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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가 열리기 전 공양할 물건을 머리에 이고 스님과 함께 절에 들어가는 모습으로 스리랑카 전통이다.
 법회가 열리기 전 공양할 물건을 머리에 이고 스님과 함께 절에 들어가는 모습으로 스리랑카 전통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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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3시, 전남 여수 버스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미륵사에 낯선 얼굴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여수 인근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들로 추석을 맞아 친구들을 만나고 스리랑카 출신 스님을 모셔 기도 드리기 위해서 이곳에 모였다.

법회 시간이 가까워오자 대구에서 온 스리랑카 출신 스님 두 분을 모신 외국인 노동자들은 미륵사 10여 미터 앞에서 전통 북을 두드리며 환영의식을 치렀다. 합장을 한 노동자들은 염불을 외며 스님을 따라 대웅전으로 들어가 예불을 시작했다.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들이 미륵사에서 법회를 하는 모습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들이 미륵사에서 법회를 하는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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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출신 스님들
 스리랑카 출신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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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인근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들은 약 150명이다. 자리에 참석한 80여 명을 제외한 노동자들은 일이 바빠 법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법회가 열린 건 니샨의 친구 세 명이 찾아와 "스리랑카인들이 미륵사에서 기도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기 때문이다.

도연 스님(총무)의 말에 의하면 "주지스님께서 똑같은 불교도이고 믿음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니 괜찮다며 흔쾌히 허락하셨다"고 말했다. 주지인 일봉 스님이 이들에게 법회를 허락한 또 다른 이유를 말했다.

"우리나라도 몇십 년 전에 돈 벌러 외국으로 나갔어요. 외국인 노동자들 보며 항상 마음이 아팠어요. 법회를 원하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도심 속 청정 기도 도량인 미륵사(1975년 건립)는 이주민센터와 가까워 불교도인 니샨 일행이 가끔 찾아와 기도를 드리고 간다. 평소 그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도연 스님의 얘기다.

"이곳을 찾는 외국인 노동자들 마음이 허전한 곳이 있어요. 고향에도 가고 싶고 가족도 보고 싶겠죠. 마음이 불안해 자주 부처님을 찾는다고 해요. 행사를 허락해줬더니 얼굴이 밝아졌어요."

부처님께 예를 다한 일행은 방석에 앉아 스리랑카 출신 외지다완사 스님과 디야나우다 스님의 설교를 들었다. 외지다완사 스님은 8년 전에 대구로 왔고 대구에는 스리랑카 절이 있다고 한다.

스리랑카 말을 알아듣지 못해 한국말을 잘하는 외지다완사 스님에게 "동포들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와 한국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라"고 말했다.

연꽃공양. 참석한 스리랑카인 모두의 손을 거친 연꽃을 불전에 바친다
 연꽃공양. 참석한 스리랑카인 모두의 손을 거친 연꽃을 불전에 바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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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물과 녹차 공양으로 스리랑카 전통이다. 참석한 모든이들의 손을 거쳐 불전에 바친다
 깨끗한 물과 녹차 공양으로 스리랑카 전통이다. 참석한 모든이들의 손을 거쳐 불전에 바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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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에서 한국에 올 때 깨끗한 몸으로 왔으니 갈 때도 깨끗한 몸으로 돌아가라고 부탁했어요. 일하다 열 받지 마세요. 또한 열심히 일하며 아프지 말고 돈 벌어서 고국으로 돌아가라고 말했습니다."

스님의 말을 듣고 가슴이 뜨끔했다.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을 돕고 있는 나는 공장에서 일하다 손발이 잘리거나 임금 체불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주민들을 몇 번 보았기 때문이다. 때론 폭언과 폭력으로 상처를 입기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있었다. "열 받지 말라"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한국말을 잘 모르는 스리랑카인들에게 지시를 내린 한국인 상사들이 폭발하며 욕하더라도 참아라는 뜻입니다."

스님이 입을 가사와 장삼 공양 모습으로 스리랑카 전통이다
 스님이 입을 가사와 장삼 공양 모습으로 스리랑카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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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기도하는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들. 무엇을 빌까?
 간절히 기도하는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들. 무엇을 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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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나와 깊이 대화를 했던 여러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인 상사들의 상스런 욕과 폭력에 대해 호소하는 걸 들었기 때문이다. "가끔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는 목사들이 부처님 믿지 말라. 절에 다니지 말라"고 개종을 강요하기도 한다는 스님의 전언이다. 한국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고 하자 외지다완사 스님이 한 말이다.

"어느 나라나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잖아요. 저는 한국 사람과 한국을 좋아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스리랑카 사람들을 대할 때 스리랑카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 배경 즉, 문화, 종교, 풍습, 습관에 대해 알고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한국에 온 지 4년차로 여수산업단지 협력업체에서 일한다는 잔다나(31)씨는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200㎞ 떨어진 폴로나루(Polonnaru)에서 왔다. 그는 요리사인 부인과 딸 하나를 두고 있다.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던 그에게 "무엇을 빌었느냐?"고 물었다.

간절히 기도하던 잔다나를 만나 기도 내용을 들었다
 간절히 기도하던 잔다나를 만나 기도 내용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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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는 동안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공장에서 일할 때도 제 건강과 가족을 위해 맨날 기도해요"

잔다나가 알려준 바에 의하면 스리랑카 추석은 4월이다. 추석에는 흩어졌던 가족이 모이고 추석연휴 3일간 절에 가서 기도를 드린다. 부처님 앞에 간절히 기도드리는 그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스리랑카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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