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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합니다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합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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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계절, 충남 예산군은 벼 수확에 한창입니다. 1년 동안 부지런한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 눈부신 황금벼가 현대식 콤바인에 일제히 쓰러집니다.

이맘때 즈음이면 제가 자란 어린 시절의 고향 추억이 많이 떠오릅니다. 청소년 시절을 보낸 농촌의 가을은 요즘 풍경과 조금 달랐습니다. 1970년 때만 해도 사람이 낫으로 벼를 일일이 베어 눕혔고, 농번기에는 어른을 도와 벼 수확을 하느라고 학교도 쉬며 집안 농삿일을 도와야 했습니다.

요즘은 콤바인 한 대로 5천 평 이상의 벼를 베어 눕힌다고 합니다. 논에서 벼를 탈곡하여 큰 자루에 담은 뒤 바로 실어서 말리는 곳으로 가져갑니다. 오래전에는 여러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낫으로 벼를 베고, 촌아낙네가 함지박에 내어오는 국수와 막걸리로 새참을 먹어가며 온종일 벼를 베었습니다.

지나가는 동네 사람을 불러서 막걸리 한 잔 나누는 따뜻한 풍경이 있었습니다. 현대의 기계 문명 발달로 사람이 콤바인을 몰고 가면 벼는 순식간에 베어 눕혀지고 탈곡까지 하여 차에 쌀가마를 싣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편리한 농사법 앞에서도 사람들은 저마다 바쁘다고 합니다.

      논에서 수확한 볏가마를 싣고 가는 모습
 논에서 수확한 볏가마를 싣고 가는 모습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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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서 탈곡한 벼를 트럭에 담아 실어가는 모습입니다. 옛날에는 낫으로 벼를 벤 다음에 논에서 충분히 말린 후 경운기나 손수레에 담아 집으로 실어 날랐습니다. 집 마당에서 볏단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탈곡 기계로 볏알을 훑어 내었습니다.

1970년 전에는 발로 밟아 빙빙 돌아가는 기계에 볏단을 조금씩 집어 올려서 벼알을 훑어내렸고 1970년경에는 볏단을 탈곡기안에 집어넣어 벼알을 뽑아냈습니다.

요즘 농업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는 농기계들은 점차 사라지고 웬만한 것은 콤바인으로 해결합니다. 그래서 요즘 농사는 기계로 절반을 하므로 대농 추세고 아이들을 농사에 동원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벼를 수확한 논에 남은 마른짚
 벼를 수확한 논에 남은 마른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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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알이 떨어져 나간 볏짚들이 논에 널려 있습니다. 이 짚은 짚공예를 할 때나 소먹이로 사용하는데, 오래전에는 짚으로 지붕을 이어서 초가지붕 아래 대를 이어 오손도손 살았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나가는 농촌의 빈 들녘은 쓸쓸 합니다. 제가 자란 1970년대 초중등 시절에는 농번기에 어른들을 도와 벼를 베고 탈곡한다고 학교를 며칠 쉬어야 하는 바람에 공부를 마음껏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들깨를 베어 눕혔습니다.
 들깨를 베어 눕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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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를 베어 말리고 도리깨로 깨알을 털어내는 농가도 있습니다. 콩 수확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갑니다. 농촌에는 70, 80대 노인들이 들깨를 수확하고 콩을 터는 장면을 종종 봅니다. 베이비붐세대의 50, 60대 자녀가 거의 도시로 나가 사는 요즘 농촌의 노인들은 가을걷이에 바쁩니다. 대농을 하는 젊은 사람 일부를 제외한 소농인은 대부분 노인들이 많습니다.

1970~1980년대에 자란 청소년들은 지금의 50, 60대 베이비붐세대로 그 당시 농촌의 열악한 생활에서 탈출하기 위해 부모님께서 소를 팔고 논을 팔아가며 도시에서 자녀를 가르친 사람들이 많습니다. 베이비붐세대들은 지금 장년이 되어 도시에서 직장을 정년퇴직까지 다니고 자녀 뒷바라지 한다고 고향을 못가고 있습니다.

농촌을 돌아다녀 보면 오래된 낡은 집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노인들이 많은데요. 처마에서 흙이 떨어지는 속에서도 수리하지 않는 이유는 도시에 나간 자녀가 농촌에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무우를 수확하는 무밭
 무우를 수확하는 무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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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도매 상인이 토지를 임대해서 무를 심은 뒤 일꾼들을 데리고 넓은 밭에서 무를 수확합니다. 올해는 가뭄에도 불구하고 무값이 폭락해서 재미가 없다고 장사꾼이 말합니다. 논밭에서 하루품삯을 받고 일하는 일꾼들은 거의 노인입니다. 조금 젊은 세대는 농촌에 입주한 농공단지로 일하러 다니기 때문에 밭일할 일꾼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쪽파 씨앗을 심는 노인들
 쪽파 씨앗을 심는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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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와 땅콩을 캐낸 넓은 밭에는 하루 일당을 받고 쪽파 씨앗을 심는 노인들이 있습니다. 가을의 농촌에서는 연로하신 어른들이 깨를 털고 콩을 고르고 고추를 말리는 장면을 종종 보게 됩니다. 요즘은 도시에 사는 자녀에게 쌀과 고춧가루 등 가을에 수확한 농산물을 택배로 보낸다고 분주합니다. 평생 농삿일을 하면서 살아온 노인들이 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잘사는 나라로 인정받는 이유입니다.


태그:#농촌의 가을, #벼수확의 변천사, #탈곡, #콤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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