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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토킹 '합법폭력'에 참여한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프리토킹 '합법폭력'에 참여한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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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강대학교에서 '민중총궐기 서강대본부'가 주최하는 '합법폭력'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작년 4월 감옥에 들어갔다가 얼마 전에 출소한 박정훈씨와 세월호 추모 침묵 행진 '가만히 있으라.' 제안자인 용혜인씨가 패널로 참석했다.

또한,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서 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 응급차에 타던 도중 경찰이 응급차를 조준해 물대포를 쏘는 것을 목격한 최승건씨, 이를 보고 의협과 의대협에 행동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작성하여 언론과 SNS에서 화제가 되었던 고은산씨도 함께했다.

간담회에서는 '폭력이란 무엇인가?'처럼 다소 철학적인 질문부터 시작하여, '내 친구 중 의경이 많은데 이 의경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느냐'처럼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민감한 문제들도 다루어졌다.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국가폭력에 대한 언론과 여론의 반응, 그리고 2차 총궐기에 대한 걱정 등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놓았다. 현장에서 오고 간 발언을 간략히 요약했다.

"공적 폭력이 환자와 의료진 공격했다"

프리토킹 '합법폭력'을 마친 후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프리토킹 '합법폭력'을 마친 후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 이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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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아래 '용') "최승건씨가 구급차에 실려 갈 때 당시의 상황은 어땠는가?"

최승건(아래 '최') "팔을 다쳤는데 너무 아파서 옷을 걷어보니 부러져있었다. 사람들이 괜찮으냐고 물어봐서 '괜찮지 않다,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이야기했다.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응급처치해주고 응급차를 타는데 경찰이 물대포를 쐈다.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이 막아줘서 별로 안 맞았다.

그런데 구급차 안에 타고 있던 구급대가 물대포를 다 맞았다. 구급대원들이 맞는 걸 보고 진짜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많이 맞지는 않았는데 안에 있던 구급대원들이 물대포를 많이 맞았고 차 문이 닫힌 다음에도 세차장에 있는 것처럼 구급차에 쏴쏴 물소리가 들렸던 기억이 있다. 사람들이 막아줘서 한편으로는 감동했다. 경찰이 이런 짓을 했으니 만인의 공분을 살 것으로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관련 기사 : [단독] 물대포 맞은 구급차 탄 학생 "조준사격이 맞다")

용 "고은산씨는 지난 11월 14일 이후에 대자보를 써서 화제가 되었는데 왜 썼는가?"

고은산 "가만히 생각해보니 너무 화가 났다. 요새 의협이 많이 하는 일 중 하나는 응급실에서 격앙돼서 전문의들을 폭행하는 사람들을 가중처벌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다, 의협은 의료현황이 있을 때마다 국민의 관심을 항상 필요로 하면서 반대로 연대하지는 않았다.

공적폭력이, 국가·의회·정치가 환자와 의료진을 공격하면, 누가 이것을 보호해줄 것인가? 지금까지 의협은 침묵하고 있다. 대자보를 쓰게 된 것은 의사들을 보호하고 의료행위를 하기 위한 단체가 의료인들에 대한 폭력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관련 기사 : 의대생 대자보 "전쟁터에서도 구급차는 공격 안 합니다")

용 "박정훈씨는 어떤 국가의 얼굴을 봤길래 병역거부를 할 수밖에 없었는가?"

박정훈(아래 '박') "매우 충격적으로 봤던 것은 고1 때 등교를 했는데 웬 비행기가 빌딩에 부딪히는 장면 911테러다. 폐허 속에서 군인이 나오더니 'the war'라고 '전쟁이다'고 이야기하는 게 CNN에서 방영됐다. 큰 충격을 받았다, 테러도 무섭지만, 미국이 전쟁한다고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들을 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후세인을 잡는다고 이라크, 빈 라덴을 잡자고 아프가니스탄을 황폐화했다. 폭력, 드론, 어린이들, 성폭력, 죽음을 목격했다. 잘 알지는 못했지만, 저놈의 군대는 가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었다.

결정적으로 2009년 용산,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죽은 용산참사가 일어났다. 용산참사를 진두지휘했던 김석기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쌍용차 폭력진압장면도 생방송으로 봤다. 쓰러져서 기절한 사람들을 곤봉으로 계속 치는. 이런 것을 계속 보고 있으면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들다.

내가 병역거부를 선언했던 2013년 10월에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었고, 밀양주민들이 개발 때문에 공권력에 의해서 쫓겨나고 있었다. 내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은 이들이었는데, 적어도 국가가 군인에게 지키라고 한 국민에 이들이 속하지는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박근혜가 군 최고통수권자인, 게다가 전시작전권도 미국에 있는 군대에 입대할 수 없었다.

