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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국가보안법 최종 무죄 판결 받은 유우성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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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9일 낮 12시 38분]

29일 오전 10시 22분 대법원 2호 법정, 재판장 고영한 대법관이 "형사사건 판결을 선고한다"고 말했다. 20여 분간 법대를 바라보며 두 손을 꼭 쥐고 있던 유우성씨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더욱 짙어졌다. 곧이어 고영한 대법관의 입에서 "2014도 5939호"이라는 말이 나왔다. 피고인 리우찌아강, 유우성씨의 사건번호(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였다.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유씨의 국가보안법 무죄 판결은 잘못됐다는 검찰과 자신이 중국 국적을 가진 채 북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사실을 감추고 남한 정부의 정착지원금을 받은 혐의 등(징역 1년·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5만여 원)을 다시 판단해달라는 유씨의 상고 모두 기각한다는 뜻이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2년 9개월 만에 사법부가 '유우성은 간첩이 아니다'라고 최종 선언한 것이다.

2004년 북한을 떠나 한국에 들어온 유씨는 중국에 있는 가족들과 함께 살기 위해 여러 모로 노력했다. 마침내 2012년 10월 30일, 동생 가려씨가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곧바로 국가정보원 중앙합동신문센터(아래 합신센터)로 끌려간 동생은 "오빠는 간첩"이라고 진술했다. 당시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유우성씨는 2013년 1월 간첩혐의로 체포됐고, 세상은 이 일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라고 불렀다.

불법구금당한 여동생, "오빠는 간첩"이라고...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자신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단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 간첩사건 최종 무죄 판결로 축하받는 유우성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자신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단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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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씨 변호인단의 도움으로 6개월 만에 풀려난 가려씨는 "국정원 수사관들의 감금과 회유, 폭행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고 털어놨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오빠가 간첩이라는 가려씨의 합신센터 진술 등을 믿기 어렵다며 우성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김흥준 부장판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국정원이 합신센터에서 가려씨를 조사한 것은 불법이라고 봤다. 당시 그의 신분이 피의자나 다름없는데도 수사기관이 진술 거부권 등을 알려주지 않은 채 6개월 동안 사실상 감금했다는 이유였다.

결국 유가려씨가 직접 작성한 진술서나 확인서만이 아니라 그를 조사한 국정원 수사관과 검찰이 만든 진술조서까지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또 항소심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조작 사실이 드러난 유우성씨 출입국기록 등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과 국정원이 제출한 증거 어디에도 '유우성은 간첩'이라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는 만큼 재판부는 지난해 4월 25일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관련 기사 : 법원 "국정원 간첩수사도 적법절차 지켜라").

29일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오전 10시 22분, 고영한 대법관의 한 마디를 끝으로 이 사건은 3년 만에 막을 내렸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은 없었다. 유우성씨는 그제야 활짝 미소를 지었다.

3년 만의 결말, '서울시 공무원 간첩'은 없었다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지인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 축하받는 유우성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지인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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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변호인단과 함께 대법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이들은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로 유우성씨는 제2의 인생의 시작이고, 변호인단은 잊지 못할 역사적인 순간이기에 이를 기록해야 한다며 사진을 찍었다.
▲ 유우성 간첩 혐의 무죄 판결, 변호인단과 '찰칵'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변호인단과 함께 대법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이들은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로 유우성씨는 제2의 인생의 시작이고, 변호인단은 잊지 못할 역사적인 순간이기에 이를 기록해야 한다며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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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선고 후 기자들을 만난 유씨는 "진실이 밝혀져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개인으로서 엄청난 일을 겪었다"며 "동생의 불법구금, 처음부터 (간첩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제 말보다 검찰이 뿌린 얘기대로 보도하는 언론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유씨는 "오늘 대법원 선고로 간첩사건 조작이 밝혀졌지만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항소심 판결 뒤 2010년 기소유예처분했던 유씨의 불법대북송금사건을 다시 들춰내 그를 기소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지난 7월 1심이 끝났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관련 기사 : 배심원도 '보복기소'로 봤지만... 유우성씨 '유죄').

유씨는 이 얘기를 꺼내며 "하루 빨리 모든 재판으로부터 자유로운 몸이 되어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또 자신을 간첩으로 몰고 간 국정원 직원들의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를 듣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3년 동안 그를 도와준 변호인들도 감회가 남다른 모습이었다. 김용민 변호사는 "검찰 상고가 기각된 부분이 의미있다"며 "합신센터의 위법수사, 불법구금 등을 대법원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천낙붕 변호사도 "지금까지는 국정원과 공안검찰이 탈북자를 간첩으로 기소하면 거의 대부분 유죄판결이 나왔는데 이번을 계기로 그동안의 조사 과정 자체가 불법이었음이 나타났다"며 "법원 판결에 존경을 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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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유우성, #국정원 증거조작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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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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