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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범님!"

여기는 첫째 아들(9살) 서동이가 다니는 태권도장입니다. 지난 11일 저녁, 태권도장에서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하던 아내는 깜짝 놀랐습니다.

바짝 군기가 든 채로 사범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품세를 하는 아들을 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똑 부러지는 기합 소리와 절도 있는 대답 소리에 놀랐습니다. 집에서는 저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아내는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물어봤답니다.

태권도 1품 심사받는 첫째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도 태권도만은 포기하지 않는 첫째, 서동이
▲ 태권도 1품 심사받는 첫째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도 태권도만은 포기하지 않는 첫째, 서동이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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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아, 너 왜 그래? 집에서는 안 그러잖아."

그러자 태권도 사범님도 서동이에게 물어봅니다.

"김서동!"
"예!"
"서동이 집에서는 지금처럼 안 해?"

그러자 이놈이 차렷 자세를 하고 외칩니다.

"예, 집에서는 사투리를 사용합니다!"

이렇답니다. 순간 도장 안은 웃음바다가 됐습니다. 대전이 고향인 저와 아내의 말투를 벗어나 경상도 사투리를 배워가는 추세입니다. 웃으라고 한 건지 본인은  진지하게 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한참을 도장 안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답니다.

이 글에서는 우리 아들들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몇 가지 담으려 합니다. 각각 7살과 9살이 넘어서며 배우고 듣는 것도 많아집니다. 생각의 폭도 넓어지고 어휘력이 늘어나니 아내와 저는 아이들을 보며 깜짝 놀랄 때도 있고, 어이없어 그냥 웃고 넘길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키가 안 크지"​

지난 15일, 아내와 아들 둘이 고깃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돼지고기에 관심을 보이는 둘째 효동이가 고기를 먹고 싶다기에 데리고 갔습니다. 우리 첫째 서동이는 역시 고깃집에서도 공깃밥과 된장찌개를 찾습니다. 아내가 고기를 구워 접시에 담으며 효동이에게 물어봅니다.

"효동아, 고기 얼마나 먹을 거야? 엄마가 몇 개만 먹어주면 돼?"
"이거요, 5개만 엄마가 먹으세요. 나머지는 내가 다 먹을게요."

갈빗살 3인분을 시켰는데 효동이의 먹성이 점점 좋아집니다. 엄마는 5개만 먹으라네요. 그래도 내 새끼 입에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 것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아내는 다시 효동이에게 물어봤습니다.

요즘들어 둘째가 고기맛을 알았다. 첫째 아들은 된장찌개랑 공깃밥 먹으로 고깃집 가자고 합니다. 둘째는 오늘 저녁 고기 좀 사 달라고 합니다.
▲ 요즘들어 둘째가 고기맛을 알았다. 첫째 아들은 된장찌개랑 공깃밥 먹으로 고깃집 가자고 합니다. 둘째는 오늘 저녁 고기 좀 사 달라고 합니다.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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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 먹을 수 있어?"
"예, 다 먹을 수 있어요"

아내는 고기를 하나씩 구워서 효동이 접시에 담아줍니다. 이를 보던 서동이가 한마디 합니다.

"그럼 네 공깃밥은 내가 먹는다?"
"그래, 형아가 내 밥 먹어"

된장찌개랑 밥 먹으러 고기 집에 가자는 서동이는 이미 밥 두 공기를 해치웠습니다. 거기에 효동이가 고기를 먹느라 밥에 손도 대지 않으니 자기가 먹겠다고 한 겁니다. 순간 고기를 오물오물 씹어대던 효동이가 형의 마음에 비수를 꼽습니다.

"그러니 키가 안 크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빨개진 서동이! 고깃집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릅니다. 아빠 닮아서인지 키가 작은 서동이가 울컥 한 겁니다.

"밥만 많이 먹어도 키가 커!"
"그러든지 말든지~."

효동이는 맛있게 돼지고기를 씹어대며 형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꾸합니다. 처음부터 우리 가족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옆 테이블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립니다. 그러더니 죄송하다고 하네요. 뭐 죄송할 게 있나요? 식당에서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우리가 죄송하죠.

"엄마, 제 점수 아시면 혈압 오를 거예요."

지난 9일은 서동이가 학교에서 단원평가 시험을 보는 날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주지 말기로 한 만큼 시험 전날 따로 체크를 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공부방에서 숙제며 기본 학습을 하고 오기 때문입니다. 저녁에 아내가 물었습니다.

