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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와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주최로 15일 오후 와 스타디움 2층 기자실에서 열린 ‘안산시 요양보호사의 노동실태 개선방안에 관한 결과보고 및 토론회’에서 조길순 요양보호사가 “요양사 스스로 노조를 만들어 노동환경을 개선했다”며 자신의 경험을 발표하고 있다.
 안산시와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주최로 15일 오후 와 스타디움 2층 기자실에서 열린 ‘안산시 요양보호사의 노동실태 개선방안에 관한 결과보고 및 토론회’에서 조길순 요양보호사가 “요양사 스스로 노조를 만들어 노동환경을 개선했다”며 자신의 경험을 발표하고 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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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직장에서 하도 시달리다 A요양원으로 옮겼다. 그런데 여기서도 처우개선비가 급여명세서에 포함 안 되는 등 문제가 많아 요양사들이 노조 설립한 후에야 근무형태가 '퐁당당'(24시간 일하고 이틀 쉬는)에서 3교대로 바뀌고, 법정수당도 받는 등 노동환경이 개선됐다. 하지만 어르신이 '야, 네가 우리 똥 치우며 사는데 우리말을 안 들어'할 때면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싶다(목이 메어 울먹이자 박수로 격려)… 우리 함께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 조길순 안산시 A요양원 요양보호사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과 고령으로 인한 각종 질환으로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없는 노인들을 가족을 대신해 돌보는 역할을 하는 이들을 요양보호사라고 한다. 요양보호사는 재가와 시설 종사자로 나뉜다. 

요양보호사는 지난 2008년 7월 1일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도입됐다. 그러나 저임금, 포괄임금, 장시간노동, 산업재해, 고용불안 등 열악한 근무환경과 성희롱, 블랙리스트 등 부당한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다.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산시와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와 스타디움 2층 기자실에서 '안산시 요양보호사의 노동실태 개선방안에 관한 결과보고 및 토론회'를 열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의 '안산시 요양보호사 노동실태'에 대한 보고로 시작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요양보호사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2015년 10월 기준 안산에서 운영되고 있는 시설장기요양기관은 109개(32.9%), 재가장기요양기관은 222개(67.1%)이다.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요양보호사는 시설기관에 983명, 재가기관에 4358명 등 모두 5341명이 일하고 있다. 개인 사업자 비율은 88.2%로 전국 수준 79.6%에 비해 약 10% 더 많다. 반면 지자체가 설립한 기관은 0.3%(1개)로 전국의 1%에 비해 3배가량 낮은 수준이다.

남우근 위원은 안산시 장기요양보험사업의 특징으로 "공공기관 비율이 낮고, 개인이 운영하는 기관의 비율이 높으며, 규모가 영세한 것으로 요약된다"고 밝혔다.

안산 요양보호사 '저임금·장시간노동·고용불안' 시달려

15일 오후 열린 ‘안산시 요양보호사의 노동실태 개선방안에 관한 결과보고 및 토론회’에서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이 안산지역 요양보호사의 노동실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5일 오후 열린 ‘안산시 요양보호사의 노동실태 개선방안에 관한 결과보고 및 토론회’에서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이 안산지역 요양보호사의 노동실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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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종사자와 재가 종사자 모두 98% 이상이 여성이고, 두 기관 모두 평균연령이 52~53살로 나타났다. 시설고용형태는 개인 운영 시설의 경우 기간제 비중이 62.1%이고, 법인 시설의 경우는 56.6%로 조사됐다. 1년 단위 계약직이 절반이 넘을 정도로 고용불안이 극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가요양기관의 임금은 주휴수당, 연차수당 등 모든 수당을 포함한 포괄임금을 근무시간으로 나눈 시급으로 결정되는데 시급 평균은 7045원으로 나타났다. 시급에 주휴수당, 연차수당, 처우개선비 등이 포함되었다고 응답한 경우는 7420원이었다. 월 평균 임금은 시설 종사자는 140만 원, 재가 종사자는 월 57~103만 원으로 조사됐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처우개선비와 관련해서는 '지급하지만 임금 총액은 그대로'인 경우가 재가 종사자 20.4%, 시설 종사자 39.6%로 조사됐다. 처우개선비는 요양보호사의 저임금을 개선하고 유사 직종과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시급에 포함해서 지급하거나 처우개선비 만큼 기본급을 낮춰서 인상효과를 상쇄시켜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노동시간을 보면 시설은 24시간 근무 후 이틀을 쉬지만 8시간은 휴게시간으로 정해져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재가 종사자의 경우 '연장근로를 자주 또는 매일'하는 경우가 14.4%에 달했다. 시설 종사자의 경우도 초과근로를 한다는 응답이 47.0%에 달했다. 초과근로를 하는 경우 '수당이 지급'되는 경우는 27.7%에 불과하고 나머지 72.3%는 '수당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휴가 사용과 관련 '유급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50%에 불과했다. 성희롱과 언어폭력 등의 경우 재가 종사자의 5~25%, 시설 종사자의 55~80%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성희롱 등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대응을 요구하는 경우는 재가 종사자 60.4%, 시설 종사자 35.0%로 나타났다. 만성적인 고용불안에 블랙리스트 등으로 불이익을 당할까 침묵으로 견디는 것이다.

