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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에서 피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민주노총 입장발표 기자회견 도중 관음전 창문을 통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동료 걱정하는 한상균 "힘내세요, 투쟁" 조계사에서 피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민주노총 입장발표 기자회견 도중 관음전 창문을 통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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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체포를 피해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 머물고 있는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3일째 단식중이라고 민주노총이 밝혔다. 

한 위원장은 2일 오후 민주노총이 언론에 공개한 편지를 통해 자신의 단식 소식을 전했다. 단식 이유는 "살인진압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시는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빌고자 함이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뜻"이라고 밝혔다. 백남기씨는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 과정에서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를 맞아 뇌수술을 받고 현재까지 호전되지 않고 있다.

다음은 한 위원장의 편지 전문이다.

단식 소식을 전하며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11월) 30일 저녁부터 오늘까지 3일째입니다. 기한은 정하지 않았고 까닭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살인진압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시는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빌고자 함이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뜻입니다. 백남기 농민의 사투와 그 가족들의 고통에 비할 바 못되지만, 조계사에 의탁한 몸이라도 내놓아 고통을 나누고 쾌유를 빌고자 합니다. 충격적인 영상을 통해 모두가 목격한 공권력의 살인진압을 아무도 책임지고 사죄하지 않는 현실에 항의하고자 합니다.

둘째, 경각에 달린 노동자들의 생존권, 즉 노동개악을 막자는 의지를 밝히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어젯밤 여야 지도부가 납득할 수 없는 합의를 했다고 합니다. 임시국회를 열어 노동개악 입법 처리를 시도한다니 믿음은 결국 실망으로 귀결됐습니다. 이제 우리 노동자가 총파업 투쟁으로 일어설 때입니다. 노동자의 절반이 200만 원도 못 받는 저임금 현실을 개선하기는커녕 임금 깎고 노동시간을 늘린다니 참담합니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길은 차단하고 노예노동을 2년 연장하고 파견 비정규직까지 대폭 늘리겠다니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여당은 밀어붙이고 야당은 무기력합니다. 민주노총이 막아야 합니다. 내 밥을 굶어서라도 모든 노동자들의 밥줄을 지키고자 함입니다.

셋째, 정권과 보수언론의 공안탄압에 굴하지 않고 오는 5일 평화시위의 물결이 불의를 뒤덮길 염원합니다. 단식으로써 평화의 의지를 다지고 더 많은 민중들이 저항에 나서주시길 호소하고자 합니다. 우리에겐 민중을 향한 뜨거운 마음이 있습니다. 끝까지 맨몸으로 맞섭시다. 우리에겐 열정적인 동지애가 있습니다. 물대포가 우리를 얼리면 동지애로 녹입시다. 꽃과 바람개비, 온갖 가면으로 불통정권에 저항합시다. 공안탄압은 민주노총에 집중되고 있지만, 결국 노리는 것은 민주주의입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민주주의에 굶주리고 목이 마릅니다. 야위어가는 민주주의를 살리자는 저항의 의지를 담아 굶습니다. 노동자 시민 여러분, 저는 굶지만 기운 더 내시고 더 굳건하게 뭉쳐주시길 호소 드립니다.

끝으로 어려운 자리를 허락해주신 조계사와 신도들께 거듭 감사를 전합니다. 오늘도 중앙신도회 회장님이 다녀가셔서 지난 30일 폭력행위를 사과하셨고, 5일 집회가 평화롭게 잘 개최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하셨습니다. 저의 단식은 마음속으로 노동자의 투쟁을 이해하고 응원해주시는 모든 신앙인들에 대한 화답이기도 합니다. 또 저를 염려해주시는 민주노총 동지들께 감사드립니다. 한 가지 더 심려를 안겨드려 죄송합니다. 잘 견디겠습니다. 저를 걱정하지 마십시오. 노동개악에 맞서 경각에 달린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켜주시면, 저는 당당히 걸어 나갈 것입니다. 힘내십시오. 감사합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한상균, #민주노총, #단식, #백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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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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