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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꿈밖에 국정화가 어찌하여 공작되었는가. 이 공작은 비단 역사 교육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분열을 빚어낼 조짐인즉슨, 그렇다면 황(우여) 장관의 본뜻이 어디에 있던가? (…) 교수님처럼 통곡하며 집필 거부도 못했고, 련세대처럼 행동하지도 못해 그저 살아남고자 했으니 그 무슨 면목으로 5천만 동포와 얼굴을 맞댈 것인가. 아 원통하고 분한지고."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4월 혁명 이래 75년 민주 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홀연 망하고 말 것인가.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

'북한식 대자보'에 이어, 각 학과 특성을 살린 '기발한' 국정화 반대 대자보가 연일 화제다. 20일 온라인에서는  국정화를 반대하며 '이 날, 목 놓아 통곡하노라'라는 뜻의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인용해 쓴 대자보가 화제가 됐다.
 '북한식 대자보'에 이어, 각 학과 특성을 살린 '기발한' 국정화 반대 대자보가 연일 화제다. 20일 온라인에서는 국정화를 반대하며 '이 날, 목 놓아 통곡하노라'라는 뜻의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인용해 쓴 대자보가 화제가 됐다.
ⓒ 대학희망 페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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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위원장에 비유해 풍자한 '북한식 대자보'에 이어, 각 학과 특성을 살린 '기발한' 국정화 반대 대자보가 연일 화제다. 이번엔 '시일야방성대곡' 대자보도 나타났다.

20일 온라인에서는 경희대 사학과 15학번 장현석 학생이 국정화를 반대하며 쓴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이 날, 목 놓아 통곡하노라'라는 뜻)'을 인용한 대자보가 화제가 됐다. 1905년 구한말 당시 장지연이 쓴 이 사설은, 일본 압박에 못 이겨 체결한 을사늑약(조약)의 부당함을 알리고, 이에 찬성하거나 암묵적으로 동의한 대신들을 비판하고 있다. 

대자보는 이어 시일야방성대곡에 등장하는 '이등 후작', 즉 이토히로부미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을사조약 체결을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비유했다.

다른 경희대 사학과 학생은 <조선왕조실록> 형식을 빌려와 대자보를 쓰기도 했다. 박재란 학생은 '세종 51권, <태종실록>을 보는 것에 대한 논의'를 '<교과서>를 고치는 것에 대한 논의'로 바꾼 뒤, "(박근혜) 대통령께서 말씀하시기를 (…) 내가 검정교과서를 한번 고치려고 하는데 어떤가"라고 썼다.

대자보는 이어 "이에 전국 각지의 사자가 집필을 거부하며 아뢰기를 '이번에 사용하는 교과서는 모두 공과 과가 실려 있어 다시 고칠 것도 없으려니와 하물며 각하께서 이를 고치시는 일이야 있겠습니까'(…) 라고 하매, 대통령이 말하기를 '그래도 고칠 것이다' 하였다"라고 썼다.

다른 경희대 사학과 학생은 <조선왕조실록> 형식을 빌려와 대자보를 쓰기도 했다.
 다른 경희대 사학과 학생은 <조선왕조실록> 형식을 빌려와 대자보를 쓰기도 했다.
ⓒ 대학희망 페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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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각하, 역사 교육을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박근혜 대통령을 '공주 각하'라 부르는 대자보도 눈길을 끌었다.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한 대학생'이 붙인 이 대자보엔 '각하! 역사 교육을 대국적으로 좀 하십시오!'라고 적혀 있다. 이는 10.26 사건 때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 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쏘기 직전 말했다고 알려진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라는 말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을 '공주 각하'라 부르는 대자보도 눈길을 끌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공주 각하'라 부르는 대자보도 눈길을 끌었다.
ⓒ 대학희망 페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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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촌철살인' 대자보]
"력사교과서 국정화, 박근혜 최고지도자의 혜안"? 
'력사교과서 국정화 립장' 고려대 버전도 나왔다

한편 대학생 비영리단체 '대학희망'은 온라인(링크)에서 '한국사 국정교과서 반대, 전국 대학생 대자보 쓰기 운동'을 제안하며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전국 대학가 대자보 지도도 만들고 있다. 오마이뉴스 또한 온라인(링크)에서 '국정화 반대' 인증샷 올리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대학희망'은 온라인에서 '한국사 국정교과서 반대, 전국 대학생 대자보 쓰기 운동'을 제안하며  전국 대학가 대자보 지도(사진)도 만들고 있다.  20일 오후 3시 40분 기준.
 '대학희망'은 온라인에서 '한국사 국정교과서 반대, 전국 대학생 대자보 쓰기 운동'을 제안하며 전국 대학가 대자보 지도(사진)도 만들고 있다. 20일 오후 3시 40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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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교과서>를 고치는 것에 대한 논의' 대자보 내용 전문이다.

<교과서>를 고치는 것에 대한 논의

대통령께서 말씀하시기를, "전대(前代)의 대통령들이 선대통령의 교과서(敎科書)를 친히 고치지 않은 자가 없는 것 같은데, 전 대통령께서 검정교과서로 바꾸시매, 이 때 김무성 등은 이를 고치시는 것이 옳다고 말하고, 학자는 고치시지 않는 것이 옳다고 말하여, 전 대통령께서는 학자의 논의를 따랐던 것이나, 이제 검정교과서를 청와대(靑瓦臺)에 하니, 전국 각지의 사자가 집필을 거부하며 아뢰기를,

"이번에 사용하는 교과서는 모두 공적(功績)과 과오(過誤)가 실려 있어 다시 고칠 것도 없으려니와 하물며 각하께서 이를 고치시는 일이야 있겠습니까. <그러하오나> 각하께서 만일 이를 고치려 하신다면 후세의 대통령들이 반드시 이를 본받아서 고칠 것이며, 집필진(執筆陣) 또한 원수(元帥)가 볼 것을 의심하여 그 사실을 반드시 다 기록하지 않을 것이니 어찌 후세에 그 진실함을 전하겠습니까."

하매, 대통령이 말하기를 "그래도 고칠 것이다" 하였다.

-원본 출처 :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 / <태종실록>을 보는 것에 대한 논의  / 세종 51권, 13년(1431 신해) 3월 20일 (갑신) 2번째 기사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시일야방성대곡 대자보, #국정화 반대 대자보, #국정화 반대 대학 대자보, #기발한 대자보, #창의적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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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j@ohmynews.com 정치부에 있습니다.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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