산재경험은 재가 37.5%, 시설 75.9%가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재처리방식은 재가, 시설 모두 80% 내외로 노동자가 스스로 개인비용을 통해 해결하고 있었다. 산재승인을 받은 경우는 3.4%, 0.5% 등으로 매우 낮았다. 산재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절차를 잘 몰라서라는 응답이 각각 13.0%, 6.1%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요양보호사를 당당한 직업인이나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가사도우미 정도로 인식하고 '어이', '아줌마' 등으로 하대하는 사회적 저평가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노동권 가이드라인' 수립하고, '돌봄노동 조례' 제정해야" 

15일 오후 열린 ‘안산시 요양보호사 노동실태 결과보고 및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15일 오후 열린 ‘안산시 요양보호사 노동실태 결과보고 및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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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지역 요양원장들 간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노동실태 면접조사 과정에서 요양보호사들은 안산지역 요양원장들이 단체 메신저를 통해 시설 내 불법 행위를 건강보험공단 등에 신고한 요양보호사, 노조 조합원 명단 등을 공유한 채 취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는 요양보호사로 하여금 시설 내 불법 행위에 동조하거나 묵인하도록 한다. 즉, 시설이 친인척을 동원해 불법을 저지르거나 불량한 식재료 공급, 노동권 침해 등에 문제제기를 못하도록 발목을 잡는다. 또한 산재 신청은 엄두도 못 내고 퇴직금 회피를 위해 1년의 근로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퇴직을 강요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안산시에 바라는 것과 관련해 재가 종사자는 처우개선비(33.3%), 취업지원(15.1%), 직무교육(14.4%)의 순으로 응답했다. 시설 종사자는 처우개선비(41.4%), 운영지침하달(14.4%), 직무교육(14.4%) 순으로 답했다.

남우근 위원은 요양보호사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안산시의 역할로 ▲ 서비스 공급체계의 공공성 강화 ▲ 좋은 돌봄 인식 개선 사업 ▲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및 돌봄서비스 향상을 위한 조례 제정 ▲ 노동권 가이드라인 설정 ▲ 교대제 개선 지원 ▲ 교육사업 지원을 들었다.

이 가운데 요양보호사 노동권 가이드라인은 권장 인건비 기준 설정, 근로기준법 준수, 요양시설 3교대 8시간 노동 실시, 법정 휴게시간 보장 및 휴게 공간 마련, 성희롱·산재 등 안전 및 건강상 조치, 근골격계질환 및 감정노동 직무스트레스 해소, 요양시설 야간 1인 근무 금지, 간호사나 사회복지사 업무를 시키지 않을 것 등을 포함한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옥희 안산양지돌봄 대표는 "국가지원 돌봄 서비스 영역의 센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요양보호사들의 돌봄노동에 따라 발생되는 근골격질환(골병) 및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증이 발생해도 개인이 치료비를 부담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센터가 개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수진 안산시여성노동자회 부회장은 "지난 시장선거에서 제종길 후보에게 요양보호사 관련 정책의제를 발굴해 전달했다"며 "이후 정책 이행에 대해 안산시에 답변을 요구했는데 책정된 예산이 0원인 데다 보고 내용 또한 사회서비스 바우처 등에서 이미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시가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 부회장은 "그럼에도 시가 돌봄노동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어떤 걸 먼저 할 것인지에 대해 요양사들에게 의견을 묻고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돌봄노동에 대한 처우개선을 위해 안산시가 앞장서서 관련 정책을 제대로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건복 전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수석부협회장은 "이번 실태조사를 계기로 안산의 요양사들이 뭉쳐 노동조합이나 협회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요양보호사 권익사업과 교육사업을 수행하는 어른신돌봄 종사자 지원센터가 안산에서 만들어져 돌봄노동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나정숙 안산시의원은 "안산시에서 추진하는 노동인권 조례에는 돌봄노동자들에 관한 내용이 포함 안 돼 돌봄노동과 관련한 별도의 조례가 필요하다"며 "시는 담당부서를 정해 관련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돌봄노동자들은 처우개선과 사회적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연대해 함께 풀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안산시 요양보호사 노동실태, #안산시 요양보호사 실태조사 결과보고, #돌봄노동자 처우개선, #요양보호사 노동권 가이드라인, #요양보호사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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