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밤 늦게 버스를 타고 크라쿠프 시내로

크라쿠프 콩스레스 센터
 크라쿠프 콩스레스 센터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비엘리츠카 소금광산을 구경하고 우리가 찾아간 호텔은 크라쿠프 서쪽 외곽에 있다. 그런데 프로그램에 크라쿠프 시내 관광이 없다. 크라쿠프 구시가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데, 지척에 두고 갈 수 없다니 너무 아쉽다. 어떻게 하면 갈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며 저녁을 먹으러 간다. 식당에는 우리 여행팀과 독일 여행팀이 함께 저녁을 먹게 되었다. 우리는 시작이고, 독일팀은 식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독일 가이드가 크라쿠프 시내로 가는 버스시간표를 들고, 야간에 시내를 다녀올 사람은 갔다 오라고 안내를 한다. 아, 그렇다면 버스가 자주 있는 셈이다. 저녁을 먹고 나는 카운터로 가서 크라쿠프로 가는 왕복 버스시간표와 크라쿠프 시내 지도를 받는다. 시간표에 보니 호텔 앞 정류장과 구시가지 비스와(Wisła) 강변 정류장이 표시되어 있고, 시간이 자세히 적혀 있다. 9시 31분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 1시간 정도 구경을 하고, 11시 1분 버스를 타고 들어오면 되겠다.

비스와강에 비친 바벨성
 비스와강에 비친 바벨성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나는 카운터에서 10유로를 폴란드 화폐인 즈워티(złoty)로 바꾼 다음 서둘러 정류장으로 걸어간다. 시 외곽이라 길에는 사람 하나 다니지 않는다. 제 시간보다 조금 늦게 버스가 온다. 나는 5즈워티 짜리 표를 사고 기계에 넣는다. 이 표는 60분 동안 유효한 것으로 되어 있다. 버스는 어둠 속을 달려 시내에 근접한다. 나는 버스 기사에게 콩그레스 센터(Centrum Kongresowe)에서 내려줄 것을 다시 한 번 부탁한다.

버스는 10시가 좀 넘어 비스와 강변의 콩그레스 센터에서 나를 내려준다. 지도를 보니 구시가지로 가려면 그룬발츠키(Grunwaldzki) 다리를 건너야 한다. 이 다리는 비스와강의 동과 서를 연결해주는데, 다리를 건너면 디에틀라(Dietla) 대로가 이어진다. 나는 다리를 건넌 다음 강변의 녹지를 따라 크라쿠프의 상징 바벨(Wawel)성으로 걸어간다.

비스와강 건너 바벨성을 돌아보다

바벨성 평면도: 빨간색이 왕궁이다.
 바벨성 평면도: 빨간색이 왕궁이다.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바벨성은 왕궁과 대성당이 결합된 일종의 궁성(宮城)이다. 개혁군주였던 카지미에쉬 1세(Kazimierz I)에 의해 비스와 강변 약간 높은 언덕(해발 228m)에 지어진 왕궁으로, 그 후 역대 폴란드 왕의 거처가 되었다. 그리고 성당은 1080년에 불탄 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다시 지어져 1142년 축성되었다. 그후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신고전주의 양식이 도입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변해 갔다.

바벨성은 왕궁, 대성당, 소성당, 탑과 보루, 성문, 성벽, 정원, 안마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야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들 대부분을 볼 수 있다. 바깥으로 성벽이 있고, 그 안쪽으로 탑과 보루, 왕궁, 대성당 등이 분명하게 보인다. 나는 스모차(Smocza) 거리를 따라가다 성의 남쪽벽을 따라 올라간다. 동쪽 문앞에 이르렀으나 문이 닫혀 있다. 문은 방어용이라기보다는 출입용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왕궁
 왕궁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나는 이제 성벽의 동쪽을 따라간다. 성벽 안으로 왕궁이 보인다. 왕궁은 ㄷ자 형태의 건물이 두 채 연결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 중 동쪽 부분이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왕궁의 서북쪽으로 대성당이 연결되어 있다. 나는 성의 북쪽과 서쪽은 돌아올 때 다시 보기로 하고, 중앙시장 광장으로 가는 그로츠카(Grodzka) 거리를 따라 북쪽으로 걸어간다.

그로츠카 대로에 산재한 문화유산을 보며

그로츠카 대로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안드르제야(Andrzeja) 교회, 바로크 양식의 사도 베드로와 바울 교회, 고딕 양식의 도미니크 교회와 수도원 등이 있다. 그들 중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안드르제야 교회다. 1080년 방어용 교회로 만들어져 벽이 아주 튼튼하다. 내부는 8각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두 개의 첨탑이 우뚝하다. 1241년 타타르인들의 공격 때 파괴되었고, 1320년 재건하면서 건물 일부에 고딕 양식이 가미되었다. 그리고 1639년 이후 교회 내외부에 바로크 양식이 추가되었다.

베드로와 바울교회
 베드로와 바울교회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두 번째로 만나는 것은 베드로와 바울 교회다. 이 교회는 예수회 성당이다. 이곳에는 푸코(Foucault)의 진자와 12사도상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 번째로 만나는 것은 도미니크 교회다. 이름 그대로 도미니크 수도원 계열의 교회다. 13세기 초 이미 지어졌고, 1850년 화재로 불탄 후 재건되었다. 현재 크라쿠프에서 가장 큰 교회다. 

