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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빌의 영혼, 마티르만디르
 오로빌의 영혼, 마티르만디르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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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저건 마치 비행접시 같네요!"
"우주선 같기도 해요."
"내 눈엔 거대한 황금 골프공처럼 보이는데요."


마트리만디르(Martrimandir, 모성의 전당)는 반얀 트리 숲이 끝나는 넓은 초원 한가운데 마치 거대한 황금색 골프공 모양을 하고 서 있었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느낌은 다른 모양입니다. 외벽은 황금 원반들로 덮여있는 거대한 황금 골프공 모양 같기도 하고, 또 어찌보면 외계에서 불시착한 비행접시를 상상케 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푸른 들판에 서 있는 거대한 마트리만디르를 보는 순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먼 우주로 온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오로빌은 선의를 가진 모든 사람들을 환영합니다. 더 높고 진실한 삶을 열망하며 진보를 갈구하는 모든 이들을 오로빌로 초대합니다."

오로빌은 1968년 2월 28일, 마더의 오로빌 헌장 낭독에 이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16개 국어로 오로빌 헌장을 낭독하고, 124개국에서 온 각 나라 대표와 인도 23개 주 대표들이 차례로 자기나라의 흙이 든 단지를 들고 와 원형극장의 항아리에 부으며 오로빌 기공식을 거행하였습니다.

비행접시처럼 보이기도 하고, 황금 골프공처럼 보이기도 하는 마트르만디르
 비행접시처럼 보이기도 하고, 황금 골프공처럼 보이기도 하는 마트르만디르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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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빌은 마티르만디를 중심으로 도심지역, 국제구역, 문화구역, 공원, 주거지역 등 각 구역이 은하계의 별처럼 소용돌이치며 뻗거나가는 것처럼 설계되어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의미를 지니는 열두 개의 정원으로 둘러싸인 마트리만디르는 지구로부터 솟아오르는 연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새로운 의식의 탄생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마트리만디르는 우주의 어머니 혹은 신성의식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안팎에는 우주 어머니의 열두 개의 덕성을 상징하는 꽃잎(명상실), 우주 어머니의 열두 개의 권능을 상징하는 열두 개의 정원, 연꽃 연못, 반얀 트리, 그리고 원형극장이 있습니다. 마더는 이것을 '오로빌의 영혼'이라고 불렀습니다. 구체안에는 온통 흰색의 명상홀이 있는데, 그 중앙에 놓인 직경 70센티미터의 수정구슬 위로 한줄기 빛이 내려온다고 합니다.

마더의 말을 빌리자면, 마트리만디르는 마음을 모으는 법을 배우려는 이들을 위한 곳이라고 합니다. 규칙적인 명상을 위한 곳이 아니라, 단지 여기서는 침묵을 지키고, 침묵 속에서 마음을 집중하며 자신의 의식을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마티르만디르의 내부구조
 마티르만디르의 내부구조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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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에 건설을 시작한 마트리만드리는 오랜 기간을 거쳐 2008년도에 완성되었으나 아직도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허가증이 있어야합니다. 일반 관광객들은 언덕의 조망지점에 마련된 먼발치에서 바라만 볼 수 있습니다.
 
언덕에서 마트리만디르를 바라보다가 나는 다시 반얀 트리 그늘로 돌아왔습니다. 아무리 좋은 시설로 명상홀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자연이 만들어준 반얀 트리 그늘이 나에게는 훨씬 자유롭고 마음에 와 닿습니다. 물론 만트리만디르 명상홀에서 체험을 하지 못하고는 속단을 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나는 시원한 반얀 트리 그늘에 앉아 이 위대한 나무를 우러러 보았습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게 우거진 나뭇잎은 참으로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마법의 시간은 바로 이 숲에 있는 것 같습니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마법 같던 나날을 보내는 시간이라고나 할까요? 

