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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내일학교 졸업식 및 입학식이 23일 대구시교육청에서 초등과정은 오전에, 중등과정은 오후에 열렸다.
 대구내일학교 졸업식 및 입학식이 23일 대구시교육청에서 초등과정은 오전에, 중등과정은 오후에 열렸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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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각모를 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교육청 강당에 모였다. 한 할머니는 연거푸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쳐냈고 또 다른 할머니는 눈을 지그시 감고 회한에 잠겼다. 모두의 얼굴에는 기쁜 표정이 역력했다. 함께 한 가족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가슴에 꽃다발을 전하며 기쁨을 함께했다.

대구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대구내일학교 졸업식과 입학식이 지난 23일 초등과정과 중등과정으로 나뉘어 오전과 오후에 열렸다. 초등학교 졸업식은 올해 4회째로 지난해 9월 입학한 179명 중 여러 사정으로 중도에 그만둔 58명을 제외한 121명이 졸업장을 받았고 중학과정은 2회째로 지난해 9월 30명이 입학해 27명이 졸업했다.

이번 초등과정 졸업생의 평균 연령은 68세이고 중학과정 졸업생의 평균연령은 64세이다. 하봉숙(80세) 학습자는 "딸의 소개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80이 된 나이에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꿈만 같다"면서 "올해 내일학교 중학과정도 입학해 손자, 손녀들에게 할머니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중학과정을 졸업한 류홍미(75) 학습자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니다가 6.25 전쟁으로 더는 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며 "지난해 초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입학한 내일학교에서 졸업을 하게 돼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태선(61)씨는 졸업식에서 감사의 글을 통해 "처음 학교에 오기 전에는 까막눈이라 버스노선도 제대로 몰라 물어보다시피 했다"며 "이제는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고 손주들에게 편지도 쓸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하고 그동안 가르쳐준 교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졸업생 시화전, 늦깎이 학생 애환과 세월 녹여냈다

대구내일학교 졸업식이 23일 대구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입구에서는 늦깎이 졸업생들의 '나도 시인이다' 시화전시회도 열렸다.
 대구내일학교 졸업식이 23일 대구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입구에서는 늦깎이 졸업생들의 '나도 시인이다' 시화전시회도 열렸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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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지각생이란 두 글자에 묶여 있다.
어릴 때 배워야 할 공부를
이제야 지각을 한 후에 시작되었다.
.........
나의 꿈은 이제 만학도의 길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까지, 또 그 날까지...."

졸업생들은 졸업시화전 '나도 시인이다'에 출품한 작품들을 책으로 묶어 '2015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도 펴내고 한 권씩 나눠 가졌다. 시집에는 '늙은 초등학생', '호랑이보다 무서운 받아쓰기' 등 늦깎이 학생들의 삶의 애환과 세월을 담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우동기 교육감은 축사에서 "어려운 환경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지난날의 응어리를 대구내일학교를 통해 새로운 꿈으로 펼쳐나가시는 학습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찬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며 "오늘의 졸업이 학습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내일학교 졸업식이 23일 대구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내일학교 교장인 우동기 교육감이 졸업생들에게 졸업장을 나눠주고 있다.
 대구내일학교 졸업식이 23일 대구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내일학교 교장인 우동기 교육감이 졸업생들에게 졸업장을 나눠주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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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내일학교 입학식이 23일 대구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초등과정 민옥덕 입학생이 선서를 하고 있다.
 대구내일학교 입학식이 23일 대구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초등과정 민옥덕 입학생이 선서를 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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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이 끝난 이후에는 바로 입학식이 진행됐다. 입학식에는 초등과정 주간반 142명과 야간반 11명, 중등과정 120명이며 입학생 평균연령은 초등과정 68세, 중등과정 64세이다. 초등과정은 명덕초와 달성초, 성서초, 금포초에서 공부하며 야간반은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한다. 중등과정은 제일중학교에서 신입생과 재학생이 함께 공부한다.

초등과정 최고령 입학생인 조남애(90)씨는 "일제강점기에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소학교 분교에서 일본 선생님에게 일본어를 배웠지만 한글은 배우지 못했다"며 "당시 한국 처녀들을 일본군 위안부로 끌고 가는 분위기라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일찍 시집을 갔다"고 말했다.

조 할머니는 이어 "우리 글을 배운 적이 없어서 소리 나는 데로만 적을 수밖에 없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며 "지금 나이는 많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글을 바르게 잘 쓰고 싶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한편 내일학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해 배움의 한을 가진 만 18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으로 3년 과정이다. 하지만 입학 시 별도의 진입 진단평가를 거쳐 1년 만에 졸업할 수도 있다.


태그:#대구내일학교, #졸업식, #입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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