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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연평부대에서 국정감사 현장시찰이 열린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망원경으로 북쪽을 보고 있다.
 15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연평부대에서 국정감사 현장시찰이 열린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망원경으로 북쪽을 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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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에서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혁신은 실패했다"라는 비판에 문재인 대표는 '재신임'으로 반격했고, 여기에 안 전 공동대표는 또 다시 '중앙위원회 무기한 연기·재신임 취소 요구'로 받아쳤다. 문 대표는 "훈수로는 혁신할 수 없다"라며 사실상 안 전 공동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 여기에 안 전 공동대표는 "재신임은 혁신 논쟁을 권력 다툼으로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안 전 공동대표의 말이 맞다. 권력투쟁이다. 문 대표는 '당권'이라는 권력을 놓고 투쟁을 벌이고 있다. 누가 그에게 있는 권력을 뺏어 가기에 투쟁을 벌이는 것일까. 문 대표의 상대방은 안 전 공동대표다. 안 전 공동대표 스스로 '나는 혁신을 말하는 건데 문 대표가 권력 투쟁으로 여긴다'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건 문 대표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당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데 대표를 흔든다고 여길 수도 있다.

결국 당 혁신을 놓고 문재인과 안철수의 힘겨루기, 말 그대로의 권력투쟁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혁신은 투쟁의 도구가 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두 사람이 후보 단일화를 놓고 벌인 승부의 연장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단일화를 이뤘지만 매끄럽지 못한 과정에서 앙금이 남았다는 것이다. 그 갈등은 중앙운영위 개최를 하루 앞둔 15일, 두 사람의 전격적인 회동에서 최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한 방씩 주고 받는 난타전

두 사람이 혁신안을 놓고 대립하기 시작한 것은 안 전 공동대표가 "혁신안은 실패했다"라며 직격탄을 날리면서부터다. 안 전 대표는 2일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공정성장을 위한 지역균형발전' 좌담회에서 "당의 혁신은 실패했다. 낡은 진보를 청산하고 새로운 인재를 수혈해 근본적인 성찰과 커다란 변화를 이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혁신안과 관련해 말을 아껴왔던 안 전 공동대표가 혁신위를 맹비판한 것이다.

여기에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우리 당이 다시 분열의 내홍에 휩싸이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라며 "혁신위를 흔들고 혁신안을 바꾸려는 의도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 당을 책임졌던 사람들이 혁신의 반대편에서 자신의 기득권, 자신의 정치를 위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안 전 공동대표를 향해 "우리 당의 위기에 일말의 책임이 있는 만큼 무례하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안 전 공동대표는 "패권주의 리더십이 당을 지배했고 순혈주의·배타주의 진영 논리로 당의 민주성이나 개방성 등을 가로막았다"라며 문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그는 "낡은 진보를 청산하고 결별하는 게 육참골단 혁신이고 정풍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육참골단은 자신의 살을 베어내고 상대 뼈를 끊는다는 사자성어로, 문 대표가 지난 5월 4.29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내놓은 화두다. 문 대표가 한 말을 되돌려주면서 사실상 문 대표가 사퇴(육참)해야 총선에 승리(골단)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문 대표가 중앙운영위 혁신안 통과와 자신의 재신임을 천명한 것은 이러한 안 전 공동대표의 공격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그동안 당내 여러 비주류 인사에게 사퇴 압박을 받아왔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차기 대선주자로 경쟁하고 있는 안 전 대표까지 자신과 혁신위에 창을 겨누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혁신안을 관철시키고 이후 당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혁신안 의결을 위한 중앙위 연기 및 재신임투표 취소를 문재인 대표에게 거듭 요청하고 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혁신안 의결을 위한 중앙위 연기 및 재신임투표 취소를 문재인 대표에게 거듭 요청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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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두 사람의 공방이 계속됐다. 안 전 공동대표는 공개서한을 통해 '중앙위 무기한 연기·재신임 투표 취소'를 문 대표에게 요구했다. 이에 문 대표는 "과거의 혁신안들은 모두 실천되지 못하고 사장됐다, 지금 처음으로 혁신안을 당헌·당규에 반영하여 실천하려 한다"라며 "국민들로부터 새로운 정치의 기대를 받는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으고 앞장서야 제대로 혁신을 해낼 수 있지, 훈수로 되는 일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자신의 재신임을 묻는 투표와 관련해서도 "대표직 사퇴 요구가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고, 그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우리 당을 앞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는데,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라며 "나를 신임하지 않는 여론이 국민이나 당원들 사이에 높다면, 우리 당이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선택과 출발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 전 공동대표의 요구를 거부하고 재신임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안 전 공동대표는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앙위를 연기해주거나 (중앙위를 열게 되더라도) 그날 안건(혁신안) 처리를 하지 말기를 부탁한다"라며 재차 요구했다. 이날 안 전 공동대표의 요구는 이전보다 그의 생각이 보다 분명하게 제시돼 있다. 그는 "(문 대표가) 혁신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혹시나 혁신 논쟁을 권력 다툼으로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라면 혁신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혁신의 본질에 대해 공감을 표하면서도 정치일정은 강행하겠다고 하는 건 대화와 타협의 의사가 없다는 것"이라며 "(혁신안을) 강행처리한다면 많은 사람이 그 의도를 궁금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안이) 통과되면 당장의 계파대결에서 이길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문 대표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위에서 혁신안 처리가 이뤄진다면 이후 더 큰 갈등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지자 결집한 문재인, 입지 확인한 안철수

지난한 공방 끝에 두 사람은 15일 오후 6시 이후 회동을 결정했다. 안 전 공동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표와 오늘 중이라도 만날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고, 문 대표가 이에 응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혁신안과 중앙위 개최, 문 대표의 재신임 등 전반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람이 극적인 의견 합의를 볼 수도 있겠지만, 서로의 이견을 확인하고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두 사람은 이미 얻을 것을 얻었다. 안 전 공동대표는 사실상 당내 비주류를 대표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문 대표가 다른 인사들의 발언에는 반응하지 않으면서 안 전 공동대표를 논의 상대로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두 사람이 어떤 합의를 이룬다면 다른 당내 인사들이 반발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번 논쟁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확인한 셈이다. 문 대표 역시 재신임 선언으로 지지 세력의 결집과 결단력 있는 리더로서의 모습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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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문재인, #안철수, #재신임, #혁신안, #김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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