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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들의 국민투표소] 1만 개의 국민투표소 '이어달리기' -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 국민의 의사를 묻는다

"우리들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가 결정한다." '투표소 선물하기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연을 글로 적어 보내주시고(필수는 아닙니다), 선물 받으실 분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시면 됩니다. 선물을 받으신 분이 다시 주변 지인들께 선물해 주실 수 있도록 소개 부탁드립니다. - 국민투표 실행본부(www.votechange.kr)

서울대 교정 투표소
 서울대 교정 투표소
ⓒ 장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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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같은 과 동기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소식을 모르던 동기들의 근황을 들었다. 여자 동기들은 이미 졸업을 한 지 오래였고, 남자 동기들은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런저런 활동을 하느라 취업과 직장인의 삶에 대해 잘 모르던 나는, 이날 동기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힘들게 대기업 정규직으로 취직해봤자 40대 초반이면 퇴직해야 한다', '어차피 40대 초반에 나와야 하니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기 위해 삼성에 가고 싶다', 그리고 '첫 직장으로 삼성에 들어가면 나중에 외국계 회사로 이직할 가능성이 조금 커진다' 등. 높은 학점, 미국 교환학생, 인턴 경험에 자격증까지 소위 '좋은 스펙'을 가진 친구였지만, 회사원으로 살아갈 자신의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친구들보다 낫다는 서울대 학생들이 이런 지경이니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대학생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만나보지 못했다.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를 그려보기 전에 이미 대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학점 관리를 시작한다.

혹시 부모님이 지원을 해주시지 않는다면 등록금·주거비·통신비 등으로 인해 일찍 생계 곤란을 경험하기도 한다. 전체 일자리 중에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는 10%를 조금 넘긴다고 하던데, 대기업 정규직이 되기는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반면 그 직장에서 정년을 맞는 것은 더욱 어려워서 불가능에 가깝다.

'쉬운 해고'로 청년 실업 해소될까

무언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너도나도 지금 이곳이 '헬조선'이란다. 자조와 비아냥 가득한 말이기는 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이 가진 시대 인식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비극 중 가장 비극은 결론이 비극임을 알면서도 그것을 행해야만 하는 경우라고 하던데, 지금 대학생들은 결론이 비극적일 것임을 알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무한 경쟁이라는 지옥불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 소소한 연애에 혹은 재미있는 오락 프로에 잠시 웃을 수는 있겠지만, 암울한 미래에서 오는 불안 한 줌씩은 다들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 오늘날의 대학생들이다.

그런데 정부는 '노동 개혁'이랍시고 이상한 걸 들고 나왔다.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하여 업무 성과에 따라 언제든 '정당하게' 해고하겠단다. 비정규직이 많아지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니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여 비정규직의 슬픔을 달래주겠다고 한다. 현재 엄격히 제한된 파견 직종 규제를 완화하여 대법원에서 문제 삼는 불법파견도 없애주고 너도나도 파견 노동자가 될 수 있도록 해 준단다.

짧은 말로 나라를 쥐락펴락 하시는 그분은 몸소 담화를 발표하시어 청년실업 해결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노동 개혁을 해야만 한다고 하셨다.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가 어떻게 청년실업의 대책이 되고 이 나라의 미래를 밝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네들의 셈법에서는 그렇게 된다고 주장하니 난감할 따름이다.

일상적인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는 앞서 말했던 동기 친구의 쓴웃음에, 취업 전선에 뛰어든 대학생의 한숨에 어떠한 보탬도 되지 못할 것이다. 설령 내 동기가 일을 잘해서 직장에 오래오래 다닐 수 있게 되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 친구가 아닌 다른 누군가는 해고되거나 비정규직의 삶을 전전할 수밖에 없게 된다. 노동 개혁, 아니 노동 개악은 '폭탄의 개수는 점점 많아지고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 폭탄 돌리기 게임'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더 짙어져만 가는 절망 속에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박근혜 정부에 의해 노동 개악이 시도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해고는 쉬워지고 비정규직은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13일, 학내에 '을'들의 국민투표소 투표함을 설치했다. 하루에 4시간씩 이틀 동안 투표함을 운영한 결과 처음 목표였던 100명의 투표를 받을 수 있었다. 다들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면서도 웬일인지 투표함도 차려져 있고 포스터도 붙어 있고 유인물도 나누어주니 조금씩 관심을 보인다.

노동 개악 막을 외침, '을'들의 국민투표소

목청을 높여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투표를 통해 밝혀 달라"고 외쳤다. 그랬더니 직접 투표에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유인물은 잘 받아 준다. 쭈뼛쭈뼛 다가와 '이거 어떻게 하느냐'고 묻기도 하고, '어디서 주최하는 투표냐'고 묻기도 한다. 하나 둘 투표를 받다 보니 어느새 100명이 훌쩍 넘었다. 중간고사 기간이라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일찍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을'들의 국민투표소를 운영했다. 누구를 위한 게 아니라, 나와 내 주변 친구들의 미래를 위한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적어도 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간단하게나마 노동 개악의 내용을 알릴 수 있었다. 그중 100명이 넘는 친구들이 투표에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밝혀주셨으니, 이 친구들은 한 번씩은 노동 개악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을 해 봤을 것이다.

이렇듯 전국 곳곳에 '을'들의 국민투표소가 차려지고 국민투표의 목표대로 1만 개의 전국 투표소가 설치되어 각 투표소에서 1000명의 사람에게 노동 개악의 실상을 알리고 투표를 받는다면 단순 계산으로 적어도 천만 명의 사람들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악의 내용을 한 번씩은 들어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라는,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저들의 공격을 막아낼 소중한 힘들을 모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

소박한 생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간절함을 담아, 이러한 소박함에 기대를 걸어보고자 한다. 그 실천의 하나로 내 주변 사람들에게부터 '을'들의 국민투표함을 선물해볼 생각이다. 우리들의 미래를 위해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눠야 할 최고의 선물이라는 마음으로.

투표함 하나는 이화여대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친구들에게, 다른 하나는 학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투쟁하는 공동대책위원회에 선물하고 싶다. 다른 대학으로도 '을'들의 국민투표소가 퍼져 불안한 미래에 신음하는 대학생들이 노동 개악을 막아내는 데에 동참할 수 있도록. 그리고 정규직 전환을 바라보며 2년간 참고 참으며 일했지만 결국 해고를 당한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함께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실 당신께도 제안을 드린다. '을'들의 국민투표, <1만 개의 이어달리기>에 참여해 주시라, 그리고 '을'들의 국민투표함을 친구들에게, 동료들에게 선물해 주시라. '을'들의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노동 개악을 막아내는 큰 외침이 될 수 있도록. 우리의 미래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도록 말이다.




○ 편집ㅣ김준수 기자

덧붙이는 글 | ▶️ 국민투표 방법, 전국 곳곳으로 확대되는 국민투표 운동을 소개합니다.
(1만 개의 국민투표소 '이어달리기')
신청·선물하기 사이트 - (www.votechange.kr)
이메일 - (2015votechange@gmail.com)
문의 전화 - (010-9633-0314)



태그:#노동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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