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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의 메뉴들. 지리산 나물두유덮밥, 가지버섯탕수덮밥, 토마토 해물 파스타, 들깨 크림파스타. 정말 좋았다! 직접 담근 밑반찬들도 맛있었다.
 '마지'의 메뉴들. 지리산 나물두유덮밥, 가지버섯탕수덮밥, 토마토 해물 파스타, 들깨 크림파스타. 정말 좋았다! 직접 담근 밑반찬들도 맛있었다.
ⓒ 작은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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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에 있는 산내는 지리산이 품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지난 8일부터 10일, 이곳 산내면에서는 지리산 이음에서 주최한 '지리산 이음포럼2015'가 있었다. 기자는 포럼의 둘째 날 마련된 특별 세션인 청년귀농·귀촌포럼에 참가해 '마지'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산내에는 대안학교를 제외하면 중학교까지 밖에 없다. 고등학교에 가게 되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산내를 떠나게 되고, 대학교도 타지에서 다니게 된다. 스무 살이 넘어 이곳 산내에 남아있는 이들은 적다. 그래도 이곳 산내가 좋아서 남은 청년들은 모여 자신들을 '작은자유'라 이름 붙이고 신나는 작당들을 시작했다고 한다.

'살래청춘식당 마지'는 작은자유의 구성원들이 "농촌에서 청년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자립할 방법이 없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커뮤니티 밥집이다. 작은자유 멤버 6명이 함께 기획했고, 현재 5명이 운영을 하고 있다.

이제 첫 월급을 받고, 한 달 반이 지났다고 한다. 지난 9월 21일 <뉴스타파>에 소개(관련 기사 : [목격자들] 지리산 청춘식당)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던 '마지', 그 한 달 반 간의 솔직한 소회를 '마지'를 운영하는 쏘야씨와 탁구씨에게 들어봤다.

시골에 뿌리내리기 위한 청춘들의 프로젝트

살래청춘식당 '마지'
 살래청춘식당 '마지'
ⓒ 작은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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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식당 '마지'를 시작한 지 한 달 반 정도가 지났는데 소회가 어떠신가요?
쏘야 : "한 달의 소회? 어디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많이 울고 웃고(웃음), 마음고생, 몸 고생하면서 한 달 운영을 끝냈어요. 월급도 서로 약속한 대로 받고, 그러고 있네요.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그런데 이렇게 사는 게 나하고 맞나?'라는 질문을 하루에도 몇 번씩 던져요. '마지'의 처음으로 돌아가 보면, '작은자유'라는 산내 청년모임에서 시작되었죠. 함께 재밌게 놀다 보니 이걸 지속하기 위해서는 고민이 필요한 거예요. 일자리가 필요했어요. 시골에서의 생활도 '삶'인데 놀기만 해서는 안 되잖아요?

그런 내부의 고민과 외부의 도움이 잘 맞아떨어져서 살래청춘식당 '마지'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처음에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건 6명이었고, 현재 5명이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다들 다른 배경과 고민·상황이 있어요. 개인적인 소회를 말씀드리자면, 저는 몸을 많이 쓰던 성향은 아니었어요. 도시에 있으면서 책이나 간접 경험을 통해 머리로 '이렇게 사는 것이 옳다'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몸으로 체험했을 때 차이가 크더라고요.

식당을 하는 건, 요즘 '먹는 장사'는 안 한다고 하잖아요? 그만큼 힘들다는 거예요. 아마 다른 친구들도 이렇게 힘들 줄 몰랐을 거예요. 그나마 다른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귀농·귀촌하신 부모님을 도와 집안일을 하거나, 대안 교육을 받으면서 이런 부닥침을 견뎌낼 힘을 키워왔는데, 저는 그게 없었어요. 저는 '대학을 가면 행복해진다'고 믿는 전형적인 입시제도 하에서 살아왔습니다. 스무 살 이후에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거든요.

밥집을 힘들게 열었지만, 열고 나니까 또 다른 힘든 시간이 시작되었어요. 하루 종일 부엌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정말 힘들어요. 서 있으면서 준비하고, 요리를 내고, 치우고... 가게를 열고 처음에 부엌에 있는 친구들은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있기도 했어요. 저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홀에 있으면서 손님들을 받고, 음식들을 치우고, 어떻게 보면 단순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단순한 일에 내가 어떤 가치를 뒀느냐 묻게 되죠.

