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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2015년)부터 시범 사업지역(설악산, 지리산) 친환경 케이블카 설치 추진을 잘 설계하여 문제없이 추진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

지난 9월 2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에서 공개한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TF 3차 회의 결과록'의 일부이다. 이 회의는 2014년 11월 10일 열렸으며, 문화체육관광부 관광레저정책관이 주재하고 환경부도 참석했다.

2012년 6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로부터 부결된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정부가 스스로 '친환경'이라고 이름 붙여 다시 추진하려던 것이 확인된 셈이다. 국립공원위원회는 환경부와 국토부를 비롯한 10개 기관과 조계종과 시민단체 등 민간위원들로 구성되어 국립공원 개발 사안을 최종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의원실에 따르면 지리산과 설악산 케이블카 추진을 논의했던 이 회의에 국립공원위원회 참가 기관 중 5개 기관이 참여했다.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은 사회적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정부가 이 합의를 무시한 것이다.

정부의 이런 태도에 지리산권 지방자치단체(경남 함양, 산청, 전남 구례, 전북 남원)들은 즉각적인 개발 구상을 발표했다. 장터목과 바래봉 등 산지에 호텔을 짓고, 의료시설을 갖춘 관광지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각 지자체는 밝혔다. 이것이 '친환경 케이블카'의 현실이다.

지리산권 지방자치단체들이 내놓은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 지역
 지리산권 지방자치단체들이 내놓은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 지역
ⓒ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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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해산한 케이블카 반대 연대체, 다시 모였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을 지난 17일 지리산 노고단 정상 부근에서 만났다. 이날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공동행동 발족식'이 열렸다. 지난 2012년 초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만든 연대체는 부결 소식과 함께 사실상 해산했다. 오랫동안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운동을 펼쳐온 연대체였다.

그러나 부결 직후 지리산권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추진 움직임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승인으로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면서 단체들이 다시 모였다. 사실상 '재결성'이었지만, 이번에는 '사생결단의 마음으로 막겠다'는 점에서 '시작'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9월 17일,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공동행동'을 구성하고 지리산 노고단에서 문화제와 반대 홍보를 했다.
 9월 17일,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공동행동'을 구성하고 지리산 노고단에서 문화제와 반대 홍보를 했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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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옥 처장은 기자와의 대화에서 "지금 정부도 다 개발사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집단인데, 더 개발할 곳이 없으니까 산을 노리는 것 같다"며 "강도 다 파헤쳤고 이제 산을 말아먹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산마저 무너지면 한국사회는 자연에 대한 파괴로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윤 처장의 생각이다.

윤 처장은 "적어도 국가에서 보존하겠다고 법으로 지정한 국립공원은 법대로 보존했으면 좋겠다"며 "성장과 1등, 경쟁만 인정하는 시대에서 자연은 그렇지 않고 모든 것을 품어준다. 경쟁과 이기는 것이 아닌 조화를 이뤄내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연마저 사라지면 정말 사람은 경쟁하고 전쟁하는 기계에 지나지 않겠느냐"라며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에 대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산으로 간 4대강', 끝까지 막을 준비 하겠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 사무처장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 사무처장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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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윤주옥 처장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 2012년 6월 국립공원위원회로부터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부결 결정이 나고 한 시름 놓았을 것 같은데, 지금 마음이 어떤가?
"많은 사람이 아마 눈물을 흘렸을 겁니다. 기쁨의 눈물이기도 하고 다시는 지리산이 개발사업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 거예요. 지리산에 있는 사람들이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운동에 적극적이었어요. 세종시에서 1인 시위도 함께하고, 그랬던 것이 설악산이 잘못되면 지리산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었죠.

결국, 설악산이 여러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결되면서 바로 지리산으로 화살이 오고 있어요. 또 암담한 싸움을 시작해야 하니 안타깝네요. 구례를 비롯해 지리산권에 사는 사람들은 다 그런 마음이에요."

- 지난 시기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과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요?
"구례와 남원은 부결 노선을 약간 줄이거나 다른 지역으로 (설치) 대상지를 바꿨습니다. 그런데 경남 함양과 산청은 오히려 부결된 노선을 이어서 연장했어요. 1 더하기 1은 2인데 3이 되었다고 할까요? 환경부가 지난번에 안 된다고 했는데 더 연장했다는 것은 그만큼 지난번의 결정을 무시한 것일 수 있겠죠. 그리고 (개발 사업을) 더 추진해서 작은 것이라도 따내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4대강 사업이 산으로 갔다'는 표현이 눈에 띕니다.
"지금 정부가 다 개발 사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인데, (개발)할 곳이 이제 더 없겠죠. 강도 다 파헤쳤고 이제 산을 말아먹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봐요. 그래서 '산으로 간 4대강'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죠. 결국 산마저 무너지면 한국사회는 자연에 대한 파괴로 파국을 맞이할 수 있어요.

4대강 사업도 강 주변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제기됐듯이 케이블카도 여러 곳에서 문제를 제기했어요. 환경도 문제지만, 경제적으로 이익이 없다는 것을 이미 보여줬잖아요. 그런데 안 되는 것을 또 놓겠다(설치하겠다)고 하니까 이것은 분명 개발을 통해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는 것이죠. 우리도 마찬가지로 끝까지 막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 많은 사람이 지리산을 찾으면 마음의 안정, 힐링이 된다고 해요. 케이블카가 그런 것에 방해될까요?
"자연 생태계도 경관도 파괴하고 여기 사는 동·식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니까 저희가 반대하는 거예요. 그런데 사람의 처지에서 보면 편히 산에 갈 수 있으니까 케이블카가 좋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그만큼 자연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는 없어요. 내가 무엇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긴 시간을 들이면 감동은 크죠. 쉽게 얻은 감동은 쉽게 잊기 마련입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만큼은 우리 안에서 잘 간직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기 체력에 맞게 천천히 걸어가며 느끼고 자연과 교감을 이루는 거죠. 결국, 인간도 그 안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는 성장, 1등, 경쟁과 같은 것들만 인정하잖아요. 자연은 그렇지 않아요. 모든 것을 품어주죠. 적어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뤄내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죠. 이것마저 사라진다면 정말 인간은 경쟁하고 전쟁하는 기계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지리산은 우리를 위해서 간직하는 것이 옳아요. (우리가) 이미 많은 것을 파괴하고 있잖아요. 국립공원은 국가가 법으로 보존하겠다고 약속한 것이잖아요. 그래서 법대로 하자는 거예요. 자꾸 손대서 훼손하지 말고 법대로 보존하고 그 노력을 하라는 것이죠."

정부가 케이블카를 짓고자 하는 지리산.
 정부가 케이블카를 짓고자 하는 지리산.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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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성을 이야기했는데, 지리산권 지자체 4곳 모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끝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해요.
"사실 단체장들은 주민들이 뽑았으니까 그런 정책을 이야기하는 거죠. 그럼 왜 주민들은 케이블카를 선택할까요? 돌아오는 이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거죠. 본인이 직접 타고 지리산에 오르려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는 거예요. 그런데 실은 이런 케이블카를 통해서 이익이 되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사례는 별로 없다는 겁니다.

자연공원 아홉 곳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지만, 흑자는 단 한 곳에 불과합니다. 케이블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흑자는 더 줄게 되어 있어요. 너도나도 시민 세금으로 지어놓고 적자가 나면 그 적자를 다시 세금으로 메우려고 할 것 아니겠어요.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고 주민들에게 의사를 물으면 반대하지 않겠어요? 부풀린 정보가 언론에서 이야기되니 케이블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미련을 버려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지리산,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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