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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은 머리를 누가 깎아주나요?"
누군가 웃으면서 물은 적이 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 때문이다. 이 말에는 약간의 오해가 있다. 모든 스님은 혼자서도 머리를 잘 깎는다. 다만 첫 삭발 때는 은사 스님이 깎아주는데, 이는 공부할 때는 반드시 스승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제 나는 너무나 익숙해져 눈감고도 깎을 정도이다. 그러나 머리를 깎고 나서 서늘한 느낌이 들 때마다 스님으로서의 잘 살겠다는 각오만큼은 잊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 109쪽-

세월이 하 수상하다보니 이제는 엉터리 말이 된 속담이 없지 않습니다. 속담은 어느 한 사람이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한 말이 아닙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삶에서 얻은 경험이나 교훈, 어떠한 가치에 대한 견해를 간결하고도 형상적인 언어 표현한 말입니다. 세월 탓인지 세태 탓인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맞지 않는 말이 된 속담이 한둘 등장합니다.

흔하게 듣고 쉽사리 확인할 수 있는 속담 중 하나가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일 겁니다. 예전에는 10년쯤은 걸려야 강산이 변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요즘은 아닙니다. 넉넉잡아 3년이면 주변을 어림할 수 없을 만큼 깡그리 바뀝니다.

택지 개발이 한창인 곳엘 가면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얼마나 허구적인 말이 됐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야트막한 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물 졸졸 흐르고 있던 도랑이 없어지는 건 예사입니다. 이렇게 파헤쳐지고 저런 건물이 들어서며 달라지다보니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나서야 겨우 여기가 거기였구나 하는 정도를 알 수 있는 곳이 수두룩합니다.  

'중이 제 머리 깎지 못한다'는 속담도 그렇습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은 '어떤 일에서 자신이 능수능란하다 할지라도 자신의 일을 처리할 때는 잘 못하거나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요즘은 제 머리를 더 잘 깎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자신의 이해와 관련된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처리하려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이 품고 있는 가려진 속뜻이라 생각됩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이 담고 있을 이런 속뜻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실제로 자신의 머리를 깎는 게 너무나 익숙해져 이제는 눈을 감고도 깎을 정도라는 스님이 있습니다.

행복한 마음 습관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 (지은이 원영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5년 11월 17일 / 값 15,000원>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 (지은이 원영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5년 11월 17일 / 값 15,000원>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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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지은이 원영, 펴낸곳 불광출판사)에서는 그런 스님, 눈을 감고도 당신의 머리를 깎는다는 스님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경험한 이런 사연과 저런 지혜를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로 소곤거리듯 들려주고 있습니다.

내용 중에는 산들 바람에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버드나무가지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담담한 경험도 있고 감칠맛 같은 사연도 있습니다. 천근무게만큼이나 무거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도 있고, 출가수행자의 삶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필자는 성직자의 삶을 많이 존경합니다. 단지 성직자여서가 아닙니다. 참고 견디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교인이 아니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보편적 생활조차도 참고 견디며 살아야 하는 그런 제약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성직자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사람들을 상대로 말을 많이 합니다. 손가락질 받을 말, 나쁜 말을 하는 성직자는 없습니다. 다들 모범적이고 좋은 말들만 합니다. 좋은 말이라는 자체가 참고 견뎌야만 하는 삶을 살게 하는 울타리가 되고 쐐기가 됩니다.

믿을 신(信)자를 보면 사람 인(亻)과 말씀 언(言)이 합쳐져 있습니다. 한자는 뜻글자입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믿음은 그 사람이 하는 말이 행동과 얼마나 일치하느냐가 척도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은 찰떡같이 하면서 행동은 개떡 같이 하는 사람이라면 성직자이기에 앞서 인간으로서도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평가됩니다.

따라서 말을 많이 한다는 건 참고, 견디고, 억제하고, 조절하며 모범적으로 행동해야 할 생활이 그만큼 많아 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참고 견디는 삶을 살아야 하니 성직자의 삶을 살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성직자는 충분히 존경 받아도 된다고 생각됩니다.

인생을 배우는 순간순간이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

스님은 불교방송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방송을 진행하다보면 청취자라고 하는 엄청난 사람들을 상대로 이런 말도 하고 저런 이야기도 해야 하니 한층 더 수행자에 버금가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자주 출가를 권유합니다.
승려의 길을 뜻하는 출가가 아니라 그야말로 출가(출가), 집을 나가보라는 것입니다. 집은 안락함일 수도 있고,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무엇'일 수도 있습니다. 갇혀있는 생각에서 벗어나라는 것입니다. 경계에 서서 안과 밖, 모두를 바로 보라는 것입니다. 안에 있으면 전체를 볼 수 없습니다.

갇힌 '나'에서 나가는 것, 길에서 벗어나는 것. 그래서 진실과 마주하는 것이 바로 출가입니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서나 우리는 출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 69쪽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은 수두룩합니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은 인생을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얻는 수확들이며 결실입니다.

슬픔 속 위로, 강인함 속 부드러움, 나약함 속 용기, 자신감 속 겸손, 외로움 속 자유… 이 모든 것 하나하나가 인생을 배워나가는 순간순간,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입니다.

무시로 스님이 권하는 출가를 결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지금 당장은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을 일독하는 것이야 말로, 현재진행형인 인생에서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을 챙길 수 있는 참 다행한 책읽기가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 (지은이 원영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5년 11월 17일 / 값 15,000원>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 - 인생을 좋은 쪽으로 흐르게 하는 행복한 마음습관

원영 지음, 나윤찬 그림, 불광출판사(2015)


태그:#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 #원영,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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