이들 거리를 지나며 보니 밤늦은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특히 젊은이들이 떼를 지어 다닌다. 그 이유는 중앙광장 서쪽에 야기엘론스키(Jagielloński) 대학교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학생들이 중앙광장 주변에 모여 행사를 하고 그로츠카 거리와 플로리안스카(Floriańska)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야기엘론스키 대학은 1364년에 세워져 폴란드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다. 학생수는 4만 8000명 정도 된다.

시내 중앙광장의 아름다운 야경

중앙시장 광장의 직물회관
 중앙시장 광장의 직물회관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중앙시장 광장에 도착한 나는 이곳에 있는 핵심적인 건물 네 개를 살펴본다. 중앙광장에서 눈에 띄는 가장 큰 건물은 광장 중앙에 있는 직물회관(Sukiennice)이다. 1300년대 고딕양식으로 지어졌으나 1555년 화재로 소실되었다. 그 뒤 길이 108m, 폭 18m의 르네상스 양식 건물로 재건되었다. 그리고 1875~1878년 신고딕 양식의 아케이드가 만들어졌고, 2층이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밤이라 회관의 겉만 볼 수밖에 없다.

직물회관 옆에는 시청사탑(Wieża Ratuszowa)이 위치하고 있다. 시청사가 처음 건설된 것은 13세기말이다. 당시 고딕양식으로 지어졌고, 1680년 화재로 탑의 꼭대기가 불타 상층부 일부가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되었다. 시청사는 건물은 1820년 노후화로 철거되었으나, 탑만 남아 전망대, 역사박물관, 극장 등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탑 입구에는 19세기에 만들어진 두 마리 사자가 지키고 있다.

마리아 교회
 마리아 교회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광장의 동쪽과 남쪽에는 마리아 교회와 성 보이체흐(Wojciech) 교회가 있다. 마리아 교회는 크라카우를 상징하는 로마가톨릭교회다. 여기서 마리아는 성모 마리아가 아니고 성 막달라 마리아다. 13세기 초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고, 그 후 15세기까지 고딕 양식이 가미되었다. 서쪽에 있는 두 개의 탑이 고딕양식으로, 북쪽의 것이 91m, 남쪽의 것이 69m다.

성 보이체흐 교회는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고, 1611~1618년 바로코 양식으로 개조되었다. 이 교회 역시 방어용으로 지어져 벽이 두껍고 창문이 작은 편이다. 그리고 직물회관 앞에 미키에비차 동상(Pomnik Adama Mickiewicza)이 서 있다. 미키에비차는 폴란드 낭만주의 대표작가로, 탄생 100주년이 되는 1898년 동상이 세워졌다고 한다. 동상 아래에는 네 명의 상징적인 상(조국, 학문, 용기, 시)이 작가를 호위하고 있다.

중앙시장 광장의 인파
 중앙시장 광장의 인파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들을 보고 나서 나는 잠시 플로리안스카 거리로 접어든다. 거리 끝에 플로리안스카 성문이 보인다. 중세 때 만들어진 8개 탑문 중 하나다. 높이가 34.5m로, 문이 고딕식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성문 주변에 15세기에 만들어진 보루 바르바칸(Barbakan), 극장, 교회, 박물관 등이 있다. 그러나 그쪽으로 갈 시간이 없다. 11시 1분 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택시가 있기는 하지만 요금이 15유로 정도나 한다고 한다.

두 시간 만에 호텔로 돌아오다

아쉽지만 나는 이쯤에서 발길을 돌린다. 그리고 중앙시장 광장을 다시 한 번 돌아본다. 그곳에는 아직도 관광용 마차가 서 있다. 11시가 가까워 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렇게 늦게까지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으로 보아 크라쿠프의 치안이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가 보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광장 남쪽 스올라르스카(Słolarska) 거리를 따라가면서 미국, 독일, 프랑스 영사관들도 살펴본다.

그로츠카 거리의 인파
 그로츠카 거리의 인파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그리고 그로츠카 거리 옆으로 나 있는 카노니차(Kanonicza) 거리에는 박물관이 많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생략이다. 돌아오면서 나는 바벨성을 다시 한 번 살펴본다. 북쪽으로 대성당이 있는데 그 형상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아쉽지만 그 정도에 만족한다. 성의 서쪽에는 용의 동굴이 있다. 이것은 서양의 용 퇴치 전설과 관련이 있다. 이것 역시 어두워서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강변의 녹지를 따라 걸으며 나는 크라쿠프 구시가지와 이별을 한다. 그룬발츠키 다리를 건너면 로터리가 나온다. 나는 처음 버스를 내렸던 콩그레스 센터 앞으로 가 현지인에게 호텔로 돌아가는 버스정류장이 이곳인지 물어본다. 그러자 그는 크룬발츠키 로타리 북서쪽 정류장으로 가라고 말한다.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 서둘러 그곳을 찾아간다. 다행히 버스가 5분 정도 늦게 도착한다. 차를 타고나서야 마음이 놓인다.

크라쿠프 시내의 관광마차
 크라쿠프 시내의 관광마차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그렇지만 나는 버스 기사에게 호텔 앞 티니에츠카(Tyniecka Autostrada)에서 내려줄 것을 신신당부한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속도로 아래로 난 도로를 지나자 바로 버스정류장이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 와 보는 크라쿠프지만 나는 무사히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차비로 단돈 2유로를 쓰고. 패키지여행을 하면서 만들어낸 야간 자유여행, 그 묘미가 바로 이런 데 있다.


태그:#크라쿠프, #바벨성, #중앙시장 광장, #시청사탑, #마리아 교회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