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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일요일과 겹쳐 대체 공휴일로 하루를 더 쉰 지난 명절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지난해에 개정된 법의 시행으로 짧았던 추석 명절이 주말을 포함해 4일이나 연휴로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는 10월 3일 개천절의 경우 공휴일이지만 토요일이라 연달아 쉴 수 있는 기회가 없어져 임시 공휴일을 지정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 안'의 시행을 보면 '설날, 추석 연휴가 다른 공휴일과 겹치는 경우 그날 다음의 첫 번째 비공휴일을 공휴일로 함'과 '어린이날이 토요일 또는 다른 공휴일과 겹치는 경우 그날 다음의 첫 번째 비공휴일을 공휴일로 함' 등으로 되어있어 개천절의 경우 휴일과 겹쳐도 대체공휴일로 지정하는 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임시공휴일로의 지정은 어렵다고 하죠.

회사에 갑자기 휴가낼 수 없는 부모의 고충

사랑하는 아이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을 때가 있다.
 사랑하는 아이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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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으로 돌아오는 설이나 추석, 삼일절이나 광복절같이 기념하는 날짜가 중요한 경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제헌절, 개천절, 한글날 등도 특정 일을 공휴일로 정해 기념하고 쉬도록 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쉬는 날이 연달아 있거나 쉬는 날 사이에 평일이 하루 이틀쯤 포함되면 요즈음 학교는 교장 재량으로 휴일을 지정하기도 한답니다. 엄마들의 의견을 수렴해 연초에 휴일을 미리 지정하는 학교도 있는 반면, 교장의 마음대로 휴일을 지정해 빈축을 사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학교가 아니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경우도 꼭 샌드위치 데이의 휴일뿐만 아니라 여름, 겨울 휴가를 정함에 있어 학부모들의 의견을 묻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보통 안내장을 이용해 일주일 전쯤 통보해오곤 하죠.

J엄마 : 안내장 봤어?
나 : 아니. 난 아직 회사라 못 봤어
J엄마 : XX일에 쉰다는데 언니는 어떡할 거야?
나 : 그래? 휴가 내야지 뭐. J는 어떻게 해?
J엄마 : J아빠도 휴가를 못 낸다고 하고...
나 : J엄마는 평일 휴가는 좀 어렵지?
J엄마 : 에효 우리는 그냥 통합 보육을 한다고 해도 보내야 할까 봐. 나오는 친구들도 별로 없으면 J가 싫어할 텐데...

갑작스러운 기관이나 학교의 휴업 소식에 휴가를 낼 수 있는 회사에 다니는 부모는 그나마 행복합니다. 그러나 휴가를 내는 것이 어려운 회사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연휴를 마치고 회사에 출근해보니 오늘까지 쉬는 초등학교들이 많았고, 심한 경우 연휴 뒤 3일을 붙여 이번 주 내내 쉬는 학교도 있더군요. 테마파크나 쇼핑몰, 키즈카페 등은 연휴 다음 날인 9월 30일도 마치 휴일처럼 붐볐다고 해요.

매년 날짜가 다른 요일로 돌아오기 때문에 연말 달력이 나오는 시기가 되면, 혹은 요즈음같이 컴퓨터로 몇 년 뒤의 달력까지도 확인할 수 있는 경우 몇 년도는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지 않아 쉬는 날이 많고, 몇 년도는 공휴일이 주말과 겹쳐 쉬는 날이 적어지는 정보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하루나 이틀만 쉬면 10일짜리 장기 휴가가 되는 몇 년 뒤의 달력을 보며 만약 부부 중 하나가 휴가를 낼 수 없다면 아이들을 돌볼 사람을 찾아야 하는 맞벌이 부부, 워킹맘으로서는 휴일이 길어 기쁘기보다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온전히 나를 위한 휴가가 그립다

요즈음은 맞벌이 부부가 경제의 중추가 되어가고 있어 외벌이로는 과거 부모 세대가 해주었던 경제적 여유를 누리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평균 수명이 길어지는데,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어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죠. 그렇다고 늘 맞벌이 부부만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낸다면 상대적으로 정책의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형평성 논란만 키울 뿐 실효성을 얻을 수 없습니다.

보육, 청년 실업, 연금 등 많은 사회적 이슈들이 양 극단의 이해관계에 속한 사람들에 의해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문제점을 끌어안은 채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어느 한쪽이 손해 보는 점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정한 정책의 도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불편함을 개선하는 일, 엄청나게 큰 개혁이 필요하거나 과도한 포장을 하고자 함이 아닌 소소한 삶의 불편함을 공유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한도 내에서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학교나 기관의 재량 휴일이 아니더라도 임시 휴일, 대체휴일에 가족과 같이 쉴 수 있는 직장에 다니지 않는 부모에게는 휴가조차 부익부 빈익빈이 되어버리는 현재의 구조는 사람들에게 소외감을 더해줄 뿐입니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8월 15일이 토요일로 주말과 겹치자 14일인 금요일을 임시 휴일로 지정해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시키고자 했는데요. 이때 역시 공휴일을 쉬며 보낸 직장인이 있는 반면 쉬지 못한 직장인도 많았다고 하죠.

휴일의 소비 진작 효과를 보아서라도 기념을 해야 하는 날짜와 무관한 공휴일은 날짜 지정이 아닌 몇 월의 몇 번째 요일을 지정함으로써 샌드위치 휴일의 발생을 막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 경우 매년 휴일의 숫자를 균일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뿐더러 주말과 연이어 조금 긴 휴가를 만끽할 수 있죠. 제대로된 휴가 계획은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으며, 임시 휴교로 인해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휴가를 온전히 아이들을 보육하는 것에 쓰는 것이 아니라 재충전의 시간으로 만들며 여가를 위한 소비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워킹맘의 휴가는 상·하반기 면담, 여름·겨울방학, 아이가 아픈 몇 번의 긴급상황에 쓰고 나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위한 휴가가 아닌 온전히 리프레시를 위한 휴가를 다녀오고 싶네요.

※ 덧붙이는 말

유치원의 친한 친구 M은 초등학생 오빠가 있어요. 저희 동네의 초등학교는 9월 30일 하루를 더 교장 재량휴일로 쉬는 모양입니다. 명절 직전에 동네 공원에서 같이 놀면서 이 사실을 알게된 방글이(딸아이)가 명절 후에도 엄마아빠가 회사를 안 가고 놀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췄어요.

방글이 : 엄마 휴가 있어?
나 : 음... 휴가 남은 게 없는데, 아빠 휴가 있어요?
남편 : 아빠 회사에 같은 팀 직원이 결혼을 해서 휴가를 간 상태라 아빠까지 휴가를 내면 일할 사람이 없어
방글이 : 잉. 휴가내서 우리랑 같이 어디 놀러가면 안돼?

지난 여름에 유치원 방학으로, 또 친정엄마의 수술과 치료로 대부분의 휴가를 소진하고 다가올 겨울방학에 쓸 이틀의 휴가만 남겨둔 저로서는 아이의 흔치 않은 요청을 들어주지 못해서 무척 속상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네이버 개인블로그에 10.1에 게시예정입니다.
blog.naver.com/nyyii



태그:#70점엄마, #쌍둥이육아, #까칠한워킹맘, #대체휴일, #샌드위치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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