"서동아 오늘 시험 봤지?"
"네"
"몇 점 맞았어? 잘 봤어?"
"엄마는 모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왜? 잘 못 봤어?"
"아마 몇 점인지 아시면 혈압 오를 거예요."

헉! 할 말을 잊어버렸습니다. 혈압이 오르다니요. 또 점수가 바닥을 기어 다니는 건가요? 정말 궁금해집니다.​

​"정성을 가득 담은 생일 카드를 선물해 드릴게요"

아빠 생일을 맞아 정성스럽게 생일카드를 쓰고 있는 서동이. "엄마와 아빠 생일에 뭐 해줄래?" 라고 물어보니 "정성이 가득한 생일카드를 써 줄게요"라고 대답합니다.
▲ 아빠 생일을 맞아 정성스럽게 생일카드를 쓰고 있는 서동이. "엄마와 아빠 생일에 뭐 해줄래?" 라고 물어보니 "정성이 가득한 생일카드를 써 줄게요"라고 대답합니다.
ⓒ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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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9일과 28일은 저와 아내의 생일입니다. 아이들에게 장난스레 물어봤습니다.

"서동아, 효동아. 조금 있으면 엄마랑 아빠 생일인데 선물 뭐 줄 거야?"

태연하게 대꾸합니다. ​

"정성을 가득 담아서 편지 써줄게요."

​대답을 듣자마자 아내가 다시 물어봅니다.

"그러면 앞으로 엄마랑 아빠도 서동이랑 효동이 생일에 선물 대신 정성을 가득 담아서 편지 써주면 되겠네?"
"에이 그건 안 되지요."
"뭐가 안 돼? 너희들도 정성 담은 편지로 끝내겠다며~."
"그래도 그건 안 되죠. 엄마 아빠는 돈이 있잖아요."
"우리도 돈 없거든!"
"그럼 카드로 사면 되죠."

지난주 아이들과 우리들과의 대화였습니다. 호호.

"아빠도 엄마가 무서워요?"

지난 13일 저녁, 둘째와 저는 안방에서 불도 안 켠 채 숨을 죽이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효동아, 너는 왜 거실에 안 나가?"
"엄마가 무서워서요. 근데 아빠는 왜 여기 있어요."
"응, 아빠도 엄마가 무서워."

실은 첫째가 지금 엄마에게 신나게 혼나고 있습니다. 숙제를 하지도 않아 놓고도 미리 해 놨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지금 첫째는 책상에 앉아서 엄마에게 꾸중을 들으며 숙제를 하고 있습니다. 저와 둘째는 어두운 방 안에서, 온 집안을 휘감고 있는 싸늘한 바람이 사라지길 바라며 묘한 동지의식을 느꼈습니다.

"효동아, 너 언제 나갈 거야?"
"아빠가 나가면요."
"아빠는 지금 못 나갈 것 같아."
"아빠! 엄마 무섭죠?"
"응 무서워. 좀 이따 같이 나갈래?"
"예, 같이 나가요."

그러고 나서 약 5분 후, 거실 상황이 어느 정도 종료됐습니다. 약 1분간 분위기를 더 지켜본 후 저와 둘째는 머리를 긁적이며 거실로 나왔습니다.

"높은 사람이 오라고 해서 갔겠지~"​

지난달에 저는 서울 본사로 출장을 갔었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울산집에 내려오지 못 했습니다. 그날 저녁 아내가 두 아들에게 말했답니다.

"오늘 아빠 안 오실 거야. 일하러 서울 가셨어."
"왜요? 왜 서울에 갔어요?"

첫째가 물어봅니다. 둘째가 오물오물 과자를 씹으며 대꾸합니다.

"높은 사람이 오라고 해서 갔겠지."

다시 첫째가 물어봅니다.

"왜 높은 사람이 아빠를 오라고 해요?"
"어휴, 아빠가 일을 잘하니까 그렇겠지~."

둘째는 답답한 듯 내뱉고는 화장실로 향합니다. 아내와 나는 우리 둘째가 문득문득 던지는 말에 놀랄 때가 있습니다. ​덕분에 나는 일 잘하는 아빠가 됐습니다.

이맘때 아이들은 한 달, 두 달이 다르게 성장해 갑니다. 그리고 부모의 행동거지를 그대로 따라 합니다. 때로는 말대꾸를 심하게 합니다.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고, 또래 문화 안에서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일 겁니다.

TV나 스마트 폰 혹은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부모들이 모르는 그들만의 은어나 놀이문화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조금씩 부모들과 거리를 두려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점점 선호해 갑니다. 1~2년 후에는 또 어떤 성장 통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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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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