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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의 사법시험 존치에 관한 공청회가 18일 오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열렸다. 진술인들이 의견을 진술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의 사법시험 존치에 관한 공청회가 18일 오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열렸다. 진술인들이 의견을 진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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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폐지를 앞둔 사법시험의 운명을 두고 국회가 18일 공청회를 개최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상황에서 어렵사리 열린 논의의 장이다. 하지만 찬반 양쪽의 치열한 논쟁 대신 눈치작전만 있었고, 공청회는 별 소득 없이 끝나버렸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국민들이 더 쉽게, 질 좋은 법률 서비스를 받도록 시험 대신 교육으로 더 많은 법률가를 양성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을 결정했다. 국회는 로스쿨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과 변호사시험법을 잇달아 처리하며 제도의 토대를 마련했고, 사법시험은 2016년 마지막 1차 시험을 실시한 다음 2017년 폐지하기로 정했다.

그런데 로스쿨 도입 후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뿐 아니라 제도 운영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19대 국회 들어 사시 존치를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새누리당 함진규·노철래·김용남·김학용·오신환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은 각각 같은 내용으로 변호사시험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18일 공청회는 법사위가 이 법안을 심사하기 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보겠다며 만든 자리였다.

이 문제를 두고 변호사계는 줄곧 갈등해왔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공식적으로 사시 존치 활동을 펼쳐왔다. 반면 이재동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법률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사시 폐지를 주장했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정욱)을 따로 설립해 반격에 나섰다.

공청회에는 양쪽 대표선수라고 할 수 있는 나승철 변호사와 이호선 국민대학교 법과대학교수(사시 존치), 김정욱 한국법조인협회 회장과 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사시 폐지)이 진술인으로 나오기까지 했다.

빤한 답변만 내놓은 법무부·법원에 질타 쏟아져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변호사 시험법 개정안 반대 전국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결의대회'에서 로스쿨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변호사 시험법 개정안 반대 전국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결의대회'에서 로스쿨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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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청회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가장 먼저 진술 기회를 얻은 법무부부터 문제였다. 변호사시험을 관장하는 법무부 법조인력과 강민정 검사는 "로스쿨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사시 존치 여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논의되고 있다"며 "법무부는 충분히 수렴해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너무나 원론적인 답변에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황당해하는 모습이었다. 여당 간사 이한성 의원은 "법무부가 법조인을 어떻게 선발하고 운영해보니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보고해줘야 국민들이 판단하는데 여기서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며 소리를 높였다.

법원 태도 역시 비슷했다. 사법연수원에서 사시 합격생과 로스쿨생 모두 가르친 경험이 있는 정재헌 교수는 "현행 로스쿨 제도는 국가가 오랜 논의를 거쳐 내린 결단이라 그 취지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문제를 개선하는 방법이 사시 존치인지 등을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있지만 좀 더 많은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이상민 위원장이 그에게 "논의방식은 그렇다 쳐도 사시 존치 또는 폐지의 폐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이런 의견을 줘야 (토론을) 진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도 "법원과 법무부의 진술은 안타깝다"며 "두 곳이 로스쿨 또는 사시출신들이 일해 보니 어떤 장단점이 있었다고 얘기를 해줘야 이 공청회가 실효성이 있다, 오늘 그래서 불렀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내실 있는 답변이 나오지 않자 법사위는 좀 더 책임 있는 사람의 답변을 듣겠다며 법무부와 법원행정처에 연락했다. 부랴부랴 한승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과 배용원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달려왔지만 두 사람의 진술 내용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박성수 교육부 대학학사제도 과장은 "로스쿨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며 "법에는 사시를 2017년 폐지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시간 얼마 없는데 국회도 수수방관... 법조계만 시끌시끌

결국 법사위는 논의를 중단했다. 이상민 위원장은 "국회가 여러 의원을 들어 결정할 텐데 그럼 정부나 법원은 (경험한 내용들을) 예기해줘야 한다"며 "이게 어제 오늘 문제도 아닌데 연구를 좀 하라"고 질책했다.

또 "(사시 존치를 두고 찬반이 나뉘는)진술인들도 로스쿨 도입 배경에 수긍하나 기대가 못 미치는 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데에 합의하지만, 그 방법이 사시 존치인지를 저울질하는 것"이라며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사시는 내년 2월말에서 3월초면 마지막 1차 시험이 실시된다. 4월이면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국회는 어수선하다. 법사위는 연내 공청회를 다시 열기로 했지만 가능성은 물론 다시 열리더라도 충분한 논의 끝에 결론을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사시 존치와 폐지 양쪽 모두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유다. 18일 하창후 대한변협 회장은 공청회 시작 전 이상민 위원장을 만나 전국 10개 도시에서 5345명에게 받은 '사시존치 법안 통과 촉구 서명'을 전달했다.

비슷한 시각, 전국 25개 로스쿨 학생회장단은 국회 정론관에서 사시 존치법안 반대 기자회견을, 재학생들은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로스쿨 제도 정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국회는 손놓고, 법원과 법무부는 눈치만 보고 있는 사이에 법조계 내부 갈등은 점점 깊어져만 가는 모습이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사시 존폐 논란, #사법시험,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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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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