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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에서 4일까지 이틀 동안 나라현 텐리시 텐리대학에서 제66회 조선학회대회 연구발표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엔 연구발표 및 학술교류의 목적으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회원 20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해마다 조선학회 행사는 10월 첫째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립니다.

일본인 연구자가 소개한 '조선 시대 한글 편지'

          첫날 조선학회 공개강연에서는 기시다(岸田 文隆, 오사카대학 대학원) 선생님과 권태억(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선생님이 발표를 하셨습니다.
 첫날 조선학회 공개강연에서는 기시다(岸田 文隆, 오사카대학 대학원) 선생님과 권태억(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선생님이 발표를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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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조선학회 공개강연에서는 기시다(岸田 文隆, 오사카대학 대학원) 선생님과 권태억(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선생님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먼저 기시다 선생님은 그간 쓰시마섬에서 찾은 한글편지 150편을 소개하였습니다. 쓰시마 역사 민속자료관에 보관된 한글편지는 그간 창고 속에서 잠자고 있었습니다. 이번 기시다 선생님은 두 해 동안 이들 편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여 편지를 쓴 사람, 받은 사람이나 날짜, 내용 따위를 꼼꼼히 따져서 밝혔습니다.

대략 1760년에서 1831년에 걸쳐서 쓴 한글편지는 읽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기시다 선생님은 일본인 한국어 연구자로서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이들 편지를 자세히 읽고 서지적인 사실들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다시 일본어로 일본인 연구자들에게 소개했습니다.

이들 한글편지는 조선 부산 왜관에서 담당 직원이 쓴 것이 많습니다. 그들은 이 편지를 통해서 당시 조선 정부의 뜻을 일본에 전하고,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일본 사람들 역시 자신들의 뜻을 조선 조정에 전하기 위해서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 밖에 부산 왜관과 쓰시마 종가에서 생긴 사건들에 관한 것이나 문서들이었습니다.

이번 발표에서 소개된 한글편지 내용은 단지 몇 편이고, 아직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여러 연구자들의 적극적인 참가를 통해서 좀 더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편지들이 지닌 국제적인 가치, 당시의 사회상이나 교류의 실상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일제의 조선 문명화 정책, 허울에 불과했다

기시다(岸田 文隆, 오사카대학 대학원) 선생님이 소개하신 쓰시마 한글편지 일부입니다. 왼쪽은 1806년 현식(玄?)이 쓰신 것이고, 오른쪽은 1797년 박준한(朴俊漢)이 쓰신 것입니다.
 기시다(岸田 文隆, 오사카대학 대학원) 선생님이 소개하신 쓰시마 한글편지 일부입니다. 왼쪽은 1806년 현식(玄?)이 쓰신 것이고, 오른쪽은 1797년 박준한(朴俊漢)이 쓰신 것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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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공개 강연에서 권태억 선생님은 1910년대 '일제의 조선 문명화 정책과 3.1운동'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셨습니다. 먼저 서구열강의 식민지 전개 역사를 소개하고,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취한 대외 정책, 그리고 한반도의 상황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특히 한반도에서 일어난 3.1운동의 실체에 대해서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발표하셨습니다. 한반도를 차지한 일제는 문명화라는 명목으로 토지조사사업이나 호구조사 따위를 통해서 지배기반을 확인하고 철저하고 악랄하게 수탈을 감행합니다. 문명화는 허울이고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속셈은 철저히 한반도를 유린하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중국 진출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일제는 한반도의 문명화라는 명분으로 서울이나 대도시를 중심으로 도로와 철도를 건설하고, 통신시설이나 전기 시설을 새롭게 부설하였습니다. 일부 이런 시설이 한반도의 근대화를 앞당기고 경제발전의 토대가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은 철저히 한반도의 생산물을 착취하고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무슨 일이나 수단과 목적이 올바르고 정당해야 타당성이 있습니다. 일제가 건설한 여러 시설은 절대 그렇지 않았습니다.

권태억 선생님은 3.1 운동에 대한 기존의 연구를 바탕으로 새롭게 일제가 추진한 문명화의 허울을 지적하고 당시 사회상이나 일제가 작성한 여러 가지 보고서를 통해서 당시 민중들의 삶과 생각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언어분야에서 조유미(서울대학교 언어학과) 선생님께서 발표하시는 모습입니다.
 언어분야에서 조유미(서울대학교 언어학과) 선생님께서 발표하시는 모습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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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연구 발표는 언어 분야, 문학 분야, 역시 민속 분야로 나누어서 진행됐습니다. 언어 분야에서는 조유미(서울대학교 언어학과) 선생님을 비롯하여 열 분이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문학 분야에서는 하타노(波田野 節子, 니이가타 현립대학) 선생님을 비롯하여 여덟 분, 역사 민속 분야에서는 요코야마(橫山 恭子, 도야마 전문대학) 선생님을 비롯하여 여덟 분이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조선학회 대회는 올해 66번째를 맞이했습니다. 한반도의 언어와 문학, 역사 따위에 대해서 66년 전부터 관심을 갖고 집중적인 연구와 발표를 해왔습니다. 현재 조선학회는 일본과 우리나라 그리고 그밖의 지역을 합해서 467 명이 회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텐리대학이 있는 텐리시에는 텐리교 본부가 있습니다. 본부 모습과 은행나무입니다.
 텐리대학이 있는 텐리시에는 텐리교 본부가 있습니다. 본부 모습과 은행나무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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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조선학회, #텐리대학, #조유미선생님, #기시다 선생님, #츠시마 한글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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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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