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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문화관광해설사 도현스님. 스님은 완도 청산도에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해설을 하고 있다.
 전남문화관광해설사 도현스님. 스님은 완도 청산도에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해설을 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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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청산도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었어요. 내 생각을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히는 내성적인 성격도 조금 바꾸고 싶었고요. 지금은 청산도를 알고, 내성적인 성격도 어느 정도 극복한 것 같아요. 나를 위한 투자였어요."

전남문화관광해설사 도현스님(본명 김도현)의 말이다. 도현스님은 전남 완도의 청산도에 살면서 6년째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관광해설사는 지역에 살면서 여행객들에게 지역의 모든 것을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일을 한다. 민간 외교관으로 통한다.

"행복해요. 해설을 하면서 많이 걸으니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고요. 늘 공부하고, 얘기하다 보니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나서 내 눈으로 보고, 또 도울 수 있는 것도 행복이죠."

도현스님의 문화관광해설사 예찬이다. 지난 4월 8일 완도 청산도에서, 10월 21일 전남도립대학교에서 스님을 만났다.

도현스님이 청산도 당리에서 서편제길을 보며 여행객들에게 서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도현스님이 청산도 당리에서 서편제길을 보며 여행객들에게 서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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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스님은 해설을 하면서 농수산물을 팔고 있는 노인들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말을 건네고, 물건을 사주는 게 일상이다. 논밭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을 만나면 짬을 내서 일을 거들기도 한다.

"산중에만 있으면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돌아다니는 날이 많다보니 가능한 일이죠. 이것도 수행의 하나라고 봅니다. 해설을 하면서 일당도 받으니 스스로 벌어서 생활하는 자급자족도 실현하고요."

수행자이면서 해설사로 살고 있는 도현스님의 얘기다. 여행객들로부터 맑고 편안한 말씨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한번 해설을 들은 사람이 다음에 다시 찾는 일도 잦다. 해설사이기에 느낄 수 있는 보람이다.

도현스님이 옛 청산면사무소 앞에서 문화관광 해설을 하고 있다. 지난 4월의 모습이다.
 도현스님이 옛 청산면사무소 앞에서 문화관광 해설을 하고 있다. 지난 4월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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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스님이 청산진성에서 여행객들에게 청산도와 진성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도현스님이 청산진성에서 여행객들에게 청산도와 진성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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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의 길을 걷던 도현스님이 문화관광해설사의 길에 나선 건 지난 2010년. 청산도 백련사에서 생활한 지 4년째 되던 해였다. 청산도에 대해 알고, 내성적인 성격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삼기 위해서였다.

해설사 양성기관인 전남도립대학교가 자리하고 있는 전남 담양의 민박집에 짐을 풀어놓고 교육을 받았다. '스님이 해설사 교육을 받으러 왔다'며 교육생들끼리 수군대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해설사 교육이 흥미로웠어요. 해설활동도 재밌었고요. 초기에 돈 한 푼 안 받는 자원봉사가 대부분이었지만, 즐거웠습니다.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해설했어요. 속 모르는 분들이 '스님이 해설하고 싶어서 환장했다', '돈 많이 버는 모양'이라며 오해도 있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죠."

도현스님의 회고다.

도현스님이 지난 10월 21일 전남도립대학교에서 열린 전남문화관광해설사 시연대회에서 청산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도현스님이 지난 10월 21일 전남도립대학교에서 열린 전남문화관광해설사 시연대회에서 청산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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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도청항 전경. 도현스님이 살고 있는 완도 청산도의 관문이다.
 청산도 도청항 전경. 도현스님이 살고 있는 완도 청산도의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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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해설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세상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수행을 하면서 그동안 안했던 사회생활을 지금 다하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하지만 교육 기회가 있으면 해설을 과감히 포기하고 교육을 선택한다.

"저라고 매번 말을 하며 해설만 하면 되겠습니까. 비웠으면 채워야죠. 나를 채우면서 재충전해야, 또 해설을 하면서 비울 수 있지 않겠어요. 교육은 쉬면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도현스님이 교육을 선호하는 이유다. 청산도 주민들로 구성된 사진동호회에서 함께 활동하는 것도 채움의 일환이다. 사진은 세상의 소소한 풍경을 보고, 그것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도 뜨게 해준다.

청산도 상서마을의 돌담길. 도현스님이 청산도 슬로길 가운데 가장 매력있다고 꼽은 코스에서 만나는 길이다.
 청산도 상서마을의 돌담길. 도현스님이 청산도 슬로길 가운데 가장 매력있다고 꼽은 코스에서 만나는 길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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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코스요. 제가 머물고 있는 절집 앞으로 펼쳐지는 길인데요. 너른 들판을 지나는 다랑이 길인데, 굉장히 멋스러워요. 산비탈을 개간해서 층층이로 만든 다랑이논과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구들장논도 감동이고요. 청산도만의 논과 밭을 볼 수 있는 길이죠. 돌담길도, 뚝방길도 고즈넉하고요."

유명세와 상관 없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청산도 슬로길'이 몇 코스냐는 물음에 대한 도현스님의 대답이다.

6코스는 다른 코스에 비해 접근성이 조금 떨어지고, 그래서 여행객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찾지 않는다. 하지만 스님은 그게 더 장점이라고 했다. 들녘을 내려다보며 여유롭게 걷다보면 마음 편안해진다는 것이었다. 청산도 사람들의 애환과 지혜, 열정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다.

도현스님이 살고 있는 완도 청산도는 독특한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섬이다. 사진은 섬마을 특유의 장례 풍습인 초분장을 하는 모습이다. 지난 2007년 3월이었다.
 도현스님이 살고 있는 완도 청산도는 독특한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섬이다. 사진은 섬마을 특유의 장례 풍습인 초분장을 하는 모습이다. 지난 2007년 3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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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에서 행해지는 초분장은 땅 위에 관을 놓고 초가 형태의 무덤을 만드는 장례다. 지난 2009년 5월에 찍은 것이다.
 청산도에서 행해지는 초분장은 땅 위에 관을 놓고 초가 형태의 무덤을 만드는 장례다. 지난 2009년 5월에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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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스님은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학교 성적이 우수했고, 책을 끼고 사는 독서광이었다. 하지만 삶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학교성적이나 교우관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늘 고민했다.

22살 때 출가를 했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할 것이다'는 큰스님의 말을 듣고서였다. 3년만 수행자로 살아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생활이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매사 긍정적으로 살고 싶어요. 입으로만 미사여구를 내뱉어서 감추는 게 아니라, 사람의 향기 같은 거, 맑고 고운 사람을 보면 행복하잖아요. 옆에만 있어도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마음으로도 충분히 느껴지는, 향기로운 사람이요. 그런 해설사가 되고 싶습니다."

도현스님의 바람이다. 이를 위해 스님은 오늘도 수행을 계속 하면서 중생과 만나는 문화관광해설사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

도현스님이 자신의 삶과 해설사로서의 생활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스님은 향기로운 해설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도현스님이 자신의 삶과 해설사로서의 생활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스님은 향기로운 해설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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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도현스님, #김도현, #전남문화관광해설사, #청산도, #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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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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