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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에서 이어집니다.)

동거 규칙을 정한 다음 K가 새삼스럽게 말한다.

"꼭 우리 신혼부부 같다."

미키는 눈을 반짝이며 짓궂게 되묻는다.

"신혼부부를 경험해 본 것처럼 말하네. 혹시 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어요?"

"아니, 그냥 기분이 그렇다는 얘기야."

"K, 결혼하고 싶어요?"

"어, 아니, 꼭 그러고 싶다는 것은 아니고…."

"그럼 우리가 함께 하는 것을 결혼 실습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실습을 잘 마치고 나서 정말 서로를 믿고, 서로에게 자신을 맡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설 때, 그때 결혼이라는 형식을 갖추면 되잖아요?"

그 적극적인 미키의 말에 K는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다. 그 다음은 피임에 대한 문제였다. 둘 사이에 예쁜 아기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법률적으로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 미키나 자신이 상처받을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K는 콘돔을 사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미키가 뜻밖에 반대한다.

"K, 당신과 나 사이에 라텍스라는 이물질을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온전한 당신을 받아들이고 싶다는 거예요. 혹시 내가 임신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저도 피임을 할 수 있으면 하겠지만, 아이가 들어서면 반갑게 맞을 거예요. 아이를 갖는다는 것 자체가 우리 둘의 행복을 증명해 주는 선물 아닌가요? 아이가 생기면, 낳으면 되고, 낳아서 제가 기르면 되니까요."

K는 입을 닫을 수밖에 없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고, 그 당연한 얘기를 미키가 하는 것에 대해 괜히 미안하기만 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한 여자, 그리고 혹시 그 여자가 낳을 자신의 아기에 대한 책임을 조금은 피해보고자 하는, 소위 지질한 남자처럼 자신이 여겨졌기 때문이다.

미키에게 부모님께 어떻게 설명해 드릴 것인지를 묻고 싶었다. 하지만 미키는 '성인의 일은 성인이 알아서 한다'는 류의 뻔한 대답을 할 것으로 여겨져 말을 삼켰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K는 미키의 이런 자연스럽지만 원초적이고 당돌한 점에 매력을 느껴서, 아니 사로잡혀서 지금 도쿄에서 그녀와 함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혼이나 동거라는 것을 늘 관념적으로만 생각해 봤을 뿐, 연애 밖에 모르는 K에게 지금 그런 관념들이 예고도 없이 현실로 들이닥친다. 뿌듯하기는 한데 아득하기도 하다.

'불교에서는 전생에 7천겁의 인연이 만들어져야 비로소 현생에서 가시버시로 만난대. 1겁이라는 시간은 하늘나라 선녀가 100년에 한 번 지상으로 내려와서, 그 선녀의 옷깃이 둘레가 40리나 되는 바위에 스쳐 바위가 모두 닳아 없어져도 1겁에 못 미친단다.

불교가 처음 일어난 인도의 힌두교에서는 1겁을 대충 86억4천만년 정도로 헤아린대. 그러니 도대체 인간의 힘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기나긴 시간의 인연이 있어야 하는 만큼 부부의 연은 중하다는 것이야.'

마음속으로 미키에게 이야기 한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무심코 K는 중국 감독 서극의 영화 '칼'을 떠올린다. 사랑하는 사람과 절절한 사랑 끝에 결혼하는 영화는 흔하다. 그러나 '칼'에서는 전혀 그게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려다 악당들에게 오른 팔을 잃고 절벽에서 떨어져 죽음에 다다른 주인공 정안(조문탁)에게 다가온 고아 흑두, 그녀는 정안을 구한다. 그리고 둘은 황야에서 먹고 살기 위해 짐승처럼 일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러나 마적들이 나타나 정안과 흑두의 집을 불태우고 겨우 죽음을 면할 정도의 폭행을 가한다. 간신히 기력을 회복한 남녀. 다시 살아간다. 불탄 집에서 정안은 우연히 발견한 검법 비서를 익힌다. 경지에 이르자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떠난다. 

아무 말 없이 그를 쫓는 동거녀 흑두, 정안은 결국 아버지의 복수를 하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그렇게 주인공 정안은 생사를 함께 한 흑두와 떠난다. 사랑하지는 않으나 함께 살고, 목숨을 잃을 만큼의 위기를 맞고, 그 위기를 이겨내고, 그리고 함께, 살기 위해 떠나는, 어쩌면 사랑보다 의지와 믿음으로 함께 살아가는 그런 남녀의 모습이다. 갑자기 영화 '칼'에 나오는, 단지 조연일 뿐인 흑두가 생각나는 것은 정안이 흑두와 살아가는 것처럼 그게 삶이라는 것을 영화에서 느껴서일 것이다.

