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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아래 반올림)'은 삼성전자 반도체/LCD 사업장의 직업병 피해에 대한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며 강남역 8번출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70여 일째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사옥 바로 앞에서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농성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번 나와보지도 않았습니다. 이뿐 아니라, 직업병 피해해결을 위해 마련된 공식 조정테이블에서도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며, 철저한 재발방지대책과 배제 없는 보상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회피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올림은 오는 12월 22일 화요일 저녁 삼성전자 본관을 에워싸고, 직업병 피해의 사회적해결을 촉구하는 '221인의 방진복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21명이라는 숫자는 현재(2015년 10월 기준)까지 제보된 직업병 피해자 221명을 나타냅니다. 돌아오는 화요일,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기자말

안녕하십니까. 저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의 아빠 황상기입니다. 우리 유미가 급성골수성 백혈병에 걸린 지가 벌써 10년이 넘어 3달만 있으면 11년이 됩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던데, 삼성은 변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변한 게 있다면 삼성 반도체, LCD에서 백혈병을 포함하여 암이나 희귀난치성질환에 걸렸다고 제보한 사람들의 숫자입니다. 올해 10월을 기준으로 221명이 제보를 해왔고, 그 중 75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미를 보내고, 더 이상 이런 고통과 질병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삼성과 싸워왔지만 고통 받는 사람들의 수는 늘고 있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노동자 故황유미(급성 백혈병으로 사망) 님의 아버지 황상기 씨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노동자 故황유미(급성 백혈병으로 사망) 님의 아버지 황상기 씨
ⓒ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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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중순 삼성기흥공장에서 일하던 분이 암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올해 들어 벌써 5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삼성 직업병의 증인이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삼성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방치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들어 달라고 이야기했지만 삼성은 외면했습니다.

그래서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벌써 70일이 넘어갑니다. 추운 날씨에 직업병 피해자와 가족들이 거리에 나와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외치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 삼성에게 묻고 싶습니다. 삼성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문제를 해결했더라면 이렇게 싸우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삼성은 8년 전 우리 유미의 병이 개인적인 질병이라며, 얼마의 돈으로 이 문제를 막으려 했습니다. 3년 전에는 반올림과 대화를 하자 해놓고, 막상 대화를 하면서는 내내 피해자에게 '돈' 얘기만 하자고 했습니다. 진정성 있는 사과나 배제 없는 보상, 철저한 재발방지대책 논의를 제대로 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에는 갑자기 대화를 중단하더니 조정위원회를 만들었고, 겨우 조정위원회 권고안이 나오자, 이젠 삼성이 일방적으로 보상위원회를 꾸려서 사실상 '개별 합의'를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LCD 사업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75명의 노동자 명단(2015년 1월 기준). 피해제보 숫자는 221명이나 된다.
 삼성전자 반도체/LCD 사업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75명의 노동자 명단(2015년 1월 기준). 피해제보 숫자는 221명이나 된다.
ⓒ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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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방지대책에 대해 얘기하자는 반올림의 요구에 삼성은 자신들의 반도체 공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관리를 잘하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습니다. 어떤 화학약품을 쓰는지 공개하지 않고 '영업 비밀'이라고 합니다. 노동자의 편에 서야 하는 근로복지공단도 삼성 앞에서는 고통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망자가 많이 나오고 고통을 당하는 이들이 많은 삼성에 작업 개선 명령을 내리거나,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습니다.

변화하지 않는 삼성과,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 정부를 바꾸기 위해서 시민사회가 나서야 합니다. 반올림은 강남역 8번 출구 앞, 삼성 홍보관 앞에서 삼성직업병 문제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며 두 달 넘게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이 문제 해결하기 전까지 우리는 이 자리를 지킬 예정입니다. 삼성이 제발 진정성 있는 태도로 직업병 문제를 해결 할 수 있게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싸워온 지 8년째입니다. 너무도 긴 싸움이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웹자보] 삼성의 중심에서 "우리를" 외치다. 12월 22일 7시 강남역 8번출구로 오세요~
 [웹자보] 삼성의 중심에서 "우리를" 외치다. 12월 22일 7시 강남역 8번출구로 오세요~
ⓒ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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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2일 화요일 7시, 반올림에 제보한 221명의 피해자를 상징하는 방진복 행진을 준비중입니다. 이미 세상을 떠나고, 투병중이라 많은 피해자들이 함께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피해자들이 고통 받고 있음을 삼성에게 알려야 합니다.

221명, 여러분이 반도체 현장에서 쓰러져간 221명이 되어 주세요. 그리고 삼성에게 외쳐 주세요. 221명의 고통, 그 가족들이 눈물로 살아온 세월을 삼성에게 알려 주세요.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하지만 삼성 직업병 문제의 해결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는 피해 노동자 221명의 희망이 되어 주세요.

여러분들의 힘이 삼성을 바꿀 수 있습니다. 2015년 12월 22일 화요일 7시,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여러분들을 기다리겠습니다.

-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의 아빠 황상기


태그:#삼성직업병, #삼성전자,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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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황상기 씨의 제보로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전자산업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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