손으로, 몸으로, 사는 것, 지금 필요하고 해야 하는 것들이라고 자기합리화를 하지만, 실제로는 힘든 거죠.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맞나?'라고 묻게 되기도 하고요. 시골에 살기로 한다고 해서, 자기 삶에 대한 고민이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고민이 시작되고 있어요. 또 다른 방황인 셈이죠. 내가 익숙하고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들과 내가 지금 사는 방식이 잘 만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마지'는 사실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한 첫 번째 프로젝트였어요. 이걸 기반으로 두 번째, 세 번째 프로젝트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마지'의 메뉴판만 봐도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 직접 그린 메뉴판!
 '마지'의 메뉴판만 봐도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 직접 그린 메뉴판!
ⓒ 작은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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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 "저는 산내에서 대안 중·고등학교에 다녔어요. 아버지는 서울에 계시고 어머니와 집을 구해서 같이 살고 있어요. 처음에 친구가 없으니까 소문으로만 들은 친구들을 모아서 '작은자유'라고 이름 붙이고 놀았어요. 쏘야가 말한 것처럼, 노는 건 정말 좋아요. 나이 또래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나누는 건 재밌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시골이 좋아서, 산내가 좋아서, 여기서 계속 살아가려면 무언가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일을 하다가 그만두니깐 가장 급한 게 금전적인 거예요. 그때 작은자유 멤버 한 명 빼고 다 백수였거든요. 현실적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시골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한정적이에요. 한 친구는 버스로 10분 정도 떨어진 인월면에 있는 자재회사에서 사무직, 그러니까 원치 않는 일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힘든 거죠. 저는 빵 작업장에서 일을 했었어요. 처음엔 제가 좋아서 시작했지만, 그 일을 하다 보니까 '작은자유'의 친구들과 더 재미난 작당들을 하는데 쏟을 에너지가 부족한 거죠. 그래서 결국 그만뒀어요.

그 후 '나만의 방식으로 돈을 버는 방법이 있을 거다'라는 고민을 할 때, 제의가 들어온 거죠. 사실, 쏘야도 공감할 테지만 제가 살면서 식당 일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제게 식당은 그냥 밥을 먹고 돈을 내는 곳이었죠. 여기서 뿌리를 내리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4개월 정도 준비를 했고 이제 오픈해서 일하고 있어요. '마지'를 하는 건 좋아요. 힘들지만, 좋은 일도 많고요.

쏘야의 생각과 다르면서 비슷한데,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한 달 반 정도 됐는데, 좀 더 즐거운 방식으로 일할 수 있지 않겠냐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어요. 아직은 '마지'가 시작단계이고, 이제 첫 월급을 받았는데, 좀 더 잘해서 고민을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드네요."

산내의 재료로 만든 접하기 힘든 메뉴

[마지]의 소야 씨
 [마지]의 소야 씨
ⓒ 진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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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탁구 : "작은자유 친구들은 만나면 맛있는 걸 해먹어요. 그런 걸 많이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지금 '마지'의 메인 쉐프인데, 마침 마을에 오래된 식당이 임대가 나왔어요. 그때 동네에 일 벌이기 좋아하는 한 삼촌이 제안을 해주셨어요. 처음에는 그저 가볍게 흘려들었지만,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고 함께 무언가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 식당에 주로 어떤 분들이 많이 오시나요?
쏘야 : "산내에 있는 기존의 식당들은 추어탕, 흑돼지고기, 산채비빔밥 같은 것들을 팝니다. 저희의 콘셉트는 산내에서 접하기 힘든 메뉴를 내되, 음식에 사용하는 음식재료에 산내 농산물의 비중을 늘려가자는 거예요. 외식하고 싶을 때 혹은 모임에서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남원 시내나 함양까지 나가지 않아도 되게요. 지리산 둘레길 여행을 오는 배낭여행자나 마을탐방 오시는 분들도 '마지'를 이따금 찾으세요."

