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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 13만 명, 경찰 추산 6만 명. 지난 11월 14일 토요일 수많은 사람이 서울 광화문 광장을 향했습니다.

처음 참가한 집회에서는 말로만 듣던 차벽도 구경하고, 캡사이신이 섞여 코가 얼얼해지는 물대포도 온몸에 맞았습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팔이 욱신거립니다.

피곤함과 뿌듯함이 함께 묻어나는 표정들
 피곤함과 뿌듯함이 함께 묻어나는 표정들
ⓒ 이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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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녹색당이라는 정당에 적을 두고 있는 스물여섯의 대학생입니다. 집회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당원분들과 늦은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자리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한 당원분이 말을 꺼내셨습니다. "저희 쓰레기봉투를 사서 거리를 치우는 건 어떨까요?"

모든 분이 흔쾌히 "좋아요!"를 외쳤고 곧바로 편의점으로 달려가 75L 종량제 봉투 4개를 샀습니다.

종량제 큰 봉투 4개 가득 채웠습니다

이권우씨의 제안으로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 큼지막한 쓰레기 봉투를 구매했다.
▲ 와! 쓰레기 봉투다! 이권우씨의 제안으로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 큼지막한 쓰레기 봉투를 구매했다.
ⓒ 진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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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쓰레기를 치운다며,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주시는 분도 있었다.
 맨손으로 쓰레기를 치운다며,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주시는 분도 있었다.
ⓒ 이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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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치우는 사람의 눈으로 보니 새로운 것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궂은 날씨로 곳곳에 버려진 우비들이 많았습니다. "금방 치우고 가겠지" 하던 생각은 결국 틀리고 말았습니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 대부분은 종량제 봉투에 담지는 않았지만, 쓰레기를 한곳에 모아뒀습니다.

저희는 미처 모아놓지 못한 작은 쓰레기와 지나가는 시민분들이 건네주시는 것들을 봉투에 담았습니다.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도와주시는 시민분들도 있었고, 어떤 분은 끼고 있던 목장갑까지 건네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광화문과 시청 인근을 한 시간 반쯤 돌아다니자 봉투 4개를 모두 가득 채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집회 때 쓰레기봉투를 챙겨오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행사도 집회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라오는 책임인 뒷정리도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있기에 이런 제안과 동의가 흔쾌히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쓰레기 봉투를 들고 다니자, 함께 봉투를 채워주시는 시민 분들도 있었다.
 쓰레기 봉투를 들고 다니자, 함께 봉투를 채워주시는 시민 분들도 있었다.
ⓒ 이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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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들은 '이번 집회가 불법이며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불평을 하기 위해 주말 저녁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더 바람직한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자 모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쓰레기를 치우면서 직접 바라본 집회 현장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예상보다 질서정연하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집회에 참가할 기회가 있을 때, 쓰레기봉투를 챙겨가 보는 건 어떨까요?

시청과 광화문 일대를 한 시간 반 동안 돌아다닌 결과 봉투를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시청과 광화문 일대를 한 시간 반 동안 돌아다닌 결과 봉투를 가득 채울 수 있었다.
ⓒ 진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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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청년녹색당은 35세 이하로 구성된 녹색당의 청년조직입니다.



태그:#민중총궐기, #녹색당, #청년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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