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퓌센은 어떤 도시일까?

낭만의 도로와 알프스 도로가 만나는 지점의 퓌센
 낭만의 도로와 알프스 도로가 만나는 지점의 퓌센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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퓌센은 바이에른주의 로맨틱한 영혼(Romantische Seele)으로 불린다. 바이에른은 독일 동남부에 위치하고 있는 주로, 독일 전통과 문화를 가장 잘 간직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연과 문화, 역사와 전통이 잘 어우러진 지역이다. 독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북쪽보다는 남쪽지방에 살기를 원한다. 그것은 남부지방이 날씨도 좋고, 역사와 전통도 잘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로맨틱하다는 것은 중세적임을 뜻한다. 낭만주의자들은 중세를 이상향으로 생각해 왔다. 그들은 환상과 꿈을 찾아 중세를 탐구했다. 과거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마음, 그것을 로맨틱한 영혼이라고 부른다. 그러한 성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람이 루드비히 2세다. 그는 이곳 알프스 산록에 동화 같은 성을 짓고 예술에 빠져 평생을 살고자 했다. 그의 삶이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그의 꿈은 이곳 퓌센 지역에 문화유산으로 남아 우리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레흐강을 건너 퓌센으로
 레흐강을 건너 퓌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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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탄 버스는 레흐강을 건너 퓌센으로 들어간다. 레흐강은 해발 1800m에 있는 포르마린(Formarin)호수에서 발원해, 티롤지방을 지나 독일의 알고이(Allgäu) 지방으로 흘러 들어온다. 알고이 동쪽에 있는 퓌센을 지나 계속 북쪽으로 흐르는 레흐강은, 아욱스부르크(Augsburg)를 지나 마르크스하임(Marxheim)에서 도나우강에 합류한다. 그리고 퓌센에서 마르크스하임까지 남북으로 흐르는 레흐강을 따라 낭만의 도로가 이어진다.

레흐강을 건너자 왼쪽으로 베네딕트 수도원과 교회가 보인다. 우리는 세바스찬 거리를 지나 막시밀리안 황제광장에 이른 다음 루이폴트 거리로 간다, 이 길은 구시가지를 외곽으로 한 바퀴 도는 길로, 바움가르텐(Baumgarten) 근방 주차장까지 이어진다. 주차장에서 버스를 내린 우리는 구도심의 출발지인 '마을샘(Stadtbrunnen)'으로 간다. 가는 길에 오른쪽으로 고성(高城: Hohes Schloss)과 성 망(Sankt Mang) 수도원을 볼 수 있다.

구시가지를 따라 걷기

마을샘과 아이들
 마을샘과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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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샘이란 과거 퓌센 사람들에게 물을 공급해주던 샘으로, 사람들이 모여 소식을 나누던 공공장소 역할도 했을 것이다. 이곳에는 현재 물장난을 하는 소녀들의 청동조각상이 만들어져 있다. 그것을 본 아이들이 물가에서 장난을 치기도 한다. 여기서 길은 라이헨 거리를 따라 막시밀리안 황제광장까지 이어진다. 이 길이 퓌센 구도심의 중심도로로, 보행자만이 다닐 수 있다.

마을샘을 지나자 알고이 전통복장을 한 악사가 아코디언을 연주한다. 그는 거리의 악사가 아니고 알고이의 음악과 문화를 알리기 위해 나온 악사였다. 그는 돈을 받지 않고 음악도 연주하고 사진도 함께 찍어준다. 이 길 양쪽으로는 3, 4층 짜리 바로크/로코코식 건물이 즐비하다. 이곳에 바로크/로코코식 건물이 많은 것은, 이들 건물이 30년 전쟁(1618-1648) 후 다시 지어졌기 때문이다.

퓌센의 도심 라이헨 거리
 퓌센의 도심 라이헨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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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느낌이 나는 이 거리에는 시민들의 집, 성당과 교회, 호텔과 식당, 수공업과 상업용 점포들이 어우러져 있다. 거리 중간에서 용을 무찌르는 전사상을 볼 수 있다. 용을 무찌른 전사는 전설 속의 영웅으로 대표적인 인물이 지그프리트다. 어떤 연유에서 이곳에 용을 퇴치하는 영웅이 만들어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리고 주변 건물 박공 벽에는 그림이 있어, 무언가 다 사연을 담고 있는 듯하다.