[마지]에서 사용되는 그릇은 동네에 계신 그릇을 빚으시는 선생님꼐서 직접 만들어주셨다고 한다. 마지는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모인 공간이다.
 [마지]에서 사용되는 그릇은 동네에 계신 그릇을 빚으시는 선생님꼐서 직접 만들어주셨다고 한다. 마지는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모인 공간이다.
ⓒ 진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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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에 오래전부터 살고 싶었는데, 작년에 섬에서 근무를 했어요. 섬은 산보다 더 폐쇄적인 곳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저녁에 제가 뭘 했는지 옆 학교 선생님들이 다 아는 거예요. 물론 그 선생님들 이야기도 제 귀에 다 들어오고요. 아무래도 시골에 살면 도시보다 사생활이 보장이 잘 안 되는데 어떤가요?
탁구 :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행동 하나하나에 아무래도 조심스럽죠. 받아들이고 좀 더 조심하고, 그래서 '마지'를 할 때도 그런 부분은 힘들어하면서도 신경을 많이 써요. 아무래도 청년들이 시골에서 무언가를 한다고 하니까 관심을 두시는데, 소문도 더 빨리 돌기에 남의 이목을 신경 써야 하는 일들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쏘야 : "예를 들어 파스타 가격을 처음엔 9000원으로 정했어요. 인근에서 이런 종류의 음식을 하는 곳 중에서는 제일 맛있거든요! (웃음) 그리고 음식재료도 좋은 걸 쓰려고 하고요. 보통 1만2000원 이상은 받는데 9000원으로 책정한 거죠. 그런데 또 음식값이 비싸다는 얘기가 건너 들려와서, 8000원으로 가격을 낮췄어요. 동네 정서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죠."

- '마지'를 시작하기 전과 후, 일과 쉼의 비율은 어떻게 변했나요?
탁구 : "'마지'를 시작하기 전에는 일을 쉬고 있었으니 쉼이 100%였죠. 앞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빵을 만드는 일을 할 때는 일이 70%였는데, 지금은 90% 정도가 일이에요. 아직 초반 이다 보니 체계를 잡아야 할 것도 아주 많고요. 처음에는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자정에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었어요. 지금은 그래도 교대근무가 되고,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9시 반에는 퇴근하고 있어요."

쏘야 : "사장이 있으면 '열정페이'다, 뭐라고 불평할 수도 있는데... 우리가 다 같이 만들어가고 있는 거라 그렇게 말할 수는 없죠. 첫 달에는 주방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60만 원, 홀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40만 원을 받았어요. 우리 스스로 주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구를 탓할 수는 없지만, 너무 과도하게 일하는 지금의 구조는 개선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럼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가 지금의 고민 지점이죠."

'마지'의 내부공사와 대부분의 과정은 '작은자유' 멤버들이 대부분 직접 작업했다.
▲ '마지'는 공사 중! '마지'의 내부공사와 대부분의 과정은 '작은자유' 멤버들이 대부분 직접 작업했다.
ⓒ 진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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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이 모여서 식당을 운영하는 사례가 도시에서는 종종 있었지만, 농촌에서는 들은 전례가 없습니다. 농촌 지역에서 시작하면서 좋았던 것, 지역에서 해서 얻었던 이점들이 있나요? 아니면 거꾸로 안 좋았던 점들이 있나요?
탁구 : "산내라는 지역의 득을 크게 본 건 있어요. 아무래도 공동체 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다 보니, 저희가 이런 걸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많은 응원이 있었어요. 후원받는 것도 도와주시고, 다들 '지켜봐 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저희를 도와주셨던 것 같아요. 그랬기에 식당을 여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쏘야 : "좋은 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저희가 일을 하고 있을 때 주민분들이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 맥주 등을 주고 가시기도 해요. 그런 소소한 것에서 따뜻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또 저희가 하기 어려운 인테리어는 아버님들의 도움을 많이 얻었어요. 사실은 도시에서 아빠가 사무실에서 일하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잖아요. 그런데 아빠가 옆에서 무언가를 만들어주고, 고쳐주고 하면 구체적으로 와 닿아요. 동네의 아저씨가 이런저런 도움을 주시면서, 그런 지혜들이 전승되는 느낌이랄까요? 현대사회에서는 그게 잘 되지 않고, 천시되잖아요.

자신에게 묻게 되더라고요. '사회에서 월급을 많이 주고, 귀하게 여기는 직업들과 그렇지 않은 직업들의 차이는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라고요. 생각해보면 자라나는 과정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해줬던 사람들이 없는 거예요. 아빠가 가진 지혜를 느끼기 힘들었어요. 단절이라고 할까요? 시골에서 살면 그런 것들이 보여요. 사실 젊은 사람 중에 그런 지혜를 받으려 하는 사람이 없어 연결될지는 모르겠지만요.

