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KBS(한국방송) 사장 인사 개입' 의혹으로 입방아에 오른 이인호 KBS 이사장이 16일 국사편찬위원회(국편)의 핵심 관계자를 만나 '국정교과서 집필지침' 관련 의견 서류를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 역사교육단체들은 "청와대와 가까운 뉴라이트 역사학자로 분류된 이 이사장이 교과서 집필에도 비밀리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역사단체들 "청와대와 가까운 인사의 보이지 않는 손"?16일 이 이사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저번에 그 집필 지침에 관한 공청회가 있었을 적에 '걱정의 소리'들이 많았다. 설계도인 집필지침을 잘 검토해야 한다"면서 "내 생각에는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는 안을…"이라고 밝혔다. "오늘(16일) 의견 서류를 작성해서 국편에 전달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다.
이 이사장은 '걱정의 소리'와 관련 "국편이 우익학자들을 집필진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그런 것도 있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이사장이 이날 오후 4시쯤부터 1시간 30여분 동안 서울 여의도 근교에서 만난 국편 관계자는 중고교<역사> 국정교과서 편찬 실무책임을 맡은 진재관 편사부장 등 2∼3명이다. 이 이사장은 "진 편사부장이 국회 일정중에 (밖으로 나와) 나 하고 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각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는 고대영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야당 의원들은 '청와대 사전 낙점' 의혹과 관련, 이인호 KBS 이사장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이날 진 편사부장과 한 대화의 내용에 대해 "교육부 (집필지침) 안이 다 짜인 게 있다고 하더라. 집필지침안이 (이전 발표한 것과 달리)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면서 "이왕 정부가 국정화를 만들 바에야 제대로 된 교과서가 나와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2008년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일으킨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 감수를 맡았던 이 이사장은 2013년에는 김정배 현 국편위원장, 신형식 국정교과서 대표집필 내정자(이대 명예교수)와 함께 교학사 교과서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독립을 반대한 분이기에 대한민국 공로자로서 그를 거론하는 게 옳지 않다"고 말하는 등 백범 김구 폄하 논란을 여러 차례 빚기도 했다.
이인호 "조언하려고 개인적으로 만나자고 한 것" 방은희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청와대 사장 인사 개입 말썽으로 KBS 일도 바쁘신 분이 왜 국편의 국정교과서에 대한 개입을 비밀리에 시도하는 것이냐"면서 "청와대와 가까운 뉴라이트 역사학자로 분류된 이 이사장의 이런 행동은 국정교과서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 하는 의혹을 강하게 일으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나는 다른 직함(KBS 이사장)이 아니라 역사학자이며 서울대 명예교수로서 내가 (국편 편사부장을) 만나자고 한 것"이라면서 "한쪽에서 국정화 안 된다고 그러고 다른 쪽에서는 교과서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그러고. 결국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안을 만들어야 될 것 아니냐. 그런 조언을 하려고 개인적으로 만나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