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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빠진 탄도만 모습
▲ 탄도 앞의 무인도 물이 빠진 탄도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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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도'를 아시는가. 아마도 잘 모르시리라. 왜냐하면 100여 년 전까지만 그렇게 불렸으니까. 전라남도 무안군 망운면에 딸린 섬이며 무안군 유일의 유인도다. 이름이 예쁜 이 섬은 현재 '탄도'라 불린다. '여울도'라는 이름은 아마도 물이 빠지면 섬을 사이에 두고 망운면과 운남면에 갯벌이 드러나면서 강이 생겨 여울목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세발낙지도 많이 나는, 느림의 삶을 실천하는 탄도로 떠나보자.

숯이 많은 섬이라 해서 지명 바꿔

선착장에는 도선과 어선들이 매여 있다.
▲ 탄도의 일출 선착장에는 도선과 어선들이 매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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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람들이 이 섬에 들어온 시기는 4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가살이를 하러 들어온 사위들이 늘면서 현재 6개의 성씨가 살고 있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친척들로 구성돼 있다. 여울도에서 탄도로 지명이 바뀐 데는 '숯'과 관련이 있다.

여울도는 '숯이 많이 나는 섬'이라고 해서 탄도로 바뀌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숯'을 뜻하는 탄도(炭島) 보다는 '여울목'을 뜻하는 탄도(灘島)가 더 적합한 지명 아닐까. 경기도에 있는 한탄강의 '탄'자 역시 여울목을 뜻하는 탄(灘)이다.

탄도  마을유래지에도 "여울도라 부르다가 '숯'이 많이 나는 섬이라고 해서 '탄도(炭島)'라 붙였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혹시 지명을 표기하면서 한자를 잘못 쓴 것은 아닐까.

영광 염산에 있는 '설도(雪島)' 역시 잘못 표기된 것 중 하나라고 하지 않던가. 원래는 누워 있다는 뜻의 '누운 섬'인데 면직원인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눈이 많은 섬'으로 잘못 알아 들었나보다. '눈'이니까 한자로 '눈 설(雪)'에 '섬 도(島)'를 썼다는 얘기가 그 지역에 가면 심심치 않게 듣는다.

여울도 역시 탄도로 바뀌는 과정에서 한자에 어두은 직원의 오기(誤記)로 바뀐 것은 아닐까? 어쨌든, 여울이란 순 우리말로 강이나 바다의 바닥이 얕거나 너비가 좁아서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을 말한다. 탄도를 다시 옛 이름인 여울도로 부르면 어떨까.

지난 5월 방문했을 때 만난 김영복(65)이장은 "100여 년 전만 해도 섬 안에 소나무가 가득해 숯을 많이 생산하면서 '탄도'란 이름이 붙여졌다"며 "옛 어른들이 숯을 많이 옮기기에 배가 가장 좋고 육지와도 가까워 숯 생산지로 최적지였다고 했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소나무도 많지 않고 가마터 흔적도 없다.

무안읍에서 남서쪽 망운면 송현리 마을에 조금나루가 있다. 탄도가는 관문인 조금나루는 섬사람들에게 역사와 애환이 깊은 곳이다.

조금나루는 송학포구라고도 불렀다. 육로가 발달되기 이전인 조선시대에 이곳은 세곡을 모아 풍선(돛단배)으로 영광목관까지 운송했던 포구였다. '조금'이란 바다물이 가장 낮은 수위를 말하며 '음력 매달 초여드레와 스무사흘'을 이르는 말이다.

탄도행 나룻터인 조금나루에는 두 가지 유래가 있다. 하나는 물이 조금 빠지는 조금 때에도 배를 탈 수 있다고 해서 '조금 나루'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두 번째는 풍선들이 사리 때 고기를 잡아서, 조금 때가 이 조금 나루로 들어와 고기를 팔고 어구를 손질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목포나 지도읍 송도 어판장으로 가서 고기를 내리고 얼음과 기름 등 물품을 싣는다. 조금나루에서 직선거리로 2.5km. 날이 좋으면 큰 소리로 불러도 탄도에서 대답할 것 같은 거리다. 탄도에 가려면 조금나루에서 도선을 타야 한다. 이곳에서 탄도까지는 물이 빠지면 걸어서 갈 수도 있다.
 
어족 풍부한 황금 갯벌

여기서 세발 낙지가 많이 잡힌다.
▲ 탄도만에서 낙지 잡는 주민 여기서 세발 낙지가 많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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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유일의 유인도인 이곳 어민들은 바다와 갯벌을 보물처럼 여기며 산다. 날마다 바다에 나가 삶의 희망을 건지며 살아간다. 대부분은 친인척인 이곳 어민들은 바다와 갯벌에서 나는 것으로 먹고 산다. 조개, 바지락, 파래, 감태, 굴, 게, 낙지 등 각종 해산물을 잡으며 자식들을 가르쳤다.

농사를 지으면서 바다농사도 짓기 때문에 삶 자체가 여유롭다. 봄과 가을엔 100여 척의 낚싯배가 탄도만 서북쪽을 가득 메운다. 탄도 일원은 인공어초 근처에서 고급 어종인 농어, 민어와 돔, 광어, 우럭 등 어족이 다양하고 풍부해 바다낚시터로 제격이다.