시 정보센터에서 찾은 유익한 자료들

라이헨 거리의 북쪽 끝에는 막시밀리안 황제광장이 있다. 이 광장은 교통의 요지로, 서쪽으로 가면 기차역으로 연결된다. 동쪽으로는 우리가 버스를 타고 온 세바스찬 거리가 이어진다. 그리고 똑바로 북쪽으로는 아욱스부르크 거리가 이어진다. 옛날 이 길이 아욱스부르크 방향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우리는 세바스찬 거리의 중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시 정보센터 옆 분수
 시 정보센터 옆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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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시간이 좀 남아 길 건너편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특이한 형태의 분수가 있고, 그 옆에 시 정보센터 건물이 있다. 여섯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분수인데, 기둥 위로 물이 솟아오르면서 그 위에 얹힌 육면체를 돌리고 있다. 특이한 분수를 만든 아이디어도 훌륭하지만, 조금은 투박한 육면체가 떨어지지 않고 돌아간다는 게 더 신기하다. 한 여름에 물을 뿜어대는 분수는 우리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 준다. 나는 이것을 보고 정보센터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퓌센과 알고이, 낭만의 도로와 알프스 도로를 소개하는 책자들이 가득하다. 책과 리플렛의 사진이나 글, 지질이나 편집 모두 훌륭하다. 나는 이들을 살펴보면서 필요한 자료를 챙긴다. 이미 호엔슈방가우성과 노이슈반슈타인성은 다녀왔지만, 이들 자료를 통해 성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알고이 지방과 앞으로 갈 알프스 도로 자료는 잘츠부르크에 이를 때까지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퓌센시 정보센터
 퓌센시 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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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리플렛 중 두 종류의 한글 자료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는 퓌센을 소개하는 리플렛이고, 다른 하나는 낭만의 도로를 소개하는 리플렛이다. 퓌센 리플렛의 한쪽에는 호엔슈방가우성과 노이슈반슈타인성을, 다른 쪽에는 퓌센 구시가를 소개하고 있다. 낭만의 도로 팜플렛은 '로만틱 가도'라고 표기하고, '마인강에서 알프스 산맥까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나는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이 자료를 한 부씩 나눠주었다.

알프스 도로를 따라 가는 길

이제 버스가 우리를 태우러 식당 앞으로 오고, 우리는 버스에 올라 잘츠부르크로 향한다. 이곳에서 잘츠부르크까지는 300㎞쯤 되는 먼 거리다. 자동차로 3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8번 고속도로 들어가기 전 알프스 도로를 따라가는 길이 꼬불꼬불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또 여름에 뮌헨에서 잘츠부르크로 가는 고속도로는 항상 밀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표현주의 화가 마르크가 그린 '푸른 말'
 표현주의 화가 마르크가 그린 '푸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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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먼저 슈타인가덴까지 간다. 이곳에 비스교회를 보고 싶어 가이드에게 시간을 좀 내자고 했더니, 잘츠부르크 도착시간이 너무 늦어지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한다. 3㎞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세계유산을 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 버스는 이제 오버암머가우(Oberammergau) 방향으로 가다. 사울그룹(Saulgrub)에서 동쪽 무르나우(Murnau) 방향으로 꺾어진다.

무르나우는 슈타펠호수 주변의 전원도시로, 칸딘스키 등 독일 표현주의 화가들이 1909년부터 1914년까지 거주했던 곳이다. 이들은 뮌헨에서 청기사파(Der Blaue Reiter)를 결성, 그들만의 예술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그들은 새로운 인간을 추구했고, 인간의 고뇌와 격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이 그들을 전쟁터로 내 몰았고, 표현주의 운동을 이끌던 마르크(Franz Marc)와 마케(August Macke) 같은 젊은이가 전쟁터에서 죽고 말았다.

8번 고속도로의 차량 행렬과 알프스
 8번 고속도로의 차량 행렬과 알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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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도로는 바트 퇼츠(Bad Tölz)로 이어지고, 그곳에서부터 알프스 도로를 조금 벗어나 동쪽으로 이어진 8번 고속도로를 타게 된다. 알프스 도로는 로젠하임에서 잘츠부르크로 이어지는 이 고속도로 남쪽 알프스 산록을 따라 이어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른쪽으로 알프스 연봉을 보며 동쪽으로 동쪽으로 달려간다. 이곳에는 2000m 전후의 높은 산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 잘츠부르크로

고속도로로 들어선 우리는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유럽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우리처럼 크질 않다. 그리고 편의점과 식당 그리고 주유소가 있는 정도다. 화장실도 유료다. 그러므로 오래 머물 이유가 별로 없다. 대개 한 15분 정도 쉬어간다. 중간에 로젠하임을 지나고, 킴호수(Chiemsee)를 지난다. 바트 라이헨할(Bad Reichenhall)을 지나자 곧 이어 잘라흐(Saalach)강이 나온다. 강 위로는 길이 80m의 다리가 놓여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국경
 독일과 오스트리아 국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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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면 오스트리아 발저베르크(Walserberg)다. 이곳에서 잘츠부르크 시내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시내로 들어서자 잘차흐(Salzach)강이 나온다. 잘차흐강은 키츠뷔엘(Kitzbühel) 알프스에서 발원해 잘츠부르크를 지나 인(Inn)강과 합류한 다음 도나우강으로 흘러들어간다. 잘츠부르크는 잘자츠 강변에 있는 가장 큰 도시다. 인구가 15만 명쯤 되는 도시로, 오스트리아에서 빈, 그라츠, 린츠에 이어 네 번째로 큰 도시다.

잘츠부르크에서 우리는 미라벨 정원과 잘차흐강의 이쪽과 저쪽에 펼쳐진 구시가지를 볼 것이다. 구시가지 게트라이데 거리에 있는 모차르트 생가엘 들어가 보아야 하는데 너무 늦어 틀린 것 같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7시 30분경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간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미라벨 정원을 구경하러 갈 것이다. 


태그:#퓌센, #레흐강, #라이헨 거리, #알프스 도로, #무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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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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