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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을 피하려 옷깃을 여미다 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굳게 닫히는 겨울입니다. 지금보다 힘겹고 어려운 시절에 겪던 '유난히도 추운 겨울'은 아니겠지만, 훈훈한 마음을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는 더욱 찾아보기 어려운 요즘입니다.

그렇지만 기억할 수는 있겠지요. 내가 함께하지 못했어도, 나와 크게 상관없는 일이라도, 따뜻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전하던 온기 말입니다. 한겨울이면 유독 그리워지는 그때를 기억하며,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마땅한 이유가 없어도 오래 간직하며 다시 꺼내보고 싶게 하는 따뜻한 이야기를 정성스레 담았습니다.

교황님, 그 옷밖에 없으세요?

 교황님, 그옷밖에 없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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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 그 옷밖에 없으세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 아이들이 보내는 그림편지 / 데레사 유치원 어린이들 그림, 이민 해설 / 이유출판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다녀갔습니다. 많은 이가 반겼고, 교황 또한 기억에 남을 말과 행동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눈에는 교황의 옷이 들어왔나 봅니다.

데레사 유치원 아이들은 교황의 모습을 보고는 "왜 똑같은 옷만 계속 입어요?", "그 옷밖에 없어요?"라 물으며 교황의 하얀 옷과 모자 그리고 십자가 목걸이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아이들은 교황에게 새로운 옷을 선물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진짜 옷은 아니고 아이들이 상상한 옷을 교황에게 입힌 그림엽서를 만들어 교황에게 보낸 겁니다.

하얀 옷이 심심했는지 알록달록 색을 입힌 옷이 차례로 나왔고, 축구를 좋아하는 교황을 위해 축구 유니폼을 그린 아이도 있었습니다. 긴 옷을 입으면 넘어지기 쉽다며 몸에 붙는 옷을 그린 아이도 있었고요. 옷은 이렇게 다양하지만 아이들이 교황에게 전한 이야기는 한결같습니다.

아픈 사람을 위해 기도해 달라, 가난한 이를 도와 달라. 정성이 가득 담긴 그림엽서를 받은 교황은 손수 편지를 보내 이에 화답합니다. '사랑으로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꿈만 같은 이야기를 경험한 아이들의 마음에는, 정말 그런 세상이 가능하다는 기대, 그렇게 만들며 살아가겠다는 다짐이 가득하지 않을까요. 이 이야기를 전해 듣는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남쪽 나라에서 보낸 나의 겨울은 따뜻했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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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이야기만 들어도 충분히 따뜻해지셨나요? 아니면 여전히 부족하신가요. 이번에는 정말 따뜻한 곳으로 떠납니다. 12년 동안 80여 나라를 다닌 도보여행가 김남희는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에서 발리, 스리랑카, 치앙마이, 라오스의 온기를 전하는데, 무채색의 겨울을 보내는 와중에 형형색색 펼쳐진 이국의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겨울 추위를 잠시는 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정말 자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인가 봅니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그곳에서 펼쳐지는 삶의 풍경은 왠지 여유롭고 느긋하여, 물질로 가득하지만 늘 물질이 부족한 이곳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전합니다.

작가는 "치안이 좋아서 혼자라도 안심하고 지낼 수 있고, 감수성을 자극할 만한 자연이나 전통이 남아 있는 곳"이었으면, "딱히 만날 사람도 없고, 꼭 사고 싶은 물건도 없고, 꼭 봐야만 하는 것도 없는 곳. 덜 쓰고, 덜 가지고, 덜 만남으로써 느긋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이곳들을 찾았다고 합니다.

추위를 피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겠지만, 집안에서 반팔 반바지를 입고 보일러로 열기를 채우는 모습으로는, 그곳에 간다 해도 따뜻한 겨울은 만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어쩌면 자연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듯, 사람 또한 자연을 그렇게 지켜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희년, 겨울을 살며 봄을 꿈꾸다

 오늘을 위한 사회적 상상, 희년
 오늘을 위한 사회적 상상, 희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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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진 주빌리> 오늘을 위한 사회적 상상, 희년 / 양희송 지음 / 메디치미디어

결국 우리가 따뜻해지려는 건 오늘 추위를 피하고 나를 지키려는 자세이기도 하지만, 나뿐 아니라 주변과 세상이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할 겁니다. 물론 이런 마음이 드러나려면 계기가 필요할 텐데요, 고대 유대교-기독교에는 희년(禧年, jubilee)이란 전통이 있습니다.

50년을 주기로 부채와 노예와 토지의 소유를 본래대로 되돌려 사회를 다시 시작하는 방식인데, 한 사회를 주기적으로 멈추고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입니다. 신학자 양희송의 <이매진 주빌리>는 희년의 유래와 의미를 설명하며, 이런 사회적 상상이 오늘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제안하는 책입니다.

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한국사회에서 빚을 탕감해준다는 건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킨다는 우려로 금기시되었습니다. 희년 사상은 빚에 몰린 구성원에게 물어야 할 것은 그들의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우리의 도덕적 책무라고 말합니다. 자비심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사회의 안전망을 돌아보자는 말입니다.

고대와 다른 사회 시스템을 갖춘 오늘날, 이전처럼 50년마다 토지의 소유를 원래대로 돌릴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희년 제도가 왜 그런 방식을 택했는지 돌아본다면, 안과 밖의 경계를 공고히 하며 너와 나를 구분하려는 태도가 세상을 얼마나 더 차갑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볼 수는 있겠습니다. 더불어 이 차가운 세상에서 벗어날 상상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저는 오늘도 겨울을 살며 봄을 꿈꿉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태근님은 알라딘 인문 MD입니다.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교황님, 그 옷밖에 없으세요? -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 아이들이 보내는 그림편지

데레사 유치원 어린이들 그림, 이민 해설, 이유출판(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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