'마지'를 함께 준비했던 6명 중의 1명이 남자친구였는데, 그 친구는 나무 만지는 걸 좋아했어요. '마지'의 식당 옆에 화장실 가는 문이나, 바(bar), 진열장 등도 그 친구가 만들었어요. 그러면서 자기의 재능이나 하고 싶은 것을 다시 확인하고, 대학에서 건축과를 갈까 하다가 한옥 학교를 갔어요. 그런 가능성을 제공해주는 게 시골에서 일하는 것의 장점인 것 같아요."

귀농 대신 '지역 살이' 그리고 '마을 살이'

- 청년기금에 대한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자세히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쏘야 : "산내에 있는 마을 카페 '토닥'에서는 수익을 적립해 청소년이나 어르신들에게 쓰는 것이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청춘식당이니까 '수익을 적립해서 청년이 배우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지원해주자'하는 이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아직은 수익구조가 불안정해서 음식을 파는 것만으로는 적립이 어렵지만, 지금도 '마지'에서 파는 엽서나 차를 사시면 청년 기금으로 적립이 돼요."

- 청년들의 귀농·귀촌을 텃밭 가꾸기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새로워요.
쏘야 : "귀농보다는 지역 살이, 마을 살이라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아요. 시골에 있다고 모두가 텃밭을 키우진 않아요. 저도 처음에는 텃밭을 했지만, 지금은 거의 못 하고 있어요. 물론 텃밭에서 수확한 가지로 탕수덮밥을 만들면 뿌듯하죠. 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우선순위에서는 밀려나고 있어요."

'마지'의 부엌에 있는 선반은 완주에서 온 친구가 뚝딱! 만들어줬다고 한다.
 '마지'의 부엌에 있는 선반은 완주에서 온 친구가 뚝딱! 만들어줬다고 한다.
ⓒ 작은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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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가 만들어졌던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쏘야 : "우선 서로 대화를 통해서, '이것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밥집을 왜 하는지에 대해 갸우뚱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처음에 커뮤니티 밥집 운영을 제안해주셨던 동네 삼촌과 매주 1번씩 4, 5회 정도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 우리의 비전에 대해서 정리했어요. 그 뒤에 각자의 역할에 따라 팀을 나눴어요. 메뉴개발 팀, 인테리어 팀, 커뮤니티 팀을 나눴죠.

밥집을 여는 데는 자금이 필요하니까 처음에는 마을에서 십시일반으로 모아보기로 했어요. 막무가내로 달라고 하기는 좀 그러니까, 나중에 '마지'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을 구매하실 수 있게 하는 등의 방식도 준비했어요. 어느 정도 진행이 됐을 때는 마을을 벗어나 인터넷 모금으로 눈을 돌렸어요. 그런데 그것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여러 곳을 찾아보다가 한 선생님께서 청년들이 지역에서 정착하고자 할 때 지원받을 수 있는 재단을 알려주셨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의 마음을 모아 '마지'를 열기 위한 자금이 형성됐습니다. 실제로 이전 공간을 정리하고 재구성해가는 과정은 저희가 대부분 직접 했어요."

- 쉬는 날은 어떤가요?
쏘야 : "'마지'는 화요일에 쉬어요. 그런데 이번 주에는 포도를 따서 밤늦게까지 포도 시럽을 만들었어요. 저번 주에는 화요일에 쉬기 위해서 월요일에 김치를 담갔는데, 너무 피곤한 상태에서 담그는 바람에 맛있게 안 된 것 같아 아쉬워요. 휴무일이지만 정작 휴무일에 해야 할 일이 생겨서 잘 쉬지 못할 때가 많아요. 웬만하면 휴무 때 일을 안 벌여야 겠어요! 휴무가 왜 휴무인지 알겠어요!"

'결국 사람이 같이 하는 일이기에 항상 그런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 작은자유 멤버들 '결국 사람이 같이 하는 일이기에 항상 그런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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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적 갈등이나, 기억나는 사건이 있나요?
탁구 : "저는 당시 해외에 나가 있었는데, 처음 시작 할 때 두 친구 사이에 굉장한 갈등이 있었어요. 한 친구는 '마지'를 시작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던 친구고, 다른 한 친구는 그런 모습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던 거예요. 그 친구는 왜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차근차근히 해나가자는 생각이었고, 다른 친구는 공간 임대 후에 하나씩 준비해나가면 안 되겠냐는 생각이었어요.

