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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여고 미술 교사로서 작가 활동을 겸하고 있는 여성 작가 고제민 선생의 아트북이 출간 됐다. 그리고 그 출간 기념 개인전이 18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릴 예정이다. 개인전을 앞두고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본격적인 작품 활동은 쉰이 되어 시작했다.

"결혼, 육아로 작업을 거의 못하고 주부와 직장인으로 지내야 했다. 여성 작가라면 겪는 일이지만 양쪽을 모두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술 교사로서 그나마 붓을 놓지 않고 소품이라도 꾸준히 할 수 있어 다행으로 여긴다."

 

- 작업은 어디서 하고, 다뤄 온 소재와 주재는 어떤 것인가?

"주로 학교 미술실에서 한다. 배다리 수도국산 자락에 자리해 자연스럽게 마을 골목길을 오가게 된다. 골목길은 오래된 포구로 이어지는 데 북성포구, 만석부두, 북항은 그렇게 내 눈에 들어왔다. 포구의 노을 지는 풍경은 가슴을 울렸다. 노을 지는 무렵의 선창가 풍경이나 바닷가 공장 굴뚝은 고달픈 삶을 이야기하는 듯했고 자식을 키워 내보내는 엄마 품을 닮은 듯하다. 먼 길을 돌아 엄마 품으로 돌아온 듯 했고 마음 깊은 곳에 울림이 생겼다. 그 후 나를 다시 찾는 마음으로 꽃. 인체, 집, 섬, 바다를 그려 왔다."

 

- 첫 개인전을 2011년 가졌다. 본격적인 미술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다. 특히, 분홍과 파랑 배경의 누드가 인상적이다.

"현실에 대한 책임감과 이 때문에 존재감을 잃고 갈등을 앓았다. 그런 만큼 작업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컸던 시기였다. 이 작업은 <색을 벗다>를 주제로 인천 아트플랫폼에서 개인전을 가진 다음, 따로 전시 후에 그린 그림이다. 전시 출품에 대한 부담 없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 있게 그릴 수 있었다."

 

- 고개숙인 남자 연작을 보면 현실과 자아의 세계가 공존하며 갈등하는 분위기가 절묘하게 표현되었다. 벗거나, 벗겨진 현실과 존재에 대한 외롭고, 고립된 정서가 단순하고, 명료하게 담았다. 겹치고 흐르는 질감은 갇혀 있는 느낌. 거친 터치는 사라져 갈 공허감을 준다. 현실에서 느끼는 서로 상대적인 감정이 색감의 대비와 극적 구성을 이루고 있다. 뿌리기, 긁기, 흘리기, 덧칠... 다채로운 기법들을 풍부하게 도구화 하면서 특유의 질감과 우연한 효과로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매혹적인 작품이다.

"그렇게 본다면 고맙고 다행이다. 유행에 맞춰 꾸며 왔던 겉치레를 벗지 않으면 진정한 나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게 되었다. 마치 어릴 때 성장 통을 겪듯 그 동안 쌓아온 작품 세계를 허무는 일은 힘도 들고 고통이기도 했다. 그리움마저 내려 놓으면 가벼워진 몸으로 허물을 벗은 나비처럼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 인체 뿐 아니라 풍경에도 외로움이나 내면적 정서가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단순한 풍경은 아니다. 어머니 심정이기도 하고, 사람들의 온기를 지역과 내면 심정을 대비해 표현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거칠고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풍경이 되기도 한다. 나 자신의 감성이 녹아 있는 내면의 풍경을 담으려 했고, 풍경의 내면을 그리려 한다."

 

- 작가는 인천으로 돌아와 포구와 바다, 북방 한계선들의 섬들, 골목길과 섬 집을 찾아 나섰다.

"나이가 들어선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게 숙명 같고, 애써 가꾸어 온 나를 벗어 버리면서 만나게 된 게 결국 바다였다.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만나고 이웃을 보게 되면서 결국 바다로 가게 되었고, 바다는 나에게 삶 그 자체로 보였다.

 

<해무> 같은 작품은 인천항이 갖고 있는 지역과 특수한 역사성, 즉 긴장과 국가적 재난으로부터 잘 알려 지지 않은 지역민의 삶과 애환이 안갯속 풍경으로 읽힌다. 그리고 최근작 <경계의 바다>는 내용 뿐만 아니라 형식으로도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있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바다라는 주제는 지역을 넘어 넓고 깊은 뜻을 품고 있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지역에 대한 독자적 사유와 모성으로 고유한 작업 세계를 펼쳐 보여주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작가 고제민은
1960년 인천 숭의동 독갑다리 경인약국 육형제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인천 최초로 약국 도매상을 했고 아버지는 금융업을 했다. 
바로 옆집은 인천에서 유일한 화실이었는 데 예술인들의 아지트이기도 했다. 
고제민은 이곳에서 그림을 배우고, 많은 예술인들을 만나면서 예술적 감성을 키웠다.
1979년 서울예술고등학교와 1984년 덕성여자대학교를 졸업한 뒤 인천으로 다시 돌아왔다. 
영화여고 미술교사로 재직하면서 어머니 품을 찾 듯 인천의 포구와 섬을 찾아 그림에 담아왔다. 
최근 인천의 섬과 포구를 그려온 그 동안의 작업을 모아 <엄마가 된 바다>를 출간했다.
아트북 출간 기념으로 오는 18~24일 인천아트플랫폼 A동 크리스탈 큐브에서 개인전을 연다. 
고제민 작가는 5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인천 항구와 섬을 주제로 평화프로젝트 등 다수의 기획전에 출품했다.
인천의료원, 인천내리감리교회, 박건컬렉션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태그:#고제민, #엄마가된바다, #헥사곤,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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