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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세월호를 다룬 모의재판에서 재판장이 마지막에 한 말이다. 26일 오후 경남 김해 인제대학교에서 이 대학 법학과 학생들이 마련한 '세월호 침몰사건'을 주제로 모의재판을 열었다.

구지민․이상아 학생이 대본을 썼고, 학생들이 판사와 검사, 변호사, 증인, 피고인 등의 역할을 맡아 법정에 섰다. 구지민 학생은 '세월호 카페'와 기사 등을 참고해 교수 자문을 받아 서너 달 동안 대본을 준비해왔다.

경남 김해 인제대학교 법학과 학생들은 26일 오후 '세월호 침몰 사건'을 소재로 모의재판을 열었고, 참가자들한테 세월호 배지를 제작해 나눠주었다.
 경남 김해 인제대학교 법학과 학생들은 26일 오후 '세월호 침몰 사건'을 소재로 모의재판을 열었고, 참가자들한테 세월호 배지를 제작해 나눠주었다.
ⓒ 구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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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장을 피고인으로 세워 재판이 진행되었다. 검사는 기소요지를 설명하면서 "피고인은 2014년 4월 15일 인천을 출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의 선장으로서, 세월호는 16일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해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 구조됐고, 300여명이 넘는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는 변론요지를 통해 "해경이 도착하고 구출될 당시의 피고인이 승객들의 죽음을 등한시한 채로 나온 것이 아니라 해경이 당연히 구출을 하겠지라는 생각을 가졌다는 점에서 살인에 대한 고의가 없다고 보고 미필적 고의로 인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니다"며 "세월호 사건은 선장 한 사람만의 책임과 잘못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증인으로 나온 생존학생은 "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탈출했다"거나 "배에서 탈출할 때는 조금 힘들긴 했지만, 구조가 불가능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검사는 "증인은 대기하라는 방송을 들었지만, 갑판으로 나와 위급함을 느꼈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선박사고가 나면 승객들은 배 안의 안내방송에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며 "하지만 18살 학생이 생각하기에도, 그 방송이 맞지 않아, 따르지 않고 배에서 탈출한 정도였다면, 상황이 매우 위급했으며, 상황과 대기방송이 전혀 맞지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증인으로 나온 해경은 "당시 상황이 배가 굉장히 많이 기울어져 있어, 저희가 이미 선박 내로 진입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최대한 구조에 힘쓰려고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변호사가 격앙된 목소리로 "그게 말이라고 하느냐. 해경이 우선적으로 해야하는 게 무엇이냐. 선박 내의 골든타임 동안 당신들은 무엇을 했단 말이냐"고 따졌다. 이에 증인으로 나온 해경은 고개를 숙이며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 심문에서 왜 현장을 떠났느냐는 질문에, 선장은 "해경이 도착하기 전까지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했고, 해경이 도착한 뒤 구조는 당연히 해경이 잘 하리라 생각했지 결코 그렇게 죽게 내버려 두려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느냐고 하자 선장은 "죄송하다"고 했다.

최후변론 주장은?

최후변론에서 검사는 선장에 대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과 살인미수죄 모두 적용하여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다"며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예비적으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추가했고, 과실치사를 인정할 경우 여러 죄의 경합으로 인한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형을 선고해 달라"고 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임시 선장이었고, 이로 인해 과적 등에 개입할 여지가 없었으며, 과거에도 3등 항해사가 아무런 문제 없이 사고지점을 운항한 적이 있다"며 "피고인은 현재 굉장히 반성하고 있다. 사고 당시 자신도 공황상태에 빠져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해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피고인 선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죽을 죄를 지었다. 어떤 말을 드려도 유가족들의 마음 속에 있는 응어리는 풀리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죽는 그날까지 반성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겠다. 정말 진심으로 살인에 대한 고의는 전혀 없었다. 정말 죄송하다"고 최후진술했다.

재판장이 최후판결하려고 하자 방청석은 조용했다. 재판장은 선장에 대해 "어떤 명분으로도 용서받기 어렵고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엄중한 형사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어 우리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키기로 했다"며 "피고인의 미필적고의를 인정 부작위에 의한 살인미수와 살인죄 등 몇 개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장의 입에서는 "무기징역을 선고한다"는 말이 나왔다.

마지막에 재판장은 청중을 향해 호소했다. 재판장은 "여러분. 저희들의 연극은 여기까지다. 세월호 사건의 실제 판결에서 피고인은 수난구호법과 선원법을 위반하였고, 업무상과실선박매몰과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여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와 살인미수죄 등의 혐의로 인해 무기징역을 선고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더 이상 선장의 잘 잘못을 가리는 게 아니다. 이제부터는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앞으로 이런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며 "국가의 구조적, 제도적 문제를 개선하여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끔 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태그:#세월호, #인제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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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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