봄에는 주꾸미가 제철이고 10월엔 낙지, 12월엔 숭어와 감태가 많이 나온다. 탄도 감태는 전국 맛 품평회에서 최고 점수를 받기도 했다. 예로부터 '탄도 감태'하면 알아줬다. 맛이 좋아 최고값을 받았고 임금님 진상품 목록에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탄도 근처는 바람이 많고 수심이 얕아 감태가 유명하다. 감태는 특유의 향기가 나고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낸다. 감태를 냉동실에 보관하면 사철 즐길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맛보기 힘든 먹거리다. 감태와 더불어 인기있는 어종은 산낙지다. 매년 세발낙지 축제가 열릴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탄도만 인근 무안갯벌 해역에서는 하룻밤에 1척당 주꾸미를 20~30㎏를 잡아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무안군 주민 나상필씨는 "무안갯벌은 게르마늄이 1.63㎎/㎏이 함유돼 타지역 수산물에 비해 맛과 영양이 풍부하다"며 "무안 갯벌낙지에 이어 봄 주꾸미가 많아 어업인들의 소득증대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지역경제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탄도만에서 잡히는 무안 세발낙지는 다리가 3개가 아니다. 가늘 '세(細)'자를 써 세발이다. 다리가 가늘고 머리가 작은 세발 낙지는 오염되지 않는 바다에서 게르마늄이 많이 함유된 무안 '뻘낙지'를 최고로 친다. 세발 낙지는 갯벌 색깔을 닮아 잿빛 윤기가 흐르며 씹으면 부드럽고 향미가 있다.

무안군 청계면 주민 한진수씨는 "세발낙지 중 다리가 굵고 머리가 큰 것은 중국산"이라며 "머리가 미끈하고 눈이 튀어나온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해마다 시세가 다르지만 보통 1접(20마리)당 5~6만 원 한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저칼로리 식품이며 고단백 저지방으로 평소 미식가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세발 낙지 전경
▲ 탄도만의 낙지 세발 낙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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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 마을에는 자동차가 없다. 유일한 교통수단은 자전거와 리어카, 오토바이와 경운기다. 예전에는 물이 빠지면 육지로 걸어 나가 물건을 사오기도 했다. 이구실(80)할머니는 "요즘은 배가 있어 육지에 금방 나갈 수 있는데 옛날에는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려야 했당께"라며 웃는다. 그래서일까. 어민들은 가족처럼 애·경사에 늘 함께 하며 공동체 삶을 살고 있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때' 즉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갯벌에서 낙지와 조개를 파는 어민들에게도 마찬가지.

목포에 가면 신안비치 호텔 부근에는 목포 마지막 달동네 '온금동'이 있다. 온금동(溫錦洞)은 한자이름 그대로 '따뜻한 햇볕으로 비단같이 아름다운 동네'란 뜻으로 '다순구미'라 했다. '다순'이란 '따뜻한'이란 뜻이니까. 이곳에는 진도 조도, 완도 노화도 어민들이 이사를 와서 많이 살았던 곳이다.

남자들은 배타고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고 아낙네들은 그물을 손질하며 살았다. 어부들은 조금 때는 못하고 사리 때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았다. 바다에 나가지 못하는 이때 아이들을 많이 잉태해서 동네 아이들의 생일이 비슷했다고 한다. 이 시기에 낳은 아이들을 '조금 자식'이라고 했다. 목포 달동네 온금동 마을의 애환이 묻어나는 이야기다.

목포시 온금동에 사는 김해석씨는 조금나루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리 아그들 때(어린 시절)는 목포 온금동을 조금동이라 부르고 아그들을 조금자석(새끼)들이라고 골렸제(놀렸지). 어째 그란지 안가? 조금 때는 고기가 안 잽힌께 어선이 다 선창(목포항)으로 들어올 것 아닌가. 그 동네는 선원들이 사는 곳이라 아그들 생일이 다 같어. 만약에 생일이 틀려 불먼 그 집은 칼부림이 났제."

웃음이 나오려다가도 왠지 눈물이 난다. 조금자식들도 커서 배를 타고 나가 바다에서 죽었을 테고 그 아이들 역시 태어나 또 바다에 생을 마감했을 테니까.

탄도 마을
▲ 물이 들어온 탄도 마을 전경 탄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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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 정보 '더 보기'
탄도는 무안군 망운면에 딸린 섬으로 면적 0.493㎢, 해안선 길이 6.5㎞, 인구는 30가구에 69명이다. 망운면 송현리 해안에서 서쪽으로 2.5㎞ 해상에 위치하며 부근에 지도·사옥도·매화도 등 섬이 있다.
 
가는 길
탄도 → 조금나루 1일 2회 운항, 오전 8시, 오후 3시
조석으로 시간이 변동 될 수 있다. 선장 문의 010-3898-2262



태그:#세발낙지, #탄도만, #무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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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책 '북한의 섬'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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