가까운 청년들이 '붕괴와 새로운 시작'(46.4%)을 원했다고 한다(2016년 1월 1일자). 이들은 "과도한 경쟁, 비교,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나고 싶다" "지나친 경쟁사회에서 삶의 의미를 생각하기보다 그저 살아가기를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으며, 그들이 원하는 사회에 대해서는 행복과 여유, 정신적인 만족, 다양성의 존중, 공동체, 소통이 있는 사회 등을 꼽았다고 한다.

위 설문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앞으로 이 시대를 이끌어 나갈 청년 세대들은 더 이상 산업화의 문제와 민주화의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다. 이미 지금의 젊은이들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그것을 만들어낸 선배 세대들을 존경하고 있다.

그들은 산업화와 민주화 패러다임을 몸에 체화하고 있는 세대이기 때문에, 이제는 "민주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산업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는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고, "행복과 여유, 공동체, 소통, 공존"을 이야기한다.

즉,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이 극에 달하면서 치열한 경쟁에 지친 많은 젊은이들이 공공선의 회복을 갈망하고, 공존의 시대를 원하고 있다. 기성세대나 기성정치인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반값 등록금 운동, 알바 노조 활동, 청년 유니온 활동 등도 결국 공존과 공공선의 회복을 갈망하는 청년들의 의지에 의해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대들이 시대정신이라 부르는 것은, 실로 매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저자(著者) 양반들 자신의 정신이라네. 그래서 실로 한탄할 만한 일들이 종종 벌어지지!"

"그러나 이 세계! 인간의 마음과 정신! 모두가 이것들에 대해 무언가 알고 싶어 합니다."

이는 괴테의 대표작인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가 제자인 바그너와 나눈 대화이다. 위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떤 시대이든 그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있게 마련이고 모두가 그 시대정신을 알고 싶어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워서 보통 그 시대가 지난 후에야 그 시대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러나 적어도 시대착오적인 행동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현재 여당과 야당, 즉 정치권 모두가 아직도 과거의 영광과 구시대적 패러다임에 사로잡혀서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시대착오적인 정치를 할 때가 아니라 새로운 세대와 함께 공공선과 공존을 추구하는 정치를 해야 할 때다. 언제까지 정치권은 기성세대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세대를 배제하고 응답하라 1988만 찍고 있을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안희철 시민기자는 법무법인 양재 변호사,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이사입니다.



태그:#정치, #정당, #청년, #세대, #안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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