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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부터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알바노조)은 맥도날드 규탄대회를 열고 신촌점 등 본사 직영점을 점거한 후 '갑질을 멈춰라', '알바 시급 만원으로', '부당해고 철회하라' 등 메시지를 담은 스티커를 매장 유리 벽에 붙이면서 집회에 나섰다.

맥도날드는 관리직을 제외한 모든 직원을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용한다. 계약 기간은 최대 1년이다. 그래도 알바생들에게 맥도날드는 양반이다. 그나마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최저 수준의 근로조건을 준수하고, 4대 보험도 가입하며 퇴직금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안산지역에서 10~20대 청년들이 주로 일하는 편의점 등 프랜차이즈 사업장 10곳 중 7곳 이상이 기초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들 사업장의 청년 노동 인권 침해 사례가 급증하면서 단시간 노동현장에 대한 관계기관의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지도·감독 체계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안산지역 알바 노동현장, 10곳 중 7곳 근로기준법 위반

5일 오후 안산 와 스타디움 1층 상황실에서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주최로 ‘안산시 단시간 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보고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5일 오후 안산 와 스타디움 1층 상황실에서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주최로 ‘안산시 단시간 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보고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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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시급 4300원을 받고 일했어요. 그렇게 받는 줄 알고… 노동 인권지킴이를 만나면서 (근로기준)법을 알게 된 후 점장에게 '이 정도가 우리가 받아야 할 주휴수당'이라고 말했더니 점장이 '이거 주면 자기 죽는다'면서 못 주겠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우리가 유통기한이 지난 폐기음식 먹은 걸 횡령죄로 걸겠다고 하더라고요."
- 전소미씨 증언(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모 편의점 근무)

안산시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센터(비정규센터)가 지난 5일 오후 안산 와 스타디움 1층 상황실에서 연 '안산시 단시간 노동자(아르바이트)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보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취업준비노동자 전소미씨(여, 22)의 증언 일부다. 이날 전씨는 흙수저·노예·헬(지옥)조선 등으로 대변되는 우리 시대 청년 아르바이트 현장의 생생한 단면을 들려줬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발표한 '2015년 전국 산업단지 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반월 시화공단의 근로기준법 위반율은 92%에 달했다(관련 기사: "근로기준법 위반율 90%... 개혁말고 법 준수부터"). 응답 노동자의 78.1%는 근로 계약서를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청년을 포함한 노동자들이 자신의 가장 기본적인 노동조건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곳, 안산지역 노동현장의 서글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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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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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전수조사 결과 506개 사업장 중 370개 사업장(73.1%)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반 내용을 세부적으로 보면 '근로 계약서 미작성·미교부'가 54.2%(274개 사업장)로 가장 많았다. 또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서도 계약서를 받지 못한 비율이 45.4%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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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휴수당(유급휴일 수당) 미지급 사업장은 51.6%(261개 사업장)로 주휴수당을 받고 있다는 응답은 22.8%에 불과했고, 못 받는 경우는 38.8%였다.

연령별로는 18~22살 사이의 약 70%가 못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당 없음'이라고 답한 경우도 36.2%를 차지해 주 15시간 미만의 단시간 노동 등 이른바 '알바 꺾기'가 관행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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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은 27.5%(139개 사업장)로 지급 여부 분석결과 22.5%에 해당하는 209명이 올해 최저임금인 5580원 미만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18~19세가 약 37.2%로 가장 못 받고 있으며, 이어 20세(30.2%), 16~17세(25.0%), 21~23세(24.6%) 순으로 나타나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면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발표한 '2015년 전국 산업단지 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반월 시화공단의 근로기준법 위반율은 92%에 달했다. 노동자의 78.1%는 근로 계약서를 받아 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편의점이 가장 열악... 단시간 노동자 80%가 10~20대 청년

기타 부당 대우와 관련 '연장근로 강요'가 있다고 답한 경우가 13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월급삭감'과 '업무와 관련 없는 일 지시'가 각각 10명으로 나타났다. 인격적 대우와 관련 사업주에 의한 폭언·폭력(0.8%)과 성희롱(0.4%)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지만 손님에 의한 폭언·폭력(165명)과 성희롱(32명)은 전체 조사자의 21.1%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편의점의 86.6%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6개 업종 중 가장 노동조건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위반율을 동별로 분석해본 결과 고잔2동과 호수동 등 시내 중심지역의 위반율이 높게 나타났으나 일동 등 주택가 지역에서도 위반율이 높아 전체적으로 안산지역의 노동 인권지수가 낮게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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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단시간 노동자의 80% 이상이 10~20대였으며, 절반 이상이 대학 재학 중이거나 졸업을 했다. 근무 기간은 1년 미만이 77.7%, 6개월 미만 56.8%로 이직률이 높았다. 이에 비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사회보험에 가입된 사업장의 근무만족도는 높게 나타났다.

비정규센터 관계자는 "주요 조사항목은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 여부, 최저임금 지급 여부, 주휴수당 지급 여부, 기타 부당대우 및 인격적 대우 여부 4가지"라며 "기초 근로기준법을 준수한 사업장이라고 조사 내용 이외에 근로기준법을 모두 지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산 청년' 아르바이트 현장, '관계 당국' 보이지 않는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안산지역 단시간 노동자들의 노동 인권이 무법지대에 내몰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 '안산 청년'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실이 올해 국정감사에 제출한 '2015년도 상반기 고용노동부 기초고용질서 일제점검 결과' 중 안산지청의 단속 결과를 보면 적발 사례로는 임금체불 업체가 10곳, 최저임금 위반 업체는 3곳, 근로계약 위반 업체는 11곳에 불과했다. 

아르바이트 현장의 실상과 관계 당국의 대응이 겉돌고 있다. 단기간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한 개선대책 중 첫 번째로 꼽는 '노동부의 단속강화'는 먼 나라의 이야기인 셈이다. 이른바 '관계 당국'의 부재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박재철 비정규센터장은 단시간 노동자들의 노동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작성·교부 등 3대 근로기준법 준수운동 전개, 근기법 준수사업장 온-오프라인 지도제작 등 홍보, 가맹사업주와 본점 사업주 면담, 청년유니온 등 청년단체와 연계한 개선사업, 최종보고서 발간"을 향후 활동계획으로 꼽았다.

박 센터장은 "안산지역 청년알바의 노동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안산시와 안산지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하지만 모두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지난 5월 광주광역시에서는 광주시와 광주시교육청, 광주지방 고용노동청, 광주 청소년 노동인권네트워크가 '청년·청소년 노동 인권 증진과 보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전국 최초로 민·관이 맞잡은 이 날 협약으로 청년 알바 문제 예방과 권리 신장을 위한 교육·홍보·연구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안산지역이 무법지대의 오명에서 벗어나고, 청년들이 절망과 자기비하에서 희망과 자기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산시 등 관계 당국이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경기청년유니온 안산모임 김현주(부곡동, 34) 운영진이 안산시에 기대하는 다음의 말은 절실하다. 안산시의 민선 6기 시정 슬로건 '사람중심 안산특별시'가 겉치레가 아니라면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이번 실태조사를 토대로 안산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더 구체적이고 넓은 부분까지 조사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당사자인 청년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요구를 수렴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청년유니온에서 실제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피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인 만큼, 우리들의 목소리를 시에서 꼭 수렴해 주기를 간곡히 요구합니다."


태그:#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안산시 단시간 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 #청년 노동인권 , #단시간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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