정직해져야겠다는 내면의 목소리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럼 한국에서는 감옥밖에 답이 없구나. 하지만 출소한 이후에도 매우 유감스럽고 안 좋은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불법 시위자는 죽어도 싸다고 정치인들이 당당하게 이야기하는데 여기에 사람들이 어느 정도 동의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권력의 본질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죽음과 백남기씨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 것에 대한 반응은 달랐다. 어쩌면 존엄한 죽음이라는 것이 불가능한 세상이 왔다. 금수저 흙수저보다 더 비참한 이야기는 죽음에도 금관이 있고 흙관이 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내가 군대를 '거절'한 이유를 밝힙니다)

"폭력은 관계 속에서 정의 가능... '선량한' 국민 되면 안 된다"

용 "폭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폭력은 관계 속에서 정의할 수 있다. 누구의 손에 있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가 차벽을 두드리는 것과 경찰의 곤봉에 맞거나 물대포로 직사당하여 쓰러지는 것 중에, 차벽을 두드리는 것이 더 위험하고 심각한 폭력이라고 여겨진다. 이게 객관적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믿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폭력은 권력과 힘의 발현 형태일 뿐 힘 그 자체는 아니다. 지배계급은 의회의 과반을 확보하고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는 권력이 있다. 이들은 폭력을 행사할 필요가 없다. 민원을 넣거나 법을 만들어 통과시켜버리면 된다. 이번 노동 개악에도 경총과 전경련이 넣은 민원의 내용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것처럼.

폭력에 도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가 시위를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의 절차적 수단으로는 우리의 의사를 관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력이 없는 국민이 가진 마지막 권리이자 힘이 바로 시위이다. 이 싸움은 이해관계가 걸린 싸움이다. 저들은 임금을 깎고 쉽게 해고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임금을 높이고 해고를 쉽게 하지 못하게 하려고.

폭력논쟁에서 경계해야 하는 부분은 우리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순수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다. 국가가 보호하고 싶은 국민이 바로 이 순수한 사람들인데, 이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 가령 IS 같은 복면시위대는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폭력적으로 진압해도 된다. 이때 보편적인 인권이나, 주권자로서의 국민이라는 본질적은 내용은 사라진다. 당연히 무엇 때문에 거리에 나와 있는지도 중요하지 않게 된다. 이번에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여야 합의가 됐는데, 국가의 마음에 들지 않는 비국민은 모두 테러분자가 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작은 집단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시위의 내용에는 동의하지만, 폭력은 싫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국가가 제시한 선량한 국민이 되기 위한 노력이다. 개인이 이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서 벗어나는 말을 하면 '좌파'로 낙인찍히고 배제된다. 그런데 이제는 집회에서 복면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선량한 집회참가자인지, IS 같은 집회참가자인지 결정해야 한다."

"얼마 전 KTX 판결이 났다. 쌍용자동차도 그렇고. 국가와 절차가 단지 지배계층의 동사무소 같은 느낌이다. 이들의 편의를 위해 존재한다. 법이 얼마나 그들 마음대로 굴러가는지 보지 않았나. 물대포도 다 규정을 어겼다. 어느 정도 양보하는 것도 있지만, 권력을 위주로 굴러간다. 우리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합법/불법/ 폭력/비폭력에 의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 자리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할 수 있다. 우리와 생각을 같이하는 단체에 가입하여 후원할 수도 있다. 객관적인 힘으로 따져보면 막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국정화, FTA 모두 끝난 싸움 같다. 그렇지만 죽을 힘을 다해서 싸우고, 침묵하지 않고 말하다가 패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좌파와 알바노조의 계획이 있다. 오는 5일, 오후 1시에 사전대회가 있는데 "우리는 박근혜 정부의 국민을 탈퇴한다"라는 제목이다. 우리는 당신들이 원하는 국민이 아니지만, 이 땅에 이렇게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말할 권리가 있고,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우리가 집회에 나가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덧붙이는 글 | 앞으로도 알바노조와 청년좌파는 전국을 돌며 '합법폭력' 프리토킹을 진행할 예정이다. 12월 5일 오후1시에는 민중총궐기 사전대회로 <국민사퇴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 서울
12월 2일(수) 오후 6시 30분 경희대학교 정경대 305호(문의 : 김준호 010-8382-1158)
12월 3일(목) 오후 6시 30분 성공회대학교 새천년관 7105호(문의 : 정의융 010-2561-5336)

▲ 인천
12월 4일(금) 오후 6시 30분 바래미 야학(문의 : 이경호 010-7205-9006)

▲ 대전/충남
12월 9일(수) 오후 7시 대전 잇수다
(대전 유성구 지족동987-1 성훈프라자 605호 / 문의 : 황근준 010-3420-2392)

▲ 부산
12월 10일(목) 오후 6시 노동당 부산시당 사무실
(부산시 진구 동천로 108번길 6 동신빌딩 3층 303호 / 문의 : 김진만 010-3442-6338)



태그:#합법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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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주제로 운동하는 불꽃페미액션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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