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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북한인권법 문제와 관련해 지난 9일 최고위원회에서 "여야 간 이견이 많이 좁혀졌다. 새누리당이 조금만 살펴보면 당장 오늘이라도 타결할 수 있는 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임위에서 대부분 타결하고 몇 가지 쟁점은 당 지도부에 넘겼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문 대표는 "북한 인권 증진 노력은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의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며 북한 인권 향상에 실질적으로 도움돼야 한다"며 "북한 인권 활동을 명분으로 대북전단을 북한에 살포하는 등 북한을 공공연히 자극하고 남북 관계를 악화시키는 행동은 북한 인권 향상에 보탬이 안 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 개선과 남북 관계 발전을 함께 이룰 수 있는 내용으로 조속히 타결될 수 있도록 새누리당에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당 대표에 취임한 뒤 북한 인권법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마치 북한인권법을 막는 모습으로 비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는 문 대표는 북한인권법 처리에 상당히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상임위인 외교통일위원회 간사들이 '타결'한 수준을 보면, '당장 오늘이라도 타결할 수 있는 차이'의 수준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의 '기본 원칙'] 여는 인권 자체 강조, 야는 '평화 정착과 조화'돼야

우선 북한인권법의 '기본원칙 및 국가의 책무'에 대해 새누리는 "국가는 북한 주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생활 영역에 있어서 이들의 인권을 증진(이하 '북한인권증진'이라 한다)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했다.

반면, 새정치는 "북한 인권 증진 노력은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위한 방향으로 조화롭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했다.

새정치가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조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데 비해, 새누리는 인권 근본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새누리는 이 대목이 북한인권법의 기본 원칙이라는 점에서 새정치 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 대표가 "북한 인권 증진 노력은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의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 인권 문제의 대표적 연구자 중 한 명인 서보혁 서울대평화통일연구원 연구 교수는 "북한 인권 문제를 법이라는 일방적 형태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라며 "설사 국회에서 법을 만든다 해도 북한 인권 증진이 남북 관계 전반과 선순환 관계가 돼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북한인권법이 남북 관계를 긴장시켜서 북한 인권을 악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법 자체에 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북 전단 금지 문제] 여는 강제성 없는 국회 결의안, 야는 남북교류협력법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14일 오후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인근에서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을 규탄하는 대북전단 살포 계획이 경찰에 의해 저지되자, 이에 항의하며 경찰에게 대북전단을 뿌리고 있다.
▲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경찰 왜 가로막어"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14일 오후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인근에서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을 규탄하는 대북전단 살포 계획이 경찰에 의해 저지되자, 이에 항의하며 경찰에게 대북전단을 뿌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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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아래 외통위) 여야 간사들은 최대 쟁점인 북한인권재단(아래 재단) 설립 그 자체에는 합의했으나, 실 내용상 차이는 대단히 크다. 그동안 새누리는 북한 인권 활동 단체들을 지원하는 재단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것이 북한인권법의 핵심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왔고, 반면 새정치는 북한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기획 탈북이나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단체들을 정부 돈으로 지원하게 되는 꼴이라며 반대해 왔다.

이 문제와 관련해 새정치는 북한인권법에서는 빼더라도 남북교류협력법에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넣자는 입장인 반면 여당은 법의 형태가 아니라 '남북 당국 상호 비방·중상 중단 합의 이행 촉구 결의안'을 통해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국회가 정부에게 "대북 전단 살포 행위' 남북 관계 개선을 훼손하고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 촉구결의안은 정부의 행위를 강제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정부가 막을 수 없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라는 입장이 완강하다. 이사장 등 재단임원 구성도 새정치는 여야 동수 추천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새누리당 안은 정부 여당 측 인사들이 다수를 점하도록 했다.

북한 인권 관련 정보 수집과 보존 업무를 담당하는 기록 보존소도 새누리당은 법무부 산하에 두자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는 명칭을 기록센터로 하고 통일부 산하에 둬야 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법무부 산하' 안은, 향후 인권 유린 행위자들에 대한 처벌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북한인권법안에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관련 내용 추가, 통일부에 북한 인권 증진 자문위원회 설치, (대북 전단 살포 단체 지원 여부에 대한 결론 없는) 북한 인권재단 설립 명시 정도를 제외하고는,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외통위 새정치연합 간사인 심재권 의원은 "여전히 여야 간 차이가 큰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언제까지 외통위에서 가지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여야 지도부로 넘겼다"라고 답했다. 2005년 처음 국회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인권법은 수차례 무산되다가 지난해 11월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김영우 의원 대표발의)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북한인권증진법'(심재권 의원 대표발의)이 각각 외통위에 상정됐다.

복수의 새정치연합 의원은 현재 상황과 관련해 "보통 상임위 간사들이 당 지도부로 결정권을 이관한 법안들은 상임위에서 도저히 더 합의를 이룰 수 없어 손을 턴 사안들인데, 북한인권법도 마찬가지"라며 "여야의 의견 차가 여전히 크고, 당 내에 북한인권법 제정에 반대하는 의원들도 상당해 현재로써는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태그:#북한인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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