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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이 5일 오후 문을 열었다. 참가자들이 대형 가림막을 걷어내고 있다.
 대구에서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이 5일 오후 문을 열었다. 참가자들이 대형 가림막을 걷어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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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위안부역사관을 짓는다고 해서 설마 했는데 자꾸 늦춰지면서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잘 안 될 것 같아 그만 하라고 했는데 푼푼이 모아 이렇게 건립되고 보니 너무 기쁘고 감사합니다. 이 공간은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산역사의 장이 될 것입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87) 할머니가 '희움 일본군위안부 역사관'이 문을 여는 날 눈물을 보였다. 서울과 경기, 부산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로 위안부 역사관이 7년여의 준비 끝에 5일 오후 대구시 중구 서문로 중부경찰서 맞은 편에서 문을 열었다.

희움역사관 개관식에는 대구와 경북에 생존해 있는 5명의 위안부 할머니들 중 4명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이 참석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김희국 국회의원, 김부겸 전 의원, 김태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등 약 300여 명이 참석해 축하했다.

일본에서도 희움역사관 건립기금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던 '위안부 문제해결을 향한 모든 네트워크'소속 츠보카와 히로코 사무국장을 포함한 여러 일본인들이 참석했고 일본 공영방송인 NHK도 관심있게 취재했다.

5일 오후 대구시 중구 서문로에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 개관하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참석해 기뻐하고 있다.
 5일 오후 대구시 중구 서문로에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 개관하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참석해 기뻐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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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서문로 중부경찰서 맞은편에 위안부역사관이 전국에서 5일 4번째로 개관한 가운데 많은 참가자들이 참석해 축하했다.
 대구시 중구 서문로 중부경찰서 맞은편에 위안부역사관이 전국에서 5일 4번째로 개관한 가운데 많은 참가자들이 참석해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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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는 "이곳은 비록 비좁은 공간이지만 옳은 역사를 가르치는 산역사의 장"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젊은 사람들이 서로 손잡고 평화롭게 사는 게 나의 소원"이라고 말했다.

안이정선 시민모임 대표는 "여성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세상을 바꾸어가자며 대구에서 여성운동을 시작하게 된 게 1988년"이라며 "90년대 들어 위안부 문제가 떠오르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역사관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안이정선 대표는 이어 "여러 위안부 할머니들이 한푼 두푼 모아 주시고 많은 시민들이 동참해 오늘 개관하게 되었다"며 "앞으로 위안부역사관을 통해 적극적으로 평화를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온 히로코 사무국장은 "우리 아버지 세대가 저지른 만행에 대해 미안하고 올바른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조금이지만 우리도 역사관 건립에 협력하게 되어 무척 기쁘고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쓰코씨는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할머니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를 드리자 한 할머니가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을 해 그 이후 할머니들을 위한 일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5일 오후 대구시 중구 서문로 중부경찰서 맞은편에 위안부 역사관이 개관한 가운데 대구 효성여고 학생과 교사가 손피켓을 들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5일 오후 대구시 중구 서문로 중부경찰서 맞은편에 위안부 역사관이 개관한 가운데 대구 효성여고 학생과 교사가 손피켓을 들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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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은 "위안부역사관은 대구시민들의 마음이 담겨서 만든 소중한 장소"라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할머니들이 지난 모든 아픔을 떨치고 바른 역사를 세우기 위해 노력해줘 감사하다"며 "역사관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역사는 기억을 위한 투쟁"이라며 "희움역사관은 또렷하게 기억하는 투쟁의 장소가 되어야 하고 평화와 여성이라는 중요한 가치가 새겨지는 기억의 재구성 장소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관식이 끝나고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희움역사관 만들기에 함께 했던 시민들이 '희망의 문을 열다'라고 적힌 대형가림막을 걷어냈다.

대구시 중구 서문로 중부경찰서 맞은편에 5일부터 문을 연 '희움일본군위안부 역사관' 전경.
 대구시 중구 서문로 중부경찰서 맞은편에 5일부터 문을 연 '희움일본군위안부 역사관' 전경.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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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문을 연 '희움일본군위안부 역사관' 전시실에 전시중인 <그날의 기억>전
 대구에 문을 연 '희움일본군위안부 역사관' 전시실에 전시중인 <그날의 기억>전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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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개관한 희움역사관은 1926년경 목조 2층 기와지붕으로 지어진 상가 건물을 내부와 벽체만 허물고 리모델링을 해 근대 건축물의 뼈대를 그대로 갖추었다. 1층은 맞이방과 전시실, 2층은 교육실과 옥상마당 등으로 구성됐다.

희움역사관 1층 1전시실에는 일본군위안부 역사 전시 <그날의 기억>과 해결 운동사 전시 <할머니에게 명예와 인권을>을, 2전시실에는 개관 기획전으로 <해방 70년, 한·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온 평화이야기>를 열고 있다.

한편 희움역사관은 지난 2009년 12월 '(사)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중심이 되어 일본군 위안부 자료교육관 건립추진위가 발족한 이후 위안부 출신인 고 김순악 할머니가 "나를 잊지 말아 달라"며 5400만 원을 기부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시민모임이 2012년 12월 '희움'(희망을 모아 꽃피움)이란 이름으로 팔찌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역사관 건립기금 마련 거리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부지매입에 들어갔고 지난해 8월 31일 역사관 터잡기 행사를 했다.

역사관 건립에는 13억4000여만 원의 예산이 소요됐으며 여성가족부와 대구시가 지원한 2억 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시민모금으로 마련되었다. 역사관은 애초 지난해 개관할 예정이었지만 두 번이나 연기된 끝에 착공 1년 4개월이 지나 개관하게 됐다.


태그:#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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