일할 때는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 책임감이, 서로가 생각하는 책임감의 정도가 조금씩 달랐던 것 같아요. 싸우다 나왔던 명대사가 하나 있는데 '당신이 이 일의 주체야!'였어요. 이 말로 서로 감정이 빵 터져서 엄청나게 싸웠어요."

쏘야 : "결국 사람이 같이 하는 일이기에 항상 그런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관계가 제일 어려워요. 자기 감정을 속 시원히 얘기해야 하는 친구가 있고, 속에서 익히며 말하는 데 준비가 필요한 친구가 있는데, 어떻게든 얘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서로 힘든 것들에 관해 얘기를 하다가 울고, 괜찮아지고, 또 반복되고 그런 과정이 있어요. 몸이 힘들면 더 예민해지기도 하고요. 이런 일들은 어디에나 있지 않을까요. 사람 일이니까요."

뜨거운 관심에 든 생각 "망하면 안 되겠다"

마지의 전경
 마지의 전경
ⓒ 작은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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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가 개업하기 전부터, 많은 분이 알고 있었잖아요. 저도 온라인을 통해 알아왔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부담되지는 않았나요?
쏘야 : "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뉴스타파>를 보고 전주나 남해, 광주에서도 오시는데, '잘해야 하겠다' 싶기도 하고요."

탁구 : "망하면 안 되겠다. 그런 마음과 동시에, 관심을 두시는데 우리가 망하지 않게 열심히 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죠."

쏘야 : "저는 사실 망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망하든 망하지 않든 그런 것에 상관없이 의미 있는 실험의 장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메뉴를 낼까', '어떻게 인테리어를 할까', '어떤 활동을 통해 마을과 세상을 만날까'... 이런 고민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하고, 그것들을 실제로 실현해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실험의 장을 줬다는 것에 기분이 정말 좋아요. 우리가 공유하고 합의한 선만 지키면 다 할 수 있어요."

- 시간이 다 되어가네요. 아까 '마지' 이후의 2, 3번째 프로젝트를 말씀하셨는데,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쏘야 :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주거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저는 지금 얹혀살고 있거든요. 이런 부분에서 공적인 지원이 있으면 좋겠어요. 청년들이 시골에 살아보는, 꼭 그게 정착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몇 달만 살아보고 싶어도 주거 자체가 아주 큰 부담이에요. 셰어하우스 같은 형태로 공적인 지원이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탁구 : "청소년들을 만나는 것? 귀농·귀촌하신 분들과 원래 있으시던 지역민들의 자녀 등 대부분의 친구는 대안학교를 빼면 중학교까지밖에 못 가요. 고등학교는 산내를 벗어나서 가야죠. 대학교도 마찬가지고요. 계속 이 지역을 벗어나는 거예요. 저희는 그런 청소년들이 좀 더 산내를 벗어나지 않고도, 꿈을 찾을 수 있고, 비전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같이 재미난 것을 하고 싶기도 하고요."

쏘야 : "10월에 산내중학교 친구들과 천천히 깊게 만나는 것을 시작해보려고 해요. 그렇게 만나서 느낌이 좋으면, 산내 마을에서 시작해 지구 마을 곳곳으로 여행할 수도 있는 거고요.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서로를 발견하고, 희망을 찾는 그런 여정이요."

이야기 자리는 쏘야씨가 제안한 명상으로 마무리했다. 시골에서의 삶이라 하면 '중년', '귀농' 등의 단어만 떠오르는 내게 '작은자유'라는 또래의 청년들과의 만남은 신선했다. 두 시간 동안의 대화는 신선했지만, 나는 아직 시골에서 살 자신은 없다. 지금까지 따라온 길을 벗어나 새로운 것과 부닥치는 것에 대한 불안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제 내게는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선택지 하나가 생겼다. 2박 3일간의 산내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포근히 산내를 감싸 안은 어머니의 품 같은 지리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지리산 말고도 산내에 다시 오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살래청춘식당 '마지',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리산 이음포럼의 특별 세션인 <청년귀농귀촌포럼>에서의 질의응답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작은자유'와 '마지'가 더 궁금하신 분들은 작은자유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sannaesalae)를 방문해주세요.



태그:#마지, #산내면, #이음포럼, #시골살이,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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