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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63년 1월 7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고 있는 김종필 당시 중앙정보부장.
 지난 1963년 1월 7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고 있는 김종필 당시 중앙정보부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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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2월 10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운정회' 창립식에 참석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
 지난 2013년 12월 10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운정회' 창립식에 참석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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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5·16 군사쿠데타의 주역이었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흉상이 충남 공주의 모교에 세워진다.

공주고 총동문회 일부 회원이 주도해 흉상건립추진위원회를 구상했으며, 현재는 건립에 필요한 기금을 모금 중이다. 하지만 현직 교사가 반대 1인 시위에 나서고, 공주민주단체협의회가 비판 성명을 준비하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김종필 전 총리는 공주고 19회 졸업생이다.

18일 흉상 건립이 예정된 공주고를 찾았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정문 우측에는 흉상 건립을 위한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흉상은 오는 19일 학교에 도착하며, 21일에 제막식을 열 예정이다. 이 사실은 지난 16일 학교 운영위원회를 통해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됐다.

흉상건립추진위원회는 오시덕 공주시장(새누리당), 김태흠 새누리당 보령·서천 국회의원 등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이완섭 서산시장(새누리당)도 공동위원장에 이름을 올렸으나 사퇴한 상태다.

공주고등학교 정문에 김종필 전 총리의 흉상 건립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다.
 공주고등학교 정문에 김종필 전 총리의 흉상 건립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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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고등하교 총동문회 흉상건립추진위원회가 회원들에게 흉상기금을 요청하는 문자.
 공주고등하교 총동문회 흉상건립추진위원회가 회원들에게 흉상기금을 요청하는 문자.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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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총동문회 회원은 이날 기자와 한 통화에서 "지난 9월에 열린 공주고 총동문회 긴급 이사회에서 흉상 건립 소식이 일방적으로 선포됐다"며 "같은 자리에 있던 일부 회원들이 '왜 살아 있는 사람의 흉상을 세우려 하느냐?', '왜 공립학교에 흉상을 세우느냐?'라고 크게 반발하면서 고성이 오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후 일부 회원들이 오시덕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상의도 없이 총동문회 이름을 팔아먹었느냐'고 항의하면서 총동문회가 아닌 회원 40여 명이 개인적으로 흉상 건립을 추진해 약 7천만 원 모았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에는 총동문회가 흉상건립추진위원회 이름으로 모금을 종용하는 내용의 우편물을 동문들에게 보내왔다"며 "우편물에는 1억 원을 모금하여 5천만 원으로 흉상을 제작하고, 나머지 5천만 원은 장학금으로 기탁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고, 최근까지도 모금에 참여하라는 문자가 왔다"고 전했다.

"구성원 모르게 일방 추진... 교사 90% 이상이 반대"

18일부터 등굣길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 박종우(전교조 공주지회 사무국장) 교사는 교직원과 학생을 상대로 흉상 건립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전했다.

박 교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교사 52명 중 90.4%(47명)가 반대의사를 밝혔으며 찬성은 9.6%(5명)에 그쳤다. 학생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245명 중 86.9%(213명)이 반대했으며, 13.1%(32명)만이 흉상 건립에 찬성했다.

박 교사는 "공주고 총동문회가 5.16 쿠데타 주역이었던 김종필씨의 흉상을 제작해 교정에 세우려고 하는 것은 공주고의 수치이자 전 공주 시민이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떤 사람들은 김종필씨가 우리나라 정치와 역사에 이바지한 공과를 따져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공교육 현장에 살아있는 사람의 흉상을 건립하는 것 자체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냉정하게 공과를 평가해도 김종필 전 총리는 개인의 영달을 위해 쿠데타에 가담했으며 독재 정권 하에서 온갖 부귀영달을 누렸다"면서 "반면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전혀 이바지한 바가 없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공주시 신관동에 사는 김아무개(43)씨 역시 부정적 의견이었다. 김씨는 "(김종필 전 총리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교육 현장에 흉상을 건립하는 건 옳지 않아 보인다"며 "더욱이 추진 과정 또한 투명하지 않았고, 여기에 시민의 대표인 오시덕 공주시장이 앞장선다는 것도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김종필 전 총리의 흉상이 들어설 자리에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주고등학교 우측에 세워질 것으로 내일쯤 흉상이 들어와 토요일 제막식을 예정하고 있다.
 김종필 전 총리의 흉상이 들어설 자리에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주고등학교 우측에 세워질 것으로 내일쯤 흉상이 들어와 토요일 제막식을 예정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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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조충식 공주고 교장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조 교장은 "학교는 장소만 제공하는 것으로, 정치적인 목적은 없다"며 "동문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진행하는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 발전으로 하는 것인데 주변에서는 자꾸 비판한다"며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흉상건립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A씨는 "김종필 전 총리는 11대와 31대 국무총리를 지낸 과거 경력이 있어 흉상을 건립하려는 것"이라며 "지역에서 뜻있는 분들이 총동문회의 협조를 받아 추진위원회 구성했으며, 목표 금액인 1억 원의 근사치까지 모금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모금한 기금 중에 일부는 장학금으로 학교에 전달하고, 2022년 100주년 기념사업을 위한 역사관 건립 기금 재정으로도 쓰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충청남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학교 측으로부터 흉상 건립에 대해 보고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한편, 공주민주단체협의회 등 이 지역 시민단체는 이날 저녁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한 관계자는 "내일부터 등굣길 시위와 학교장 항의방문, 기자회견 등으로 흉상건립을 막아내겠다"고 전했다.

지난 2007년 5월 16일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 서울호텔에서 열린 제40회 5.16 민족상 시상식에 참석, 김종필 전 총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5월 16일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 서울호텔에서 열린 제40회 5.16 민족상 시상식에 참석, 김종필 전 총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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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종필, #공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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