어쨌든 K의 현실에서 동거라는 것은 말일 뿐이다. 실질적으로는 결혼이다. 결혼과 다른 점은 법에서 정하는 형식을 갖춰 신고를 했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래서 동거라는 사실혼에도 법률적인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고. 아무튼 이제 둘은 둘만의 관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최소한 법률적인 보호를 받는 사실혼 상태의 동거인이 된 것이다.

다케우치가 담배를 찾다가 한 개비도 안 남은 사실을 알고, 담뱃갑을 신경질적으로 구긴 다음 휴지통에 던져 버린다. 인터폰으로 담배를 찾는 다케우치의 심정이야말로 자신이 휴지통에 던져 버린 담뱃갑이나 다르지 않다. 후지와라 요원으로부터 미키가 거처를 옮겨 동거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오른다.

혈압이 급격히 높아져 잠시 눈앞이 어두워지기조차 한다. 도무지 일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미키는 약속에 나타나지 않은 것도 모자라 아예 전화도 받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보라는 듯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은 다케우치를 산산이 찢어놓는다.

미키의 아버지 이토 신타로 회장에게 전화했지만 이토 회장도 화가 단단히 나서 딸과 절연하려 한다는 말 뿐이다. 다케우치는 그 남자에 대해 상세한 조사를 지시하고는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잡으려 애쓴다. 지금까지 다케우치가 마음먹고 계획한 일에 대해 실패란 없었다. 무슨 일이든 계획보다 조금 늦는 일은 있어도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꼭 목표를 이뤄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선택과 과정에서 미키를 갖는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사실은 일생일대의 치욕이자 수모다. 저열한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다케우치에게 남은 것은 되갚아 주겠다는 오기와 더럽고 사악한 수단과 방법이라도 쓰겠다는 악의다.

이제 다케우치가 처리해야 할 대상은 명확했다. 다케우치의 집요하고 병든  외사랑의 사슬을 끊어버린 미키, 그리고 그녀를 앗아간 것은 K이다. 검사라는 다케우치의 전력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은 없다'는 말을 그에게 체화시켰다. 일단 털어 놓고 보자는 것이다. 털다 보면, 인간이라는 것이 상당히 구린 부분이 많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 남자의 신상에 대해 한국인이고, 도쿄에 와서 한국의 A그룹의 일본 진출을 위해 '한국문화라운지'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운영한다는 사실에 다케우치는 더욱 적의를 품는다.

'한국인 주제에 대일본 최고 엘리트의 사실상 약혼녀를 빼앗아 간 그 놈을 지우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에게는 마치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에서 에드몽 단테스를 14년간 샤토 디프 감옥에 가둬 둔, 페르낭, 당글라르, 비르포르, 세 사람의 협잡을 능가하는 흉계가 샘솟는다.

다케우치는 우선 주한 일본대사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기무라 요원에게 전직 기자이자 프리랜서 작가인 K에 대한 모든 자료, 이를테면 경력, 재산, 가족관계, 교우관계, 지인, 성향은 물론 그가 써 온 모든 글에 대해 샅샅이 찾아 보낼 것을 요구했다.

기무라 요원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참으로 손쉽다. 일본 대사관의 공식적인 채널은 제외하고, 일본이 한국에 공들여 온 방대한 '휴민트(HUMINT)' 조직을 활용해서다. 그 수는 정확히 추산하기 힘들지만 휴민트는 한국 사회 전반 곳곳에 첩첩이 깔려있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다. 다케우치가 과거 특수 요원들의 교육 시간에 강의했던 내용을 보면 잘 요약된다.

"대일본제국이 조선 반도를 통치할 때 대일본으로부터 귀족 작위를 받은 후손, 대일본의 장학금을 받고 일본에서 공부한 식자층, 한국으로 허위 귀화한 일부 우리 일본인, 일본인 혹은 재일교포로 일본 자위대에서 훈련 받은 블랙 요원, 일본 기업의 한국지사 직원, 일본 언론사 한국 특파원, 한국인으로 한국 기업에 몸담고 정보를 일본에 팔아먹는 산업 스파이는 물론 고위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중에도 우리 대일본의 촉수는 방대하고 촘촘이 뻗쳤다. 더욱이 비정부단체(NGO)에도 돈을 받고 일본을 위해 움직이는 족속들도 있다. 그런 만큼 우리 대일본, 특히 의사결정연구단은 한국의 정세는 기본이고, 사회 전반의 세세한 일까지 훤히 꿰뚫고 있는 것이다."