누워서 낮잠을 자고 싶은 반얀트리
 누워서 낮잠을 자고 싶은 반얀트리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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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반얀트리 나무 아래서 낮잠이나 잤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이 나무의 기운을 팍팍 받을까?"
"저 나무 기둥 좀 봐요. 정말 아무리 보아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큰 나무군요."


이 나무 아래서 먹고 자고, 명상을 하면 뭔가 깨달음이 올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답답하면 숲속을 거닐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오로빌리언이 되어 이곳에 정착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상은 현실과 항상 괴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오로빌은 열대건조지역상록림(Tropical Dry Evergreen Forest, TDEF) 지역으로 매우 건조하여 원초적으로 물이 부족한 땅으로 초창기에는 거의 황무지나 다름없는 땅이었습니다. 여기에 댐을 막고 둑을 쌓아 저수지를 만들고, 약 200만 그루의 나무를 식재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지금의 울창한 숲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물 부족 현상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숲속에 가려져 있는 마티르만디르. 오로빌 공동체는 마티르만디르를 중심으로 은하계의 별처럼 130여개의 공동체가 조성되어 있다.
 숲속에 가려져 있는 마티르만디르. 오로빌 공동체는 마티르만디르를 중심으로 은하계의 별처럼 130여개의 공동체가 조성되어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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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빌은 태양열을 이용하여 솔라 키친(Solar Kitchen)에서 맑은 날에는 600킬로그램의 증기를 만들어 내어 2000인분의 식사를 마련할 수 있다고 합니다. 폐기물을 재활용하고,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무공해 채소를 생산하는 등 오로빌은 공해 없는 도시 건설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태양열로 밥을 짓고, 태양력 자전거로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나무에서 기름을 짜서 디젤연료를 대체를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오로빌은 숲속의 작은 도시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돈 때문에 일을 하지 않고, 경쟁이 없는 사회, 화폐교환이 없는 마을, 세금이 없는 사회, 유기농으로 재배한 식품으로 자급자족하는 공동체 사회는 우리가 늘 꿈꾸고 있는 유토피아일지도 모릅니다. 

땅과 건물은 신에게 속하며, 더 이상 개인의 소유물을 차지하지 않는 해방의 기쁨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아주 이상적인 마을입니다. 오직 외부와만 돈을 통한 관계를 맺는 곳, 각 개인에게 생계를 제공해주고, 자급자족하는 그런 이상적인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오로빌의 꿈입니다.  

무엇을 갖고 있든지 그것을 공동의 항아리에 넣고, 필요하면 무엇이든 꺼내 쓰고, 음식은 푸투스(Pour tous, 일종의 협동조합 가게, '모두를 위하여'라는 뜻)에서 책임진 그룹이 공동구입을 해서 배급을 합니다. 

이상사회를 꿈꾸는 오로빌의 교통수단은 자전거와 오토바이다.
 이상사회를 꿈꾸는 오로빌의 교통수단은 자전거와 오토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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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빌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결합된 이상적인 공동체처럼 보여집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완전히 자립을 하지 못하고 외부의 원조를 받고 있는 오로빌은 아직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빌은 해마다 무수한 관광객들이 거쳐 가고, 갔다가는 다시금 이끌러 오기도 합니다. 마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그대로의 세상에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물론 오로빌은 존재 이유가 없다."

지금 그대로의 세상에 만족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지구상에 얼마나 존재할까요? 사람들끼리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창조의 기쁨을 누리며 다양한 삶을 펼치고 있는 오로빌의 실험 무대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나도 언젠가는 한 번쯤 그 실험무대 속에서 체험을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일어나는군요.

이제 오로빌을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언젠가는 지친 영혼을 이끌고 이 오로빌로 다시 올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반얀트리 그늘에서 나와 유칼립투스 숲길을 걸어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오로빌 공동체 밖으로 나왔습니다.


태그:#오로빌, #마티르만디르, #남인도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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