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제로 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아래 연준)는 16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재의 0.0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은 지난 2006년 6월 이후 9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내렸고,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시작된 '제로 금리'를 7년 만에 끝내고 본격적인 금리 인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올해 미국 노동시장의 상당한 개선이 있었고, 물가상승률도 중기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확신을 갖고 있다"라며 "현재와 앞으로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연방 기준금리를 0.25~0.5%로 올리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연방 기준금리가 완만하게(gradual) 오를 수 있는 수준으로 경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장기적으로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금리 수준보다 낮게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연준이 앞으로 금리를 인상하되, 속도가 매우 점진적이고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면서 장기 금리전망은 지난 9월 FOMC에서 발표했던 3.50%를 유지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성명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추가적인 회복을 계속할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이번 금리인상은 지난 7년간의 제로 금리를 끝내고 최근 미국의 강한 경제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물론 미국 경제는 아직도 일부 취약점이 남아있다"라며 "향후 금리 인상 여부는 경제 상황에 달려 있으며, 매우 신중하게 경제를 지켜보고 완만하게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7년 만에 끝난 '제로 금리',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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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위원회 의장의 금리 인상 발표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 ⓒ C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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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국채를 매입해 시장에 달러를 풀어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통화량을 늘림으로써 수출 경쟁력과 내수 시장 회복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미국이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해 7년간 유지해온 제로 금리를 마침내 종식함에 따라 세계 경제는 혼란이 예상된다. 특히 최고의 경제 대국인 미국이 긴축에 돌입하면서 신흥국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제로 금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규모 달러 부채를 통해 투자에 나섰던 신흥국 경제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이자 부담 상승, 원리금 상환 압박, 유동성 위기 등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CNN은 "특히 지난 10년간 막대한 달러 부채를 쌓았거나,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기대하며 자본을 대거 투입한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개국이 가장 큰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은 외환 보유고가 충분하고, 달러 부채가 낮아 심각한 타격은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일부 외국인 투자 자본의 이탈은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오히려 금리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세계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미국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인 5%로 떨어졌고, 자동차와 항공기 등 대형 제조업이 살아나며 경제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다만 미국 국민의 실질 소득이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연준이 앞으로의 금리 인상 속도가 점진적일 것이라고 밝혔으며, 미국과 달리 유럽과 일본은 저금리 기조와 양적 완화 정책을 당분간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세계 경제가 당분간 혼란을 겪더라도 연착륙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