다케우치가 K에 대해 대부분을 아는 데는 며칠 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직 기자라는 공개된 직업에 글까지 써 온 사람이라 파악하기 쉬웠을 듯하다. 수집한 사진과 함께 A4 용지 20여장에 대한 K에 대한 자료의 맨 앞장에 붙여진 기무라 요원의 K에 대해 판단은 상세하지만 간결하다.

'사망한 전직 회사원 아버지와 생존해 있는 전직 교사였던 어머니에 2남 1녀중 막내로 사립 명문대-대학원 출신으로 미혼. 중도 좌파적 성향으로 신문사 기자 재직, 과거 노조 사무국장을 맡았으며, 퇴사 후 잡지사, 홍보대행사 등을 전전하다 현재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 중.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체코, 러시아, 호주, 브라질에 비즈니스와 여행을 목적으로  출입국 사실이 확인됐고,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6개월 간 한국어 신문 편집장을 했던 경력도 있음.

최근 A그룹의 지원을 받아 일본에서 인터넷 커뮤니티 한국문화라운지를 만들어 일본인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작업을 하고 있음. 한국에서 문화를 통한 인간의 소통과 화합이라는 주제로 구청이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강의한 이력도 있음. 취미는 등산, 당구, 볼링. 영화광으로 정기적으로 영화 평론이나 사회-문화 칼럼을 잡지나 신문에 게재. 자신 명의의 공동 주택 1건을 제외하면 뚜렷한 재산은 없음. 흡연을 하고 애주가로 가끔 폭음하는 버릇이 있음. 뚜렷한 여자관계는 없으나 최근 이토 미키양이 한국 특파원으로 재직 중 만난 것을 확인.'

마지막 구절에서 다케우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렇지 않아도 차라리 미국 특파원을 권하며 미키의 한국행을 말렸다. 그때 고집을 부려서라도 한국행을 막았었다면 하는 소용없는 후회만 밀려온다. 자료를 다시 살핀다. 별반 트집 잡을 게 없다. 어떻게든 K를 엮어야 한다. 잠시 고민을 한다. 그러다 무릎을 친다. 바로 보안이 되는 '대포폰'을 이용해 후지와라 요원에게 전화한다. 낮고 음울한 목소리가 후지와라의 뇌리에 박힌다.

8월 첫째 토요일 이른 아침에 K는 신문사 동기 장 차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일본에서 급작스럽게 퍼진 반한 시위가 걱정돼 걸어온 전화다. 장 차장은 안부를 확인하고, 웬만하면 귀국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었다. 잠에서 깬 미키가 잠김 목소리로 묻는다.

"휴일 날 아침부터 무슨 전화에요?"

K는 별일 아니라는 듯 서울에서 온 전화라고 답한다.

"옛날 신문사 동기가 요즘 잘 지내냐고. 아무래도 일본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며, 걱정이 되나봐."

K는 잠이 달아났다. 일어나서 커피를 만든다. K와 미키의 기호에 맞게 콜롬비아산 슈프레모와 과테말라산 안티구아를 각각 반반씩 볶아, 섞어서 만든 커피다. 직접 손으로 여과지에 걸러낸다. 조금은 더디지만 에스프레소 머신보다 커피 본래의 향을 간직하기 위한 정성이다. 아직 잠이 덜 깬 미키가 K가 건네주는 커피의 그윽하고 구수한 향에 몸을 일으킨다. K에게는 커피를 한 모금 음미하는 미키의 모습이 광고에 나오는 어느 여자 모델보다 가슴 설레게 보인다.

"오늘 인터뷰 두 건이나 있는 거, 알죠?"

미키가 온라인 동호회나 카페를 소개하는 방송사 문화 프로그램의 인터뷰를 섭외했다. 덤으로 여성 주간지에도 동호회를 운영하는 K와 회원 몇몇의 얘기를 전하기로 했다.

"근데, 방송용이나 인터뷰용 의상은 준비했어요? 처음으로 언론에 소개되는 거니까 신경 좀 써야죠."

미키는 그러면서 다짜고짜 옷장을 열어 본다. K가 도쿄로 올 때, 간단한 옷 몇 가지와 정장 하나만 챙겨온 탓에 옷장은 거의 빈 공간이다.

