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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성남시가 청년배당을 시행하겠다고 한다. 청년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일자리를 갖지 못한 청년들에게 일년에 100만 원 또는 50만 원을 지원한다는 것이 이번에 내놓은 정책의 골자다.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최소한의 생계라도 꾸릴 수 있는 청년들에게는 작지 않은 돈이 분명하다. 그런데 실제로 지급된다면 청년들은 이 돈을 어떻게 어디에 쓸까?

<퍼스널 MBA>표지
 <퍼스널 MBA>표지
ⓒ 진성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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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라는 화두는 현 정부에서 들고 나온 이슈다. 창조라는 말의 의미는 아무도 하지 않은 생산적인 무언가를 해보자는 것이다. 이제까지 아무도 하지 않은 청년배당은 창조경제에 밑거름이 되는 정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박근혜 정부가 꼼꼼히 조사해서 이 정책을 독려하고 지원하면 좋겠다. 청년들의 활동적인 뇌가 이 돈으로 가공할 만한 창조경제의 단초를 제시할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상의 발전은 농업에서 산업으로 그리고 서비스 경제로 진화했다. 지금은 체험경제시대라고 한다. 개인의 체험을 파는 시대라는 의미다. 제품과 서비스는 넘쳐나지만 개인들의 다양한 구미에 맞는 맞춤형은 구하기 어렵다. 또 고가의 재화는 소수의 고객들에게 특화된 그들만의 전유물이다. 합리적 가격의 체험상품 또는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청년배당, 체험경제, 개인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 등의 개념들을 접하면서 작년에 거금 2만5000원을 주고 구입한 책, <퍼스널 MBA>를 떠올렸다. 다시 읽으면서 이 책을 청년, 자영업자, 직장인, CEO, 그리고 정치인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유명 대학의 MBA를 경험하지 못했으니 비교가 불가능하긴 하나 꼼꼼히 읽다 보면 최소한 비즈니스를 하기 전에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구나' 하는 깨달음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의 본질

저자는 조쉬 카우프만은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독학으로 마케팅을 공부했다고 한다. 실무를 하면서 수천 권이 넘는 경영 관련 서적을 섭렵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퍼스널 MBA>라는 것이다. 체험경제 시대에 맞는 제목이라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각 장의 소제목들을 하루 몇 개씩 읽다 보면 한 달 안에 마칠 수 있다. 더 깊은 공부를 위해 각 장과 부록에는 추천하는 책의 목록이 소개되어 있다.

저자는 사업의 본질을 다섯 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가치창조, 마케팅, 판매, 가치제공, 재무(회계) 등이다. 이 다섯 가지 개념을 이해하고 몇 가지 원리를 공부한다면 누구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필요할 만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고객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고민(마케팅)하고 적정한 가격에 판매, 전달하고 매출금과 이익금을 정확하게 구분하면 그것이 사업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비즈니스를 하기 전, '이 비즈니스가 꼭 지금 필요한가' 하고 자문해 보자는 긴급성(urgency), 시장규모(market size), 가격 잠재력(pricing potential), 고객 획득 비용(cost of customer acquisition), 가치 전달 비용(cost of value-delivery), 상품의 독창성(uniqueness of offer), 시장진출속도(speed to market), 선불 투자(up-front investment), 추가 판매 가능성(up-sell potential), 추가 노력의 여부(evergreen effort) 등의 열 가지를 각각 0에서 10의 점수로 평가해보는 것이다. 0에서 10으로 갈수록 매력적임을 뜻한다. 점수가 50점 이하라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전세계의 맥도날드 매장 개수보다도 우리나라에 많다는 치킨집 창업을 예로 들어보자. 먼저 이 비즈니스가 긴급하게 필요할까(긴급성)? 점수는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 시장규모는 치킨집 숫자가 2012년 현재 3만9천개쯤 되니 7점쯤, 고객획득비용은 경쟁이 치열하니 3점, 가치전달비용은 수수료가 문제긴 하지만 배달 전문업체와 계약만 맺으면 되니 7점, 상품의 독창성에는 2점, 시장진출속도 7점, 선불투자 5점, 추가판매가능성 3점, 추가노력의 여부 3점이다. 37점. 평범한 치킨집은 개업과 동시에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비즈니스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에 가깝다

<퍼스널 MBA>는 사업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사업의 본질 5가지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 외에도 저자는 인간의 마음, 자신과 일하기, 타인과 일하기, 조직의 이해와 분석과 개선 등을 각각의 장에서 다루고 있다.

일반적인 경영 관련 서적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들에 천착한 것이다. 과학적, 심리적, 정치적, 사회적 접근을 통해 모든 비즈니스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일에는 반드시 숫자나 체계 외에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많은 개념들 중 하나를 소개한다면, 결여 맹목성(Absence Blindness)을 소개하고 싶다. 저자는 '결여 맹목성 현상은 우리가 관찰할 수 없는 것을 식별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인식적 편견이다.(p.422)'로 정의하고 있는데 풀어보자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고가 났을 경우 분명한 손실을 확인할 수 있지만 누군가 그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 경우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의 제거로 인한 이익의 규모를 확인할 수 없고 눈에 띄지도 않기 때문에 그 누군가는 업무적 성과를 보상받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력이 덜한 관리자들이 실제로는 더 보상받는 듯한데, 이는 어쩌면 그들 자신의 허술한 관리가 야기했을지도 모르는 문제들을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일을 '드러내 놓고', '하늘과 땅을 오가며' 처리하기 때문이다.(422)"

청년배당은 어쩌면 결여 맹목성 현상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작지만 귀한 돈 연간 50만 원에서 100만 원을 손에든 청년들이 초래할 상당할 수도 있는 미래의 이익을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인식적 편견이 우려된다는 뜻이다. 

힘없고 빽없는 청년들도 이젠 취약계층으로 전락했거나 최소한 전락하고 있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 들리는 요즘, 청년배당은 '반값 등록금 공약' 못 지킨 정부가 발벗고 나서서 선전해야 할 정책이다.

덧붙이는 글 | <퍼스널 MBA> 조쉬 카우프만 지음, 이상호, 박상진 옮김, 2014년 9월 1일 초판 발행, 진성북스



퍼스널 MBA - 비즈니스 성공의 불변법칙, 경영의 멘탈모델을 배운다!

조쉬 카우프만 지음, 이상호.박상진 옮김, 진성북스(2018)


태그:#MBA, #결여맹목성, #사업,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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