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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 최순장 총장은 첫 여성 총장이자 동문 출신 총장으로 학교 구성원들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무리한 대학 구조조정과 송도캠퍼스 포기 논란으로 취임 1년도 안 돼 '리더십'과 '신뢰'를 위협받고 있다.
 인하대학교 최순장 총장은 첫 여성 총장이자 동문 출신 총장으로 학교 구성원들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무리한 대학 구조조정과 송도캠퍼스 포기 논란으로 취임 1년도 안 돼 '리더십'과 '신뢰'를 위협받고 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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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 사업이란?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육성 사업을 일컫는다. 정부는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대학에 연간 약 50억~150억원을 3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당초 이 사업은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산업 수요 중심의 정원 조정 선도대학' 육성 사업에서 비롯했다. 올해 2월 그 명칭만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으로 바뀌었다. 골자는 이공계 정원을 늘리고 인문계 정원을 줄이는 것이다.
인하대학교(총장 최순자)가 프라임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이공계 정원을 늘리고 인문계 정원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시작된 학교 구성원 간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순자 총장은 지난 8일 교수회를 상대로 자신의 구상을 설명한 데 이어, 9일에는 학생들을 상대로 '인하대 대혁신의 시작, 대학 발전 및 특성화 방안 설명회'를 열었다. 두 자리에서 최 총장은 논란이 일고 있는 구조조정에 대해 설명했다.
 
설명회 때 최 총장이 정의한 대학은 '경제활동을 하는 사회인 배출 양성소'다. 최 총장이 이미 밝힌 것처럼 대학 구조조정은 '취업률'을 기준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확인해준 셈이다.
 
최 총장은 "사회에 나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양성하는 곳이 대학이다"라며 "국공립 대학은 조금 손해가 나도 인재 양성을 위해 학교를 유지할 수 있지만, 사립대는 다르다. 연세대에 사범대가 없는 것처럼 사립대는 자기 학교에 맞는 존립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문과대학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설명회를 진행한 박승욱 인하대 기획처장은 "산업 수요에 따른 인력 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정원을 조정하겠다. (산업 수요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학과는 유지하거나 인원을 늘리고, 열외인 학과는 축소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설명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 때 문과대학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었다. 한 학생은 "대학이 무조건 돈 버는 취업 양성소가 아닌데 취업으로만 학과를 나누려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최 총장은 "나는 실업자 되려고 대학 나오지 않았다. 학생들도 모두 경제활동을 하려고 인하대 왔으니 문과대학 학생들이 복수전공을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다른 학생은 "정원을 줄여 해결하겠다는 것은 학교 운영 실패의 책임을 학생에게 돌리는 꼴"이라고 했고, 또 다른 학생은 "두 달 만에 졸속 추진하는 프라임 사업 선정이 실패하면 총장이 책임질 수 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최 총장은 "정부와 재단이 학교 운영비를 책임지려면 대학생 수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 지금 대학생 숫자가 너무 많다"고 한 뒤 "실패할 경우 책임질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최 총장은 대학 구조조정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총장은 "내년 초로 예정된 프라임 사업 신청 기간에 무조건 (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철학과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폐지를 골자로 한 구조조정 계획은 이달 안에 나올 예정이다.
 
합격생 학부모 항의로 홍역 치르는 입학처
 
2017년을 기준으로 문과대학 폐지와 축소를 골자로 한 대학 구조조정 소식이 퍼지면서 인하대 입학처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입학처는 '구조조정과 관련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교무위원회에 보고했다.
 
입학처가 보고한 곤란한 상황은, 2016년 입학생 기준 합격자 학부모들의 항의성 전화가 입학처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없어지거나 축소될 학과인데, 왜 학생을 뽑느냐?' '우리 아이가 합격했는데 무척 고민된다'는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입학처의 이 같은 하소연에도 최 총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최 총장은 '(대학)본부가 어떤 생각인가를 확인하고 대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문학과는 있고, 철학과는 없어지는 것이다'라고 정리했다.
 
인하대 '인문학의 빈곤' 대학 운영에도 드러나
 
인하대에서 인문학의 빈곤은 대학 운영에서도 드러난다. 최 총장은 프라임 사업 선정을 위한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교무위원회를 열고 있다. 교무위는 학교운영과 학사행정 전반을 논의하는 기구다.
 
교무위는 30여명으로 구성돼있는데, 인문계열 교무위원은 문과대학 학장 한 명뿐이다. 즉, 문과대학 학장을 제외하면 보직교수 중에 인문계열 교수는 없다. 교무위에서 창조와 상상력의 원천이 되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설파할 교수가 없는 셈이다.
 
게다가 현 교무위에 참여하는 교수들은 대부분 교무위원 경험이 없다. 최 총장 또한 대학 행정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경험이 있는 교무위원은 5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교학 부총장이 있어서 학교가 운영된다는 게 교직원들의 전반적인 평가다.
 
이런 가운데 인하대교수회는 지난 2일 박우상 전자공학과 교수를 신임 의장으로 선출했다. 박 교수는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 '막중한 책임과 부담을 느낀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대학 구조조정은 학교 구성원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결정될 사안'이라며 '대학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교권을 확립하겠다'고 했다. 최 총장의 구조조정 추진에 제동을 건 셈이다.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반발 거세다. 인하대총학생회장과 문과대학생회장, 그리고 폐지 학과로 지목된 프랑스언어문화학과와 철학과 학생회장은 14일 대학 본관 앞에서 구조조정 철회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편집ㅣ박순옥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하대, #최순자, #프라임 사업, #정석인하학원, #대학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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