"안 되겠다. 오늘은 제가 코디를 해 줄 게요. 우선 옷부터 사러 갑시다."   

미키의 손에 반강제적으로 이끌려 신주쿠에 있는 이세탄백화점에 도착했다. 도쿄의 대표적인 백화점이라고 하는데, 남성 전문관이 처음 생긴 곳이라고 한다. 본관은 한국의 백화점과 비슷한 구조다. 지하에는 식품매장이 있고, 1층에는 여성 잡화, 화장품 매장, 2, 3, 4층은 모두 여성 패션 매장, 5층은 가구, 주방용품 매장, 6층은 아동복-유아용품 매장, 7층은 식당가가 자리 잡았다. K는 남성의류 파는 곳은 없는 것 아니냐고 미키에게 묻는다. 미키는 웃으며, 남성관은 따로 있다고 다시 재촉한다.

남성관이 오히려 더 화려한 느낌이다. 무려 8개 층이 모두 다 남성을 위한 공간이다. 지하에는 구두와 가방, 양말, 속옷을 팔고, 1층에서는 드레스 셔츠, 넥타이, 액세서리, 화장품을 살 수 있다.  2-3층은 수입 의류, 4층은 명품관, 5층은 '비즈니스 클로딩'이라고 해서 남성 신사복 매장이 맞춤과 기성복으로 나뉘어져 있고, 6층은 캐주얼 매장, 7층은 골프 의류와 골프 용품 매장, 8층에는 남성용 주거 용품과 선물 매장이 입점해 있다. 요즘 자신을 꾸미고 가꾸는 '그루밍족'이라고 불리는 남자들에게는 꿈의 놀이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키는 먼저 6층 캐주얼 매장으로 향했다.

"K의 오늘 스타일은 댄디한 문화인입니다. 나이에 비해 젊고, 과감한 색과 디자인을 연출해야 좋을 것 같아요. 요즘 어리고 젊은 여성부터 중년 여성까지 함께 호감을 갖는 그런."

그러더니 미키는 라임색 마 혼방 바지와 새빨간 니트 반팔 셔츠를 고른 다음 K에게 입어 보라고 권한다. 쭈뼛쭈뼛 옷을 갈아입은 K를 본 미키는 별로라는 표정이다.

"너무 튀는 것보다 정석으로 갑시다."

이번에 미키는 캘빈 클라인 인디고 블루 청바지를 고른다. 니트 셔츠는 그대로 입히고, 하늘색 바탕에 진한 감색 잔 줄무늬가 세로로 있는 원 버튼 재킷을 권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색과 무늬의 페도라를 씌어본다. 그러다가 페도라는 포기한다. 너무 일부러 연출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란다. 일단 미키의 마음에 드는 물건을 집어 들고는 지하로 내려간다. 구두와 가방, 양말을 사기 위해서다.

미키는 전문가처럼 얘기한다.

"구두는 캐주얼 하면서도 세미 정장에도 입을 수 있는, 술이 달린 밝은 갈색  태슬 로퍼가 좋겠네요. 양말은 청바지 색에 맞춰 감색과 원색 땡땡이 무늬가 들어간 것으로 몇 개 사면 되겠고요."

미키는 다음 액세서리-잡화 매장에서 가방을 찾는다. 결국 노트북이 들어갈 수 있고, 백팩을 겸할 수 있는 갈색의, 날렵한 합성가죽 브리프 케이스를 장만한다. 미키는 꽤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K는 속으로 안도한다.

'이젠 다 샀구나. 정말 오랜만에 여자와 함께 한 기나긴 쇼핑이 끝났다.'

그러나 미키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싱긋 짓더니 다시 K를 끌고 언더웨어 매장으로 간다. 그리고 현란하고 화려한 색의 드로즈 몇 개를 고른 다음에야 쇼핑을 마무리한다.

K는 이른바 '미키 콘셉트'의 남성 패션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리고 겉옷부터 속옷까지 완성시킨 첫 남자가 된 것이다. 그제야 K는 미키의 손아귀에 온전히 잡혔다는 듯한 느낌을 싫지 않게, 그러나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태그:#피임, #라텍스, #이세탄백화점, #콘돔, #영화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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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Bella Vita! 인생은 아름답다며, 글쓰기로 먹고 살기 위해 애쓰는 여러분의 이웃입니다. 세계일보, 머니투데이, 한경비즈니스, 이코노미조선 등에서 기자로 일했습니다. 2019년 '아산문학' 공모전에서 '그는 제바닷타였을까'라는 단편소설로 대상을 받고, 전업작가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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