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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충북 음성군청 앞 도로에서 풀무원 사태 해결을 위한 가족대책위원회 회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12일 오후 충북 음성군청 앞 도로에서 풀무원 사태 해결을 위한 가족대책위원회 회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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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자 9명, 30m 높이 광고탑에서 고공농성 50일, 손해배상 청구 10억 원, 회사에서 화물동자들에게 운송료·유류대 미지급액 3억1200만 원, 신용불량, 화물차량 할부금 연체, 아이들 학원 중단, 생계위협….

지난 12일로 파업 100일을 맞은  민주노총 화물연대 풀무원분회 화물노동자들과 가족들의 현주소다. 충북 음성군에 있는 풀무원 자회사인 엑소후레쉬물류에서 근무하는 화물 노동자들이 지난 9월 4일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그동안 부분파업은 두 차례 있었지만 전면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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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화물노동자들은 물론 가족들도 파업이 3개월을 넘기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들은 바로 돌아갈 회사라고 생각해 파업 초기에는 불매운동에도 미온적이었다. 매미 울음소리 들으며 반팔 옷을 입고 파업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눈이 내리고 이젠 두툼한 솜옷을 껴입어도 추위를 감당하기 어려운 계절이 됐다.

파업이 장기화되자 풀무원 사태 해결을 위한 가족대책위원회(아래 가대위)가 꾸려졌다. 구속되고 상처 입은 가장을 대신해 아내와 자식, 부모가 전면에 나선 것이다.

"거리로 나앉게 생겼습니다, 제발 대화 창구를…"

가대위는 지난 12일 오후 충북 음성군청을 방문해 군 관계자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석중 경제개발국장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 5명이 참석했으며, 화물연대 측에선 윤종수 풀무원분회장과 가대위 회원 6명이 참석했다.

가대위 측은 음성군이 사태 해결에 미온적이라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고,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풀무원분회 소속 화물노동자 아내의 절규에 간담회장을 숙연해졌으며 금세 가대위 회원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가득했다.

"파업이 100일째지만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 창구가 없습니다. 음성군이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긴 하는 겁니까? 조속히 이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음성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중재 역할을 해주세요. 우리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제발 풀무원과 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아이들 학원비는커녕 생활비조차 없어 거리에 나앉게 생겼습니다. 정당하게 일한 몫인 운송료를 비롯해 운행하면서 발생한 유류대조차 회사에서 주지 않고 있는데, 너무 야비한 것 아닙니까? 강도나 다름없습니다. 지급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생활비가 없어 타던 차를 팔았고, 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집에 초인종만 울려도 아이들은 방으로 가서 숨을 정도로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우편물만 와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오늘 5살, 6살짜리 아이와 노모까지 모시고 이곳에 왔습니다. 그동안 잘못한 거 없이 성실하게 살았습니다. 경찰서라야 운전면허증 발급 받을 때 빼고는 가본일이 없을 정도로 착하게 살았습니다."

지난 1일 풀무원 사태 해결을 위한 가족대책위원회 회원 10여명이 서울 강남구 수서동 풀무원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풀무원 사태 해결을 위한 가족대책위원회 회원 10여명이 서울 강남구 수서동 풀무원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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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대위 회원들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숨기지 않았다. 또 아이들이 아빠를 나쁘게 바라보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저는 말주변도 없습니다. 관공서에 와서 이런 자리에도 처음 앉아 봅니다. 힘이 없어 이런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사태가 길어지면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민들은 이대로 죽어야 합니까? 풀무원에서 일하는 가장들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단순한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들이 일상으로 돌아가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우리 아기 아빠는 별보며 나갔다가 별보며 들어올 정도로 오랜 시간을 일합니다. 집에 오면 완전 파김치가 돼서 씻지도 못하고 잠을 잡니다. 그렇게 일한 아빠가 집에 오지도 못하니까 이아들이 '우리 아빠 왜 안와? 아빠 나쁜 사람이야. 경찰서 잡혀갔어?' 이렇게 묻습니다. 성실하게 일한 죄밖에 없는 사람을..."

가대위의 호소에 대해 김석중 경제개발국장은 "행정관청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업무를 수행하지만 약자를 도와주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 도와줄 수 있도록 정성을 쏟겠다"고 밝혔다.

임국빈 음성경찰서장은 "파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서로의 감정이 많이 상한 상태이기 때문에 노사가 많이 양보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화물연대 풀무원분회와 가대위 70여명은 음성군 관계공무원들과 간담회 후 1.6km를 거리 행진 했다. 이어서 음성군 대소면 엑소후레쉬물류 앞에서 '풀무원분회 파업 투쟁 승리를 위한 100문화제'를 개최했다.

한편 풀무원분회는 41명의 조합원이 참여해 파업을 벌였으며, 구속과 극심한 생활고 등에 시달리면서도 이탈자 한 명 없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풀무원분회 한 조합원은 "회사로 복귀해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것이 비하면 지금이 더 마음 편하다"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풀무원분회 파업 100일
2014.11.03. 1차 부분파업(2일)
2015.01.17. 2차 부분파업(1일)
2015.03.03. 도색유지 서약서 서명. 합의 불이행, 산재사고·폭행사건 발생.
2015.09.04. 3차 전면파업 돌입
2015.09.15. 8월 유류대 미지급
2015.09.16. 화물노동자 이현철씨 화물차 밑에서 쇠사슬로 몸을 묶고 시위
2015.09.19. 괴산유기농 엑스포에서 선전전 시작
2015.09.24. 경찰 이현철씨 강제 진압
2015.09.29. 서울 대형마트 앞에서 불매운동 시작
2015.10.05. 풀무원 서울 본사 선전전
2015.10.06. 종편방송 jtbc 풀무원 상온보관 두부 등 보도
2015.10.08. 음성군시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
2015.10.13. 풀무원 불매 전국순회 선전전 시작
2015.10.16. 미국, 호주 등 화물노동자 풀무원 불매 동참
2015.10.20. 국제노동기구(ILO) 풀무원파업 지지선언
2015.10.21. 김훈일 천주교 음성성당 신부, 이상정 음성군의원 1인 시위
2015.10.24. 서울 여의도 광고탑 위에서 고공농성 시작
2015.11.02. 화물연대 풀무원분회 전체 조합원 경찰 조사
2015.11.04. 수요일 촛불집회 시작
2015.11.06. 화물연대본부 사무실 압수수색
2015.11.11.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의원 1차 면담
2015.11.11.~14. 화물노동자 21명 경찰 연행
2015.11.17. MBC 추적60분 간접고용문제(풀무원파업) 방영
2015.11.19. 검찰, 구속적부심 못하도록 기습 기소
2015.11.20. 풀무원분회 파업투쟁 후원주점 운영 3,000만원 모금
2015.11.23.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의원 2차 면담
2015.11.24. 풀무원 사태 해결을 위한 가족대책위원회 구성
2015.12.01. 풀무원 서울 본사 앞에서 대화촉구 가족대책위 기자회견
2015.12.12. 풀무원분회 파업 승리를 위한 100일 문화제



태그:#화물연대, #풀무원분회, #파업 100일, #음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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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이 세 아이가 학벌과 시험성적으로 평가받는 국가가 아닌 인격으로 존중받는